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가격과 유통 여건

배의 생산량은 1990년 15만 9,000톤이었으나, 그 이후 재배 면적의 증가에 따라 2000년 처음으로 30만 톤을 상회하여 2008년 사상 최대치인 47만 1,000톤을 생산하였다. 이후 재배 면적의 감소와 태풍 등 기후적인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10월 가격을 기준으로 생산량과 가격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생산량이 20만 톤 이하였던 1990년대에는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다. 2000년 이후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최근 생산량의 감소로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은 생산량의 증감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가격 하락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재배 면적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관측과 정보의 확산이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수요 확대를 위한 품질 향상, 하품의 생과용 유통 감축, 기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 등과 더불어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 확대는 농가나 지역 단위에서는 한계가 있어, 전국 단위의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배 월별 시장 반입량의 구성비를 보면 추석이 있는 9월에 가장 많으며10월~익년 1월까지는 해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7~16%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1990년대 초에는 생산량의 대부분이 1월 설날까지 출하가 완료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저장에 의한 출하 조절의 기대 수익 수준이 높아 5~7월까지의 출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저온 저장고의 보급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외국산 과일류의 수입 증가와 후식용 과채류의 시설재배 증가 등으로 저장과일의 수요가 감소하였다. 2001년산과 2002년산 배의 경우 2월 이후 가격이 하락하여 저장하면 할수록 농가의 손실이 크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배 가격의 월별 변동 추이를 보면 주 수확기인 10월부터 2월까지는 변동 폭이 적으나 3월 이후부터는 변동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 가격은 대부분 수확기인 10월에 가격이 결정된다. 11월 이후부터는 10월 가격을 기준으로 매년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유통경로와 유통 비용

농산물의 대표적인 유통경로는 “생산자→(산지 공판장, 생산자 단체, 산지 유통인)→도매상→소매상→소비자”이다. 2011년 천안에서 출하된 배의 경우를 보면 유통에 참여하는 주체가 많아지면서 유통경로가 매우 다양화되었다.

1990년대 후반 대형 유통업체가 농산물 유통에 등장하면서 농산물 유통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990년대 초에 무역자유화에 따라 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의 대형 유통업체가 농산물시장에 참여하였다. 이어 국내자본의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 하나로클럽 등이 참여하였다. 이들의 참여로 “생산자(혹은 생산자 단체)→대형 유통업체→소비자”의 단축된 새로운 유통경로가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2011년 농수산물유통공사의 배 유통마진 조사 결과 천안에서 서울로 출하된 배 kg당 소비자 구입 가격은 4,127원이며 농가수취 가격은 52.7%인 2,173원으로 유통 비용은 4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 단계는 소매 단계로 유통 비용의 52.2%를 점유하고 있다.

유통경로별 유통 비용을 보면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생산자 → 생산자 단체 → 하나로클럽 → 소비자”의 유통경로가 가장 유통 비용이 낮고 농가수취율은 54.7%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통효율의 증진으로 출하 단계의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유통 단계의 축소에 따른 도매단계의 유통 비용이 절감되었기 때문이다.

C경로의 경우 농협이 참여하고 있어 농가수취 가격 제고에 효과가 컸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는 유통효율 제고 효과가 농가수취 가격 제고보다는 소비자 구입 가격의 인하로 나타나, 생산자보다는 소비자에게 그 혜택이 가는 비중이 큰 경우가 많다.

대형 유통업체를 통한 유통경로에서는 소비자의 수요가 바로 시장에 표출되어 생산과 유통이 소비자 지향적으로 전환될 것이며, 대형 유통업체의 농산물 유통부담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데 대형 유통업체를 통한 유통은 가격 결정 방식, 농산물의 산지 처리 방식 등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유통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농가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