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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ant는 ‘학자, 석학, 서번트’로, “to know”의 뜻을 가진 프랑스어 savoir에서 유래한 말이다. “He is a self-styled scholar. or He is a savant in his own estimation(그는 제 깐에는 대학자나 된 줄 안다)”이라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그냥 ‘서번트’라고 쓸 때는 주로 전반적으로 정상인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나 특정 분야에서만은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뜻한다. 이 의미의 savant는 idiot savant(백치천재, 저능아 천재)를 줄인 말인데, 1887년 영국 런던의 내과의사 존 랭던 다운(John Langdon Down, 1828~1896)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Dustin Hoffman played the odd, card－counting idiot savant in the movie “Rain Man”(더스틴 호프만은 영화 〈레인 맨〉에서 카드를 기억하는 이상한 정신병 환자를 연기했다).^각주1)

사실 많은 사람이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에 익숙해진 건 1988년에 나온 최고의 흥행 영화 〈레인 맨〉 이후부터였다. 이 영화에 나오는 레이먼드 배빗(Raymond Babbitt)이라는 등장인물은 1만 권의 책 내용을 암기하고 특히 스포츠, 지리, 역사 등의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자세히 기억할 수 있었던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았다. 그는 읽는 속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빨랐음에도 측정된 IQ는 낮았다고 한다.^각주2)

백치천재는 사실 ‘백치’도 아니고 지체아인 것도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자폐증(autism)을 보인다. 자폐증은 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독자적인 실체로 인정받았는데, 자폐증 환자의 10퍼센트 이상이 백치천재 재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중의 주목을 쉽게 끌 수 있기 때문에 음악 능력이 서번트 재능 가운데에서도 가장 흔하고 극적인 것으로 다루어진다.^각주3) 서번트 능력은 기계적인 기억만이 아니라 구성이나 공간지각 분야에서도 자주 나타나 어린 나이에 ‘천재 화가’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각주4)

왜 지적 장애를 지녔는데도 어떤 면에선 특별한 재능을 보일 수 있는 걸까? 그 이유를 설명한 이론 중에 ‘뇌 보상 이론’이 있다. 한쪽 뇌가 손상되면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다른 쪽 뇌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좌뇌가 손상되어 있고, 손상된 좌뇌의 기능을 우뇌가 대신하며 그 기능을 수행하면서 두뇌 시스템이 특별하게 발전한다. 즉,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은 계산이나 암기를 할 때 좌뇌 대신 우뇌를 독특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음악이나 이미지를 이용해 기억하거나 계산하는 방식이다.^각주5)

일부 전문가들은 서번트 증후군은 놀라운 기억력이나 계산력을 발휘하는 경우라기보다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잠재된 능력이 드러나는 사례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아지트 바르키(Ajit Varki)와 대니 브라워(Danny Brower)는 『부정본능』(2014)에서 “즉 우리 뇌는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계산기여서 깊은 의식의 내면에 복잡한 인식 능력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런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사례는 뇌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 가끔씩 서번트와 비슷한 능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적절한 사례로 이전에는 평범했던 사람이 치매를 겪으면서 새롭고 천재적인 예술 능력을 얻기도 한다. 뇌 손상이나 치매의 경우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의식이 뇌의 어떤 부위에 손상을 입어 정상적이던 기능은 줄어들고 예외적인 능력이 깨어나게 된 것이다.……이 모든 사례들은 우리의 뇌가 예상보다 훨씬 더 유능한 계산 장치임을 분명히 보여준다.”^각주6)

이런 유형의 서번트 증후군을 acquired savant syndrome이라고 하는데, 대럴드 트레퍼트(Darold Treffert)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319명의 서번트 가운데 32명이 acquired savant syndrome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각주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