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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서 꼭
봐야 ... 로베르 캉팽
〈벽난로 앞의 성모자상〉
저작자 | 로베르 캉팽(Robert Campin, 1375~1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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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시기 | 1430년 |
고대 그리스 · 로마의 미술을 부활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빼어난 사실주의에 특유의 과장을 더한 ‘이상화’ 작업에 몰두했다. 반면 오늘날의 벨기에와 네덜란드 일부 지역을 일컫는 15세기 플랑드르의 미술은 정교한 사실주의를 고수하면서도 인물의 이상화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로베르 캉팽(Robert Campin, 1375~1444)이 공방의 제자들과 함께 작업한 〈벽난로 앞의 성모자상〉만 봐도 이탈리아인들이 그리던 ‘빼어난 미모에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마리아는 없다. 그저 이웃집 아줌마처럼, 부은 것인지 살이 찐 것인지 모를 다소 비대한 얼굴의 마리아가 바늘로 그린 것처럼 섬세한 여러 가지 기물을 배경으로 한 채 아기 예수에게 젖을 물리려고 한다.
중세에는 성모자상의 배경을 현실적인 공간과 구분하기 위해 주로 ‘천상의 빛’인 황금색으로 표현했다. 그러다 르네상스가 무르익으면서 이탈리아인들은 그 배경을 너른 대자연으로 바꾸거나,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선조들이 살던 고대 로마의 건축물이 가득한 곳으로 설정하곤 했다. 그러나 로베르 캉팽을 선두로 한 플랑드르 미술가들은 주로 성공한 상인, 즉 주문자의 가정 안에 성모자를 그려넣곤 했다.
상업으로 부를 거머쥔 평민 출신의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번듯한 가정을 일구고 사는지를 그림을 통해 과시하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그저 돈만 밝히는 탐욕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신앙심이 깊은 천국의 신민임을 밝히고자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주문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화가들은 ‘좀 산다’ 하는 부르주아의 실내 장식품에 종교적 상징성을 불어넣곤 했다.
우선, 마리아의 머리 뒤에 있는 둥근 왕골 가리개는 ‘현실적인 눈’을 가진 로베르 캉팽과 제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후광을 대신하여 선택한 것이다. 마리아가 기대고 있는 의자 역시 당시로는 값 좀 나가는 평범한 가구처럼 보이지만, 모퉁이에 사자상을 그려 넣어 솔로몬이 앉았다는 사자상 장식 의자를 상기시킨다. 족보로 따지자면 마리아는 결국 솔로몬의 후예인 셈이다. 그림 오른쪽 탁자 위에는 미사 때 사용하는 성배가 놓여 있다. 그러고 보니 아기 예수는 아마도 자신이 그 성배에 담길 포도주처럼 붉은 피를 흘리며 앞으로 죄에 빠진 인간들을 구원하게 될 거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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