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대중문화의
겉과 속

SNS의 인기는 노출증과 관음증 때문인가

"얼마 전부터 트윗팅을 시작했다. 재밌다. 시작한 지 한 3주 동안은 푹 빠져 헤어 나오질 못했다. 새로운 세상을 사는 기분이었다. 몇 번 오프 모임도 가졌다. 전혀 색다른 만남이었고, 설레임도 있었다. 나이 오십 중반에 접어들면서 설렘이라니. …… 하지만 한계 없는 놀이는 아니었다. 나로서는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엄두를 내질 못했다. 작은 글자가 전혀 눈에 초점이 잡히지 않으니 그렇다……."

2010년 6월 언론학자 원용진이 한 말이다. 2010년 5월 17일 트위터를 시작한 경영 전문가 공병호는 "와, 정말 대단하네"라는 탄성을 내지르면서 며칠 후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역사는 BT(Before Twitter)와 AT(After Twitter)로 나누어진다."

2010년 10월 『시사IN』 문화팀장 고재열은 "내가 트위터를 하는지 트위터가 나를 하는지 모를 정도로 트위터에 빠져 지냈다"며 이렇게 말한다. "트위터 팔로워(구독자)를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도대체 잠은 언제 자느냐'라는 것이었다. 내외의 모든 타박을 뒤통수로 받아내며 트위터에 매달렸다. 뉴미디어의 끝을 보고 싶었다. '재밌을 때는 그냥 재밌는 것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겠지만 아직은 트위터가 재미있다. 미디어를 전공했고 미디어에 종사하면서 미디어에 대한 취재를 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재미있다. 이곳은 거대한 이슈의 원형경기장이다. 뉴스를 전달하는 기자와 기자의 취재원인 유명인과 독자가 '계급장 떼고' 어울려 논다. 그 흐드러진 한판 놀음에서 미디어의 미래를 보았다."

중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트위터에 푹 빠져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소설가 공지영은 2011년 12월 29일자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트위터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뭔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제가 사실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독자 대상으로 활동을 안 하니까 출판사에서 트위터를 하래요. 싫다고 했더니 스마트폰을 사준다고.(웃음) 고민하다 막상 뚜껑을 여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사람을 안 만나도 되면서 소통은 가능하니까. 트위터를 시작하고 두 달쯤 지난 여름이었는데, 시골집에서 맥주 사진을 올리고 '여긴 너무 추워요'라고 했더니, 갑자기 '같이 맥주 먹고 싶어요'라는 글이 막 올라왔어요. 그래서 농담으로 '몇 시 몇 분 몇 초에 우리 다 같이 건배하자'고 했는데, 놀랍게도 '여기 은평구요', '여기 필리핀이에요', '여기 뉴욕이에요' 이러면서 100명 정도가 전 세계에서 동시에 건배를 하는 거예요. 굉장히 놀랐어요."

이 네 증언이 시사하듯이, 트위터는 매력을 넘어 마력을 가진 요물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트위터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는 해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보자. 트위터는 블로그의 인터페이스와 미니 홈페이지의 '친구 맺기' 기능, 메신저의 신속성을 갖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SNS)다.

트위터는 "지저귀다, 짹짹대다"는 뜻으로, 재잘거리듯 하고 싶은 말을 140자 안에서 올릴 수 있도록 한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짧은 메시지를 트윗(tweet)이라 한다. 그래서 트위터를 미니 블로그, 한 줄 블로그, 또는 인터넷의 문자 메시지(the SMS of the Internet)라고도 한다. 트위터에선 상대방이 나를 친구로 등록하면 내가 올리는 글을 받아볼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웹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에서든 실시간으로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트위터는 관심 있는 상대방을 뒤따르는 팔로우(follow)라는 독특한 기능을 중심으로 소통하는데, 상대방이 허락하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뒤따르는 사람', 곧 팔로어(follower)로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트위터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리트윗(Retweet: RT) 기능이다. 마음에 드는 트윗을 발견했을 경우 리트윗 버튼을 누르거나 그 글을 복사하여 'RT'를 앞에 쓴 후 트윗하게 되면 자신의 모든 팔로어에게 방금 복사한 글과 그 소스가 전해지게 되는 기능이다. 이는 트위터에만 있는 기능으로 민주화 시위, 전쟁, 자연재해 상황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트위터가 페이스북과 같은 다른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제치고 부상하게 된 결정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40자로 트윗의 글을 제한한 것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와의 연동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단문 메시지는 최대 160자 이내였는데 기종에 따라서는 이보다 20자 정도가 적은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글자 수도 최대 140자로 제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모든 소식을 짧게 요약해야 했으며, 트윗을 올릴 때 긴 글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낼 줄 알아야 했다.

