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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인문학
이야기 3 왜 백인 남성이 39일간 흑인으로 변장했는가
몰입 저널리즘
immersion journalism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과 비슷한 저널리즘으로 ‘immersion journalism(몰입 저널리즘)’이 있다. 그냥 immersionism이라고도 한다. 기자가 취재 현장의 상황에 자신을 몰입시키는 저널리즘인데, 곤조 저널리즘과 다른 점은 기자 개인을 가급적 배제하고 기자가 겪은 경험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비판자들은 몰입 저널리즘이 지나치게 주관적이며 선정적인 ‘스턴트 저널리즘(stunt journalism)’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각주1)
그렇지만 몰입 저널리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존 하워드 그리핀(John Howard Griffin, 1920~1980)의 『블랙 라이크 미(Black Like Me)』(1961)라는 책을 보면 몰입 저널리즘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백인 남성인 그리핀은 39세이던 1959년 11월 7일부터 12월 15일까지 흑인으로 변장한 채 ‘딥 사우스(deep south , 미국 최남부로 사우스캐롤라이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지역을 홀로 여행했다. 어느 흑인이 자신에게 “백인이 인종차별 현실에 관해 어떤 것 하나라도 이해하려면 어느 날 아침 흑인 피부색을 하고 깨어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 걸 듣고서 시도한 모험이었다.
그는 피부를 검게 하기 위해 색소 변화를 일으키는 약을 먹고 며칠 동안 강한 자외선으로 온몸을 쬐었으며 삭발을 했다. 그는 남부의 흑인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 이야기를 하고 음식과 잠자리를 나눴다. 백인을 만나면 머리를 조아렸으며 눈앞에 보이는 깨끗한 화장실 대신 흑인이 사용하도록 허용된 화장실을 찾아 거리를 헤맸다. 여정을 마친 그는 색깔을 빼고 백인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 돌아가 일기 형식의 책을 썼다. 그게 바로 『블랙 라이크 미』였다.
그리핀은 이 책에서 “내가 가진 개인의 자질을 보고 나를 판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모든 사람이 내 피부색을 보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리핀이 남부에서 만난 백인들은 흑인인 그에게 상냥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것은 표면에 불과했다. 겉으론 상냥하지만 흑인은 원래 열등하고 지저분하고 성도착이 심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편견과 위선이 너무나 쉽게 드러났다.
특히 백인 여자를 가장 조심해야 했다. 그리핀이 여행 중 흑인들에게서 들은 충고에 따르면, “백인 여자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해야 해요. 사실 땅바닥을 보거나 다른 데를 봐야죠.……백인들은 이 문제에서는 정말 까다로워요. 당신은 백인 여자가 있는 방향으로 쳐다보고 있는 줄 모를 수도 있지만, 백인들은 거기에서 다른 뭔가를 끄집어내려고 해요”.각주2)
이런 문제들을 까발린 『블랙 라이크 미』에 대한 미국 사회의 반향은 대단했다. 이 책은 1961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1964년엔 제임스 휘트모어(James A. Whitmore, 1921~2009)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소재 자체가 선정적이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백인들의 치부가 백일하에 드러난 데 대한 분노도 일었다. 텍사스주 맨스필드(Mansfield)에 살던 그리핀 가족은 위협적인 분위기 때문에 9개월간 멕시코로 거처를 옮겨야 했을 정도였다. 그가 60세에 사망하자 피부를 검게 만들기 위해 먹은 메톡살렌(methoxsalen)이라는 약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설이 떠돌기도 했다.각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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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몰입 저널리즘 –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3,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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