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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비싼 그

고양이와 있는 도라 마르

다른 표기 언어 Dora Maar au Chat
요약 테이블
제작시기 1941년
가격 $95,216,000(999억 원)각주1)
작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파블로 피카소, 〈고양이와 있는 도라 마르〉, 캔버스에 유화 / 129.5×97cm

ⓒ 2014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나에게 그녀는 우는 여자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녀를 고통당하는 형태로 그렸다.
가학증 때문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그녀 자체의 이미지가 나를 이끄는 대로 그린 것이다.
피상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진정한 실체가 담겨 있다.”
-파블로 피카소

“피카소는 도라 마르를 ‘되 마고’라는 카페에서 처음 보았다고 한다. 그때 그녀는 검은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장갑을 벗더니 길고 뾰족한 칼을 들고는 한 손의 손가락을 벌려 테이블 위에 놓고 손가락 사이로 칼을 찔러 꽂기 시작했다. 손을 찌르지 않고 얼마나 손가락에 가깝게 칼을 갖다 댈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때때로 그녀는 칼을 잘못 찔러서 손이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피카소는 그때 도라 마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완전히 매료되었다.”

파블로 피카소의 훗날 애인인 프랑수아즈 질로가 나중에 쓴 책 《피카소와의 나날들(Life with Picasso)》에는 피카소가 도라 마르를 처음 본 순간이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도라 마르가 얼마나 괴팍한 여성인지, 이 일화 하나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피카소는 애인 마리-테레즈 월터가 마야라는 딸을 낳은 직후인 1935년 가을에 새 여인 도라 마르를 만났다. 당시 피카소는 쉰네 살, 도라 마르는 스물여덟 살이었다.

피카소는 수많은 여성과 깊이 사귀었고 그 여성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런데 각 여성마다 제각각 스타일이 다르고 각 여인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도록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왜곡된 이미지 속에서도 누구를 그린 것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도라 마르는 마리-테레즈 월터와 완전 반대되는 성격의 여성이었다. 마리-테레즈 월터는 나이도 어리고 철부지에 스포츠만 좋아했다. 반면, 도라 마르는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로, 괴팍한 면도 있지만 지적이었고, 무엇보다도 피카소와 같은 스페인 사람이라 모국어로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였다. 한편으로는 쉽게 길들일 수 없는 여성이기도 했다.

이런 점이 그림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도라 마르의 초상화는 그 전에 그린 마리-테레즈 월터의 초상화들과 비교해 보면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이 그림을 보면 얼굴은 일그러지고 몸은 각지고 모나게 그려져 있다. 손톱은 무서울 정도로 길고 날카롭다. 한마디로 보기 불편한 그림이다. 이 그림 속 모델이 ‘한 성격’ 하는 여성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어깨에 있는 검은 고양이, 머리에 쓴 개성 강한 모자 등이 이 여성의 강인하고 공격적인 캐릭터를 상징하는 사물로 쓰였다. 아무튼 둥글둥글하고 편안하고 사랑스러웠던 마리-테레즈 월터 초상화들과는 전혀 딴판이다.

고양이, 모자, 의자 등 여러 가지 상징적인 사물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된 점에서 보면 이 그림은 초현실주의 경향이 짙다고 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는 1930년대에 파리에서 시작되었는데, 피카소의 그림에도 1930년대부터 초현실주의 화풍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피카소가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였던 도라 마르를 만나면서 이 경향은 더 뚜렷해진다.

도라 마르를 만나는 동안 피카소의 초상화 스타일이 크게 바뀐 데에는 제2차 세계 대전의 영향도 있었다. 피카소는 1937년부터 1944년 사이에 한창 도라 마르를 그렸는데 이 시기는 제2차 세계 대전(1939~1945년)과 맞물린다. 피카소는 전쟁의 끔찍한 장면을 직접 그리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참상과 사람들의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도라 마르의 성향 못지않게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 역시 피카소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피카소는 마리-테레즈 월터를 통해 건강하고 이상적인 여성미를 표현했다면, 도라 마르를 통해서는 초현실주의적이면서도 괴기스러운 방법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여성성을 표현했다. 앞서 말한 여러 이유로 마리-테레즈 월터 시대에서 도라 마르 시대로 넘어가면서 피카소는 또 한 번 스타일의 대변신을 하게 된다.

