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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인문학
이야기 3 시크릿 열풍'의 비밀은 무엇인가?
시크릿
The Secret호주 방송인 론다 번(Rhonda Byrne, 1951~)의 『시크릿(The Secret)』(2006)은 2006년 영화와 책 형태로 동시에 발표되었는데, 두 가지 모두 경이적인 성공을 거두어 DVD는 200만 장 이상, 책은 400만 권 이상 판매되었다. 『시크릿』은 46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1,900만 부 이상 팔려나감으로써 전 세계에 걸쳐 ‘시크릿 열풍’을 불러일으켰다(2007년 기준).49 『시크릿』은 한국에서도 2007~2008년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교보문고가 2010년 지난 11년간의 누적 도서 판매량을 집계했더니, 『시크릿』이 1위였고, 2, 3위도 같은 자기계발 계열의 『연금술사』, 『마시멜로 이야기』였다.각주1)
『시크릿』이 누린 인기의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론다 번은 양자물리학을 끌어들여 과학적 후광효과를 노린 동시에 자신이 경험담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예컨대, 그녀는 자신이 안경 없이도 잘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뒤 실제로 안경을 벗어 던질 수 있었고, 식이 조절 없이 그저 날씬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말한다.각주2)
론다 번은 그런 ‘권위’를 앞세워 “살찐 사람들을 보게 되면 시선을 오래 주지 말고 마음을 즉시 딴 데로 돌려 당신의 완벽한 몸을 상상하고 느끼는 데 집중하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는 이렇게 꼬집는다. “번은 뚱뚱한 사람들을 시야에서 차단함으로써 체중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칼로리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다. 70킬로그램이 넘는 여학생 회원들을 쫓아내기만 하면 된다.”각주3)
더글러스 러시코프(Douglas Rushkoff)는 “『시크릿』 자체가 다단계 상술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상품을 팔아먹고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시크릿』의 지지자이자 유명한 자기계발 구루인 잭 캔필드, 밥 프록터, 마이클 벡위드는 팀을 이루어 ‘『시크릿』으로 부자 되자’는 일종의 다단계 영업을 시작했다. 소위 ‘부자 되기의 과학’으로 불리는 이 과정에 참여하려면 1,995달러를 내면 된다. 부자가 되는 데 단 하나 조건이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친구들을 이 과정에 끌어들일 정도로 부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해야 한다는 것이다.”각주4)
비키 쿤켈(Vicki Kunkel)은 『본능의 경제학: 본능 속에 숨겨진 인간 행동과 경제학의 비밀(Instant Appeal: The 8 Primal Factors That Create Blockbuster Success)』(2008)에서 『시크릿』이라는 책과 더불어 영화 〈시크릿〉이 컬트적 추종자들을 형성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동족 상관성(kinship relevancy)’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족 상관성은 우리가 세상 속에서 대체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과 우리 자신을 연결 짓는 과정에서 한 집단이 조력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일부 기업들은 인사관리 활동에서 동족 상관성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는 웹사이트의 입사 지원 사이트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지원 절차는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과정은 사실 정보와 세세함, 프로그래밍, 그리고 복잡한 절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유형의 작업이다. 여기서부터 코드가 다른 사람들을 걸러낸다는 것이다.각주5)
“〈시크릿〉은 자기계발 분야와 형이상학, 점성학, 수비학(秘學), 기타 관련 학문들의 실천가들을 타깃 그룹으로 삼아 대대적인 인터넷 입소문 마케팅을 벌였다. 이 영화의 마케터들은 무차별적으로 대중의 뒤를 쫓지 않았다. 이들의 대상은 이미 영화의 구상과 신념을 믿고 있는 작은 무리의 리더들이었다. 온라인집단의 리더들에게 영화의 티저 영상이 발송됐고, 티저 영상을 본 리더들은 그 정보를 마음이 맞는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시크릿〉이 미국 주류 사회로 들어가 매스 마켓에서의 성공에까지 이른 것은 이 무리들 내에서 정보가 충분히 파급되어 외부로까지 흘러나가면서부터였다.”각주6)