이런 글자 수 제한은 트위터의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이 되었다.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지 않게 되고 창의력을 발동해야 하는 구조라고나 할까. 이게 재미를 더해준 셈이다. 이와 관련, 이지선·김지수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쉽게 올릴 수 있었던 블로그가 어느새 전문가의 정보 사이트 쯤으로 변질되면서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좀 더 손쉽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140자로 제한된 '마이크로 블로그'인 트위터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140자 이내의 메시지에서는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자신의 전문 지식을 뽐내기(?) 어려웠고, 결국 보통 사람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손쉽게 자신의 생각과 근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트위터에서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거나, 유명한 곳에 구경 왔다 등의 신변잡기적 소식에서부터 언제 어디서 모인다는 번개 모임 공지 성격의 글까지 모든 종류의 짧은 메시지들이 통용된다. 사고 소식이나 희귀 혈액형 급구와 같이 긴급하게 전파해야 할 여러 소식들도 트위터(리트윗)를 타고 넘실넘실 퍼져 나간다. 소소한 정보들의 짧은 폭발, 그것이 바로 트위터다."

트위터는 그런 '140자 평등주의'의 장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왜 두 얼굴인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대화를 나누는 건 상당한 실력과 더불어 인내심을 요구하는 토론이나 논쟁보다 훨씬 재미있다. 뜻과 배짱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주고받는 이야기, 그 얼마나 화기애애한가. 사실 이게 바로 SNS의 속성이기도 하다. SNS는 관계 테크놀로지인데, 관계의 숙명은 편협이다. 본질적으로 관계 중심으로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경철은 SNS로 인해 "편협한 주장이 자기정당성을 획득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용자의 트위터 관계망을 보여주는 어플인 맨션앱의 화면. 대개 사람들은 SNS에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이런 관계에서는 한 가지 견해를 두고 모두가 옳다고 착각하는 무오류성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 인물과사상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SNS의 약점은 역설적으로 '대중성의 부족'에 있다. 기본적으로 SNS는 온라인상의 친분이 우선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나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만 반응한다. 때문에 SNS상에서 나의 견해는 늘 옳은 것처럼 보인다. 관계를 맺지 않은 대중들이 모두 자유롭게 반응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집중적이고 확산성이 강한 SNS는 정작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동종교배가 일어날 수 있는 폐쇄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 SNS에서 오가는 담론은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며, 한 가지 견해를 두고 모두가 옳다고 착각하는 '무오류성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콜럼비아대 사회학자 던컨 왓스(Duncan Watts)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성공엔 노출증(exhibitionism)과 관음증(voyeurism)이 큰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동시에 그만큼 남들에 대한 호기심도 강하다는 것이다.

SNS가 젊은 층에서 압도적 인기를 누린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의 정체성 만들기에 집중할 때인 젊은 층은 크게 달라진 환경에서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표현에 적극적인데, 바로 이런 정서가 SNS의 폭발적 성공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하루 내내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어떤 친구보다도 페이스북 포토 앨범 수가 월등히 많다는 걸 자랑으로 삼는 미국 고교 2년생 오드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 삶이 거기에 올라가 있다는 느낌이 좋아요. …… 만일 페이스북이 삭제된다면, 저도 삭제될 거예요. …… 제 모든 기억이 그것과 운명을 같이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어요. 그것도 전부 사라지는 겁니다. 페이스북이 지워진다면, 전 진짜 돌아버릴지도 몰라요. …… 거기가 제가 있는 곳이니까요. 제 삶의 일부라고요. 제2의 나예요."

노출증과 관음증은 SNS의 결과일 수는 있어도 원인은 아니다. 트위터는 친구들이 전화할 때마다 "뭐하고 있어?(What are you doing?)"라고 물어보는 데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것이다. 굳이 전화를 거는 부담 없이 친구의 근황을 알 수는 없을까? 이 필요성이 트위터는 물론 페이스북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이와 관련, 이준구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멀리 떨어져 사는 지인의 정보나 상태를 부담 없이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항상 있었다. 휴대전화나 이메일, 인터넷 메신저가 있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스스로도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는 통신 수단은 아니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상대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용건으로 전화를 하거나, 문자나 메신저로 말을 거는 것은 어지간히 친하지 않은 이상 예의나 배려에 대한 부담이 있다. 거기다 미국 동부와 서부의 시차만 3시간이 난다. …… 이메일은 가벼운 메시지를 전하기에는 쓸데없이 진지한 매체이고, 상대방의 정보를 얻고자 하면 회신에 대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었다. 페이스북은 이런 문제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해결해버렸다. 참고로 이런 점에 있어서는 트위터도 같은 욕구를 비슷한 방식으로 해소시키고 있다."