이 그림이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온 2006년 5월은 세계 미술 시장이 한창 피크일 때였다. 판매 시기가 아주 좋을 때여서 이 그림은 추정가(5000만~7000만 달러, 525억~734억 원)를 훌쩍 넘겨 9521만 달러(999억 원)에 낙찰이 되었다. 당시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에 이어 미술품 경매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이었다.

초현실주의(Surrealism)
1920년대 파리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미술과 문학의 새로운 경향으로, 이후 20세기 문화 예술의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초현실주의의 리더로 꼽히는 프랑스의 시인 앙드레 브르통은 1924년에 쓴 글 〈초현실주의 성명〉에서 초현실주의 예술을 가리켜 ‘생각을 의식하지 않고 자동 기술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미술에서는 달리의 그림이나 조각에서처럼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꿈에서나 본 듯한 장면을 표현한 것을 초현실주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초기 초현실주의 작가인 디 키리코의 그림에서는 한 화면 안에서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다든지 생활용품이 엉뚱한 곳에 놓여 꿈속 장면 같은 기괴한 느낌을 준다.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평범한 물건과 풍경이 서로 어울리지 않고 왠지 낯설게 배치된 것이라든지 루소의 그림에서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정글 속에 여인이 알몸으로 편안하게 누워 있는 장면 등을 보면, 현실에서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장면들이라 초현실주의의 느낌을 준다. 이 밖에 에른스트, 미로, 피카비아, 탕기, 자코메티, 오펜하임 등을 초현실주의 미술 작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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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 원화 환산 환율은 외환은행에서 제공하는 2014년 1월 1일~6월 30일의 평균환율(고시 회차 최종, 매매 기준 환율)을 따랐습니다.

참고문헌

  • ・ Françoise Gilot & Carlton Lake, Life with Picasso, McGraw-Hill Book Company, 1964, pp.85-86
  • ・ Brigitte Léal, ‘For Charming Dora:Portraits of Dora Maar’, Picasso and Portraiture, The Museum of Modern Art(전시 도록), New York, 1996, pp.385-387

이규현 집필자 소개

미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미술 시장에 대한 현장 경험을 동시에 갖춘 미술 전문가. 《조선일보》 미술 담당 기자를 거쳐 아트 마케팅 회사인 이앤아트를 설립하여 미술 전시 기획과 홍보, 아트 마케..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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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 저자이규현 | cp명알프레드 도서 소개

미술품 거래 역사상 가장 비싼 그림들을 정리하고 각 작품의 예술사적 가치와 비싸게 거래된 이유들을 소개한다.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개한 내용과 각 작..펼쳐보기

