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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8월 1일에 탄생한 미국 음악 전문 케이블방송 MTV는 오늘날 세계 최대·최고의 글로벌 음악 텔레비전 브랜드다. MTV 개국 시 나간 첫 번째 비디오의 제목이 상징적이다. 영국 2인조 그룹 보글스(Buggles)의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다. 일부 비평가들은 MTV가 미친 듯이 빠른 속도와 장면 전환으로 청소년들의 관심의 폭을 좁게 만든다고 아우성쳤지만, 세상은 곧 MTV 스타일에 익숙해지게 된다.

MTV의 등장으로 뮤직비디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MTV의 영웅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1958~2009)은 세 개의 히트곡을 모두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빅히트를 기록한다. 마돈나(Madonna), 신디 로퍼(Cyndi Lauper),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등도 모두 MTV가 배출한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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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V 로고와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라는 곡명이 쓰여 있는 보글스의 앨범 재킷. 이 노래가 뮤직비디오의 전성시대를 연 MTV에서 방송한 첫 노래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MTV의 등장은 음악을 더 이상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으로 바꾸는 혁명을 몰고 왔다. 이에 따라 음악 산업은 두 가지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사운드만을 제작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사운드와 영상을 결합하는 멀티미디어 시대로 진입한 것과 스타 마케팅 시스템이 비주얼을 중시하는 글로벌주의를 지향한 것이다.

MTV를 탄생시킨 주역 가운데 한 명인 로버트 피트먼(Robert Pittman)은 "시청자는 TV와 로큰롤을 들으며 자란 TV 베이비들이다. 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논리보다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5년 MTV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360도 MTV 경험!'이었다. 이는 MTV가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온라인, 광역통신망, 휴대전화 등 가능한 많은 매체를 넘나들며 음악과 생활 오락을 젊은이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캐치프레이즈였다.

MTV는 국경마저 파괴해 전 세계의 젊은이를 미국식으로 동질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 'MTV 세대'라는 말까지 낳았다. 국경을 초월한 MTV 세대의 등장은 미국만의 축복은 아니었다. 한국처럼 변방에 속하던 나라들도 그 MTV 세대를 향해 할 말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케이팝 열풍은 MTV 혁명의 수혜자인 셈이다.

MTV 개국 당시 캘리포니아에는 한국의 인기 가수이자 MC로 정상에 오른 사람이 갓 유학을 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이수만이다. 그는 MTV에 충격을 받고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이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던 국내 가요계와 달리 하나에서 열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굴러가고 있는 미국 음반 시장의 분업화·전문화는 그에게 또 다른 충격을 줬다. 그는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 자신이 온몸으로 체험한 새로운 대중음악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야 말겠다는 꿈을 꾸며 즐거워하곤 했다.

부푼 꿈을 안고 귀국한 이수만은 우여곡절 끝에 1996년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본격적인 매니지먼트 사업에 나섰다. 그는 '춤, 노래, 외모를 갖춘 10대'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아이돌 댄스그룹을 기획해 HOT(1996년), SES(1997년), 신화(1998년)를 연달아 성공시킨 뒤 1998년 HOT를 중국 시장에 진출시키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섰으며, SM엔터테인먼트는 2000년 4월 엔터테인먼트 업체 최초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성공 이후 한국 대중가요는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거대 매니지먼트 기획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2012년 11월 20일 기준으로 주식 시가총액은 SM엔터테인먼트 8,784억 원, YG엔터테인먼트 5,883억 원, 로엔엔터테인먼트 3,541억 원, JYP엔터테인먼트 1,141억 원에 이르렀다. 주가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인 2012년 8월 24일 기준으로는 SM엔터테인먼트는 1조 1,255억 원을 기록했으며,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1.5퍼센트를 보유한 이수만의 주식 가치는 2,420억 원, YG 양현석의 보유 주가는 2,231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가요계의 빅3로 불리는 SM, YG, JYP를 이끄는 사람들은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으로 모두 가수 출신이며, 이 빅3는 이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SM은 잘 짜인 인공미, YG는 재기 넘치고 자유로운 자연미, JYP는 대중성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다.