영국의 기술 전문가 리사 레이첼트(Leisa Reichelt)는 페이스북의 그런 서비스 경험을 가리켜 앰비언트 인티머시(ambient intimacy)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시공간의 제약으로 평소라면 접근이 불가능한 사람들과도 일정 수준 정기적으로 친밀하게 연락을 지속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클라이브 톰슨(Clive Thompson)은 앰비언트 인티머시의 미덕을 이렇게 찬양했다. "이 새로운 사회적 인식은…… 과거 서로의 모든 일을 알고 지내던 작은 동네에서 살았을 때와 같은 경험을 재현한다."

과연 우리는 그런 작은 동네를 꿈꾸는 걸까? 그런데 그게 좋기만 한 건가? 왜 꼭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깊이 알아야만 하는 걸까? 너무 고독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SNS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는 현상은, 우리 인간이 고독과 관계 사이에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닐까?

한국의 카카오톡은 글로벌 시장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도전하고 나섰는데,각주1) 카카오톡이 앞으로 SNS의 어떤 새로운 경지를 보여줄 것인지 기대해보기로 하자.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 원용진, 『새로 쓴 대중문화의 패러다임』(한나래, 2010), 7쪽.
  • ・ 공병호, 『공병호의 모바일혁명』(21세기북스, 2010), 124쪽.
  • ・ 고재열, 「소셜미디어, 주류언론에게 위기이자 기회」, 『PD 저널』, 2010년 10월 27일.
  • ・ 송용창 외, 「〔100℃ 인터뷰〕 사회적 발언 앞장서는 소설가 공지영」, 『한국일보』, 2011년 12월 29일.
  • ・ 「Twitter」, 『Wikipedia』.
  • ・ 김상만, 「〔기획-언론트렌드 바꾸는 소셜 미디어〕 해외 언론 적극 활용, 새 취재 방식 속속 등장 … 한국은?」, 『미디어오늘』, 2010년 1월 21일; 김기태, 「〔문화비평〕 스마트폰이 주는 교훈」, 『교수신문』, 2010년 7월 12일; 이인숙, 「너도 나도 트위터, 지방선거 새바람 불까」, 『경향신문』, 2010년 2월 16일.
  • ・ 카르스텐 괴릭, 박여명 옮김, 『SNS 쇼크: 구글과 페이스북,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통제하는가?』(시그마북스, 2011/2012), 97쪽; 이지선·김지수, 『디지털 네이티브 스토리』(리더스하우스, 2011), 72쪽.
  • ・ 조엘 컴·켄 버지, 신기라 옮김, 『트위터: 140자로 소통하는 신인터넷 혁명』(예문, 2009), 144쪽.
  • ・ 이지선·김지수, 『디지털 네이티브 스토리』(리더스하우스, 2011), 72~73쪽, 75쪽.
  • ・ 이택광, 「1장 트위터라는 히스테리 기계」, 이택광 외, 『트위터, 그 140자 평등주의』(자음과모음, 2012), 21~22쪽.
  • ・ 박경철,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리더스북, 2011), 338~339쪽.
  • ・ 「Zuckerberg, Mark」, 『Current Biography Yearbook 2008』, pp. 623~624.
  • ・ Pramod K. Nayar, 『An Introduction to New Media and Cybercultures』(Chichester, UK: Wiley-Blackwell, 2010), pp. 62~63.
  • ・ 셰리 터클, 이은주 옮김, 『외로워지는 사람들: 테크놀로지가 인간관계를 조정한다』(청림출판, 2010/2012), 117쪽.
  • ・ 양윤직, 『TGIF 스토리』(커뮤니케이션북스, 2011), 3쪽.
  • ・ 이준구, 『페이스북 이펙트: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힘』(아라크네, 2010), 28~29쪽.
  • ・ 데이비드 커크패트릭, 임정민·임정진 옮김, 『페이스북 이펙트』(에이콘, 2010), 296쪽.
  • ・ 배영, 「SNS의 사회적 의미」, 조화순 엮음, 『소셜네트워크와 정치변동』(한울아카데미, 2012), 105~106쪽.

강준만 집필자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 대표 저서로는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펼쳐보기

출처

대중문화의 겉과 속
대중문화의 겉과 속 | 저자강준만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한국인을 위한 최고의 대중문화 입문서로 최신 대중문화 현상의 전반적인 작동 방식을 분석한다. 케이팝부터 웹툰까지 대중문화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전체목차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문화 일반

문화 일반과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



[Daum백과] SNS의 인기는 노출증과 관음증 때문인가대중문화의 겉과 속,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