전체목차
1.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위부터 100위까지! (2014년 기준) 1위. 폴 세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2위. 파블로 피카소, 〈꿈〉 3위.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습작 삼부작〉 4위. 잭슨 폴록, 〈넘버 5〉 5위. 윌렘 드 쿠닝, 〈여인 3〉 6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 7위. 에드바르 뭉크, 〈절규〉 8위. 재스퍼 존스, 〈깃발〉 9위. 파블로 피카소,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 10위. 앤디 워홀, 〈실버 카 크래시(이중 참사)〉 11위. 파블로 피카소, 〈파이프를 든 소년〉 12위. 알베르토 자코메티, 〈걷는 남자 I〉 13위. 앤디 워홀, 〈여덟 개의 엘비스〉 14위. 파블로 피카소, 〈고양이와 있는 도라 마르〉 15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I〉 16위. 마크 로스코, 〈오렌지, 레드, 옐로〉 17위. 프랜시스 베이컨, 〈삼부작〉 18위. 바넷 뉴먼, 〈블랙 파이어 I〉 19위. 빈센트 반 고흐, 〈가셰 의사의 초상〉 20위. 프랜시스 베이컨, 〈존 에드워즈 초상 습작 삼부작〉 21위. 클로드 모네, 〈수련 연못〉 22위. 재스퍼 존스, 〈부정 출발〉 23위. 앤디 워홀, 〈청록색 매릴린〉 24위. 파블로 피카소, 〈비둘기를 안고 있는 아이〉 25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디아나와 악타이온〉 26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 27위. 페테르 파울 루벤스, 〈유아 대학살〉 28위. 마크 로스코, 〈넘버 1(로열 레드와 블루)〉 29위. 마크 로스코, 〈화이트 센터〉 30위. 앤디 워홀, 〈그린 카 크래시(녹색의 불타는 자동차 I)〉 31위. 한스 홀바인, 〈다름슈타트의 성모(마이어 가족과 함께 있는 성모)〉 32위. 빈센트 반 고흐, 〈턱수염이 없는 자화상〉 33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디아나와 칼리스토〉 34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알폰소 다발로스 후작의 초상〉 35위. 치바이스, 〈송백고립도 전서사언련〉 36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침대 의자에 앉아 있는 누드(아름다운 로마의 여인)〉 37위. 토머스 에이킨스,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 38위. 마크 로스코, 〈무제〉 39위. 왕몽, 〈치천이거도〉 40위. 프랜시스 베이컨, 〈말하고 있는 조지 다이어의 초상〉 41위. 윌렘 드 쿠닝, 〈가제트 형사〉 42위. 앤디 워홀, 〈그녀의 남자들〉 43위. 앤디 워홀, 〈인종 폭동〉 44위. 클리퍼드 스틸, 〈1949-A-넘버 1(PH-89)〉 45위. 폴 세잔, 〈커튼, 주전자, 그리고 과일 그릇〉 46위.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 구성 회화〉 47위. 제프 쿤스, 〈풍선 개(오렌지색)〉 48위. 잭슨 폴록, 〈넘버 19〉 49위. 빈센트 반 고흐, 〈조제프 룰랭의 초상〉 50위. 앤디 워홀, 〈코카콜라(3)〉 51위. 빈센트 반 고흐,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52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꽃 모자를 쓴 여인〉 53위. 파블로 피카소, 〈팔짱을 끼고 있는 여인〉 54위. 빈센트 반 고흐, 〈붓꽃〉 55위. 알베르토 자코메티, 〈크고 좁은 두상〉 56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두상〉 57위. 프랜시스 베이컨, 〈이노센트 10세 습작〉 58위. 프랜시스 베이컨, 〈삼부작〉 59위. 파블로 피카소, 〈피에레트의 결혼〉 60위. 파블로 피카소, 〈앙헬 페르난데스 데 소토의 초상〉 61위. 마크 로스코, 〈넘버 15〉 62위. 파블로 피카소, 〈정원에 앉아 있는 젊은 여인〉 63위. 장-미셸 바스키아, 〈더스트헤즈〉 64위. 앙리 마티스, 〈후면 누드 4〉 65위. 라파엘로 산치오, 〈젊은 사도의 두상〉 66위. 파블로 피카소, 〈요, 피카소〉 67위. 빈센트 반 고흐, 〈밀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촌부〉 68위.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 〈양손을 허리에 대고 있는 남자〉 69위. 라파엘로 산치오, 〈뮤즈〉 70위. 마크 로스코, 〈넘버 11〉 71위. 리커란, 〈만산홍편〉 72위. 앙리 마티스, 〈뻐꾸기, 푸른색과 분홍색의 카펫〉 73위. 프랜시스 베이컨, 〈투우 습작 1번 두 번째 버전〉 74위.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근대 로마:캄포 바치노〉 75위. 파블로 피카소, 〈검은 팔걸이의자에 누워 있는 누드〉 76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잠자는 여인〉 77위. 프랜시스 베이컨, 〈거울에 비친 글 쓰는 형상〉 78위. 파블로 피카소, 〈창가에 앉아 있는 여인〉 79위. 바넷 뉴먼, 〈원먼트 6〉 80위. 앤디 워홀, 〈1달러 지폐 200장〉 81위. 클로드 모네, 〈수련〉 82위. 앤디 워홀, 〈자유의 여신상〉 83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방이 다 보이는데!···아무도 없어!〉 84위. 프란체스코 과르디, 〈베네치아:카르본 거리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리알토 다리〉 85위. 프랜시스 베이컨, 〈자화상〉 86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아···알았어···〉 87위. 구스타프 클림트, 〈카소네의 교회(사이프러스가 있는 풍경)〉 88위. 쉬베이훙, 〈세상이 평화로워 농사가 즐겁다〉 89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 90위. 폴 세잔, 〈사과〉 91위. 파블로 피카소, 〈튤립이 있는 정물화〉 92위. 클로드 모네, 〈아르장퇴유의 철도교〉 93위. 앤디 워홀, 〈흰색 매릴린〉 94위. 파블로 피카소, 〈라팽 아질에서〉 95위. 파블로 피카소, 〈책 읽는 여인〉 96위. 빈센트 반 고흐,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97위. 에드워드 호퍼, 〈위호켄의 동풍〉 98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테제 호숫가의 리츨베르크〉 99위. 잭슨 폴록, 〈넘버 4〉 100위. 프란츠 클라인,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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