실존주의적 심리치료 전문가인 카를로 스트렝거(Carlo Strenger)는 ‘시크릿 열풍’의 원인을 출판 산업의 구조조정과 기업의 필요에서 찾는다. 전통적인 출판사는 대부분 책에 무관심한 경영자가 경영하는 거대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기업에 인수되었기 때문에 돈을 버는 데에만 집착하며, 기업은 ‘희망과 열정의 전도사’임을 자처하는 동기부여 강사들에게 많은 돈을 바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내게 강연을 의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교육 담당자는 경영자가 내 강연을 듣고 ‘행복해지기를’ 기대하는 한편, 내 강연이 지적 노력을 요구할까봐 노심초사한다. 그래서 강연 내용이 단순하고 긍정적인지 조심스럽게 물어온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육 담당자의 이런 행태는 아주 이상한 일이다. 내 강연을 듣는 경영자들은 모두 대학을 나왔으며, 경영학 석사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도 많고, 박사 비율도 상당하다. 그런데도 왜 내 강연 내용이 어려울까봐 걱정하는가? 왜 경영자에게 생각할 거리보다는 ‘희망’만 주려고 하는가? 경제 전문가나 마케팅 전문가에게 교육 받을 때는 두루뭉술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과 관련해서는 교육이나 정보가 아닌 정신적 위안을 원한다. 이것은 그만큼 기업에 정신적 위안이 절실한 상황이며 호모 글로벌리스(homo globalis, 세계화 시대의 신인류)가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음을 방증한다.”각주7)
그런 정신적 위안을 제공하는 『시크릿』은 이른바 ‘신사고 운동(New Thought Movement)’ 대중화의 정점을 기록한 책이다. 리처드 루멜트(Richard P. Rumelt)는 “신사고 운동의 놀라운 점은 언제나 새로운 사상인 양 소개된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이미 수차례 반복된 이야기를 새롭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의식적인 암송은 강한 열망을 품으면 마술처럼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통해 이루어진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명상이나 내적 성찰이 영혼을 완벽하게 만들어주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생각이 물리적 세계를 바꾸며, 성공만을 생각하면 실제로 성공한다는 주장은 전략적 토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분석은 부정적인 결과를 포함한 현실적인 가능성에 대한 고려로 시작된다. 나는 사고의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설계한 비행기는 절대 타지 않을 것이다.”각주8)
2008년 『타임』에 실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하나님 탓일까?」라는 기사는 금융 위기를 조장한 번영 설교 목사들의 역할을 지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종교학 교수 조너선 월턴(Jonathan Walton)은 조엘 오스틴(Joel Osteen) 같은 목사들이 “하나님은 은행이 내 신용점수를 무시하도록 해주시고 내가 처음으로 소유한 집을 축복해주신다”고 말하면서 “저소득 계층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걱정하지 않도록 안심시켰다”고 꼬집었다. 긍정적 사고와 서브프라임 위기가 분명히 관련되어 있다고 본 케빈 필립스(Kevin P. Phillips, 1940~)는 『나쁜 돈(Bad Money: Reckless Finance, Failed Politics, and the Global Crisis of American Capitalism)』(2007)에서 오스틴과 함께 『시크릿』의 저자 론다 번을 비난했다.각주9)
『시크릿』은 미심쩍은 과학적 논리 이외에 다른 문제점들도 있다. 첫째, 원하는 바를 끌어당기는 데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가되는 비난이다. 둘째, 엉뚱한 일에 노력을 집중케 함으로써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회피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각주10) 이와 관련, 스티브 샐러노(Steve Salerno)는 『사기: 자기계발 운동이 어떻게 무력한 미국인을 만들었는가(Sham: How the Self-Help Movement Made America Helpless)』에서 이른바 SHAM(Self-Help and Actualization Movement의 앞 글자를 딴 단어)에 대한 대중적 호응으로 엄청난 비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각주11)
일부 경영자들도 『시크릿』에 열광했다. 스티븐 E. 크레이머라는 경영자는 “영업자들에게 〈시크릿〉 DVD를 보게 했더니 즉시 사기와 목표치가 올라가고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시크릿〉 DVD를 보게 했는데, 반발하는 직원도 있었다. N. 밴 버스키크란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직장에서 이 DVD를 틀어주었다. 신경에 거슬렸다. DVD 내용이야 말할 것도 없이 한심했지만, 세뇌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게 진짜 문제였다. DVD를 반쯤 보고는 자리를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각주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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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시크릿 –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3,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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