이정혁·백지은은 "소녀시대·동방신기·샤이니 등 SM 가수들이 'SMP'라 불리는 칼로 잰 듯 완벽한 군무를 통해 시선을 사로잡는 반면, 빅뱅·2NE1 등 YG 가수들은 자유롭게 뛰어노는 무대를 선호한다. 2PM·원더걸스 등 JYP 가수들의 노래는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며 가장 대중적인 성격을 보인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대 밖에서의 모습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녀시대 서현이나 동방신기 최강창민을 보면 알 수 있듯 SM 가수들은 '모범 답안'과 같은 모습이다. 바르고 단정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어떤 질문에도 정리된 대답을 내놓는다. 반면 JYP 가수들은 '인간미'를 물씬 풍긴다. '깝권' 2AM 조권이나 아이돌 가수 최초로 열애 사실을 자발적으로 인정한 원더걸스 선예가 대표적인 예. 이들은 20대 또래 친구들과 조금도 다름없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친근감을 선사한다. YG 가수들은 '반항아'적 이미지가 강하다. 예뻐 보이는 것 대신 거리낌 없는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케이스다."

케이팝 열풍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불어닥쳤는데, 2012년 6월 프랑스 일간지인 『르 몽드』와 『르 피가로』가 각각 9일과 10일 지면에 한류와 관련한 비중 있는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이 두 신문의 기사 한 대목씩을 인용해 감상해보기로 하자.

"17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60여 개의 그룹과 가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적절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는 그룹의 콘셉트를 생각할 때 세계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을 먼저 염두에 둔다'고 SM엔터테인먼트의 김영민 대표이사는 설명하고 있다. 한 그룹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매년 1만여 명의 지원자들이 몰려드는 오디션을 통한 인정사정없는 선정을 거치는 등 아주 세밀하게 짜여 있다. 일단 오디션을 통과하면 SM아카데미에서 노래 연습, 댄스, 연극, 심지어는 외국어 교육 등 3~5년간의 집중 교육을 받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 소녀시대는 다른 보이스밴드들인 샤이니,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와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다. 유니섹스한 복장의 이들 남성 그룹들은 프랑스 소녀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종종 초등학교부터 발굴된 이 아이돌 스타들은 스파르타식 훈련을 거치면서 노래, 춤, 드라마 연기나 광고 출연(광고 출연은 한국 쇼 비지니스에서 중요한 수입원 중의 하나다) 등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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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타운의 프랑스 공연을 비중 있게 다룬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 『르 몽드』. 케이팝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불어 닥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두 신문이 그렇듯, 외국 언론은 케이팝 열풍에 대해 보도할 때 '스파르타식 훈련'을 빠트리지 않는다. 그걸 부럽다는 듯 배우려는 나라들도 있고, 나이 어린 가수 지망생들의 인권 문제를 들어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어떻게 보건 한국 아이돌 스타들의 경쟁력이 스파르타식 훈련에서 나온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 인기 그룹 AKB48의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는 "한국 아이돌 그룹은 모든 면에서 뛰어납니다. 딱 봐도 연습량이 많았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죠"라고 했고, 태국 최대 음반사 GMM그래미 부사장 수라차이 센스리는 "본사도 한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상태입니다. 한창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아이돌 가수들의 사생활 관리도 엄격하다. 기획사와 아이돌 가수들 사이에는 특별한 약속들이 있다. 계약서에 명시하지는 않더라도 '성형 금지', '연애 금지', '개인 휴대전화 사용 금지', '음주 및 흡연 금지' 등 가수들과 구두로 약속한 각종 금지령이다.

스파르타식 훈련과 사생활 관리에 대해 인권침해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한국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09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세 명의 연습생을 뽑는 데 모두 2만여 명이 몰려서 약 7,000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엠넷에서 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시즌 2(2010년)에는 120만 명이 올렸는데 이런 '아이돌 고시열풍'이 말해주듯이, 연예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뽑혔다는 것만도 엄청난 행운으로 여겨지는 풍토 때문이다. 4인조 여성 그룹 JQT가 말했듯이, "김연아·박태환 선수, 그리고 여러 프로 선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평범한 10대들도 입시 전쟁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인지라 그게 큰 이슈가 되긴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전환을 주도한 MTV 혁명은 그 정신에 가장 철저한 한국에 의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