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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시절 황제의 공차(貢茶)로 쓰일 정도로 역사도 오래되고 품질도 뛰어나다. 그러나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많은 공을 들여야 해 공급량이 줄어들고, 이러다보니 수요 또한 부족해 중국에서도 생산량이 점차 줄고 있다.
황차(yellow tea)는 외형상으로는 녹차와 비슷해 구별하기 쉽지 않다. 신선하고 푸르며, 단정한 찻잎이 그러하다. 그러나 그 푸른 찻잎에 기분 좋은 아주 가벼운 황금색의 기운이 서려 있다. 외형뿐 아니라 가공 과정도 녹차와 비슷한 면이 많다. 그러나 녹차와 달리 떫은맛은 거의 없고 부드러우면서 달콤하며 또한 신선하고 산뜻한 기운이 있다.
신선하고 산뜻한 맛은 녹차와 마찬가지로 이른 봄의 싹이나 어린잎을 채엽하기 때문이며, 부드럽고 달콤한 맛은 황차의 가장 큰 특징으로 생산에서의 민황(悶黃) 과정 때문이다.
민황은 채엽한 찻잎을 살청과 아주 약한 유념을 거친 뒤(생략할 수도 있다) 더미로 쌓아놓고 천으로 덮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동안 두는 과정이다. 이렇게 천으로 덮어놓으면 찻잎 더미에서 열이 발생한다. 이 기간의 중간 중간 가해지는 증기를 통한 가벼운 습도 조절로 찻잎의 화학적 성질이 변화하며 이로 인해 차의 향과 맛이 좀더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증기를 가하는 기간, 횟수 그리고 천으로 덮는 방법 및 덮어두는 시간 등이 차의 품질과 맛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 동안에도 덮고 있는 천을 통해 찻잎에 공기가 공급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황차의 독특한 맛과 향이 생긴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 민황 과정을 약한 발효 과정으로 보는 견해와 제한된 산소 공급으로 산화를 매우 천천히 그리고 길게 하는 과정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분명한 점은 일정 시간 차를 쉬게 하는 민황이라는 과정을 통해 황차가 숙성된, 부드럽고 달콤한 특징을 지닌 차로 변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황차로는 안후이 성의 곽산황아, 허난 성의 군산은침, 쓰촨 성의 몽정황아 등이 있다. 특히나 이들의 외형은 깔끔하고 단정하며 부서진 조각은 포함되지 않는다. 크기 또한 균일하고 약간의 황색톤이 가미된 생동감 있는 녹색이다.
이른 봄 아직 솜털이 덮여 있는 건강한 싹들로 가공된 황차는 우릴 때도 백차나 녹차처럼 끓은 뒤 조금 식힌 물을 써야 한다. 그래야만 황차 본연의 부드러운 맛을 잘 살릴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지금은 녹차와 우롱차는 말할 것도 없이 백차까지도 중국 외에 인도와 스리랑카 등에서 생산한다. 하지만 수요가 없어서인지 혹은 생산 과정의 어려움 때문인지 황차를 생산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생산, 판매되는 황차 중에 하동에서 만들어지는 한 제품의 가공 과정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전혀 다른 과정을 거치는데, 일단 살청 과정이 없고 대신 채엽 후 햇볕 아래에서 위조를 한다. 그다음 강한 유념 후 민황 과정에 들어간다. 민황만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가공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완성된 찻잎의 외형 및 맛과 향이 전혀 다르다. 한국의 황차는 이름이 같더라도 중국의 황차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며 결코 중국차를 닮으려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 어느 서양 차 전문가의 말이 정확한 것 같다.
다음은 군산은침에 대한 필자의 시음기다.
언뜻 느끼기에는 녹차와 비슷한 구수한 맛이지만 떫은맛이 전혀 없는 아주 부드러운 차다. 또한 신선하고 단백함, 깔끔함이 조화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우아함을 풍긴다.
모범생같이 단정하고 균일하며 싹의 모습을 흐트러짐 없이 온전히 갖고 있는, 회색을 띤 녹색의 외형에서도 이 차를 만든 사람의 정성이 전달되는 듯하다.
수색은 백차와 비슷하면서도 옅은 미색을 띠고 있다. 우려지는 유리 티포트 속에서 아래로 코를 박고 일렬로 선 또렷하고 무척이나 예쁜 싹의 모습을 보고 새삼 중국차에 대한 경외감이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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