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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아 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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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소크라테스 이전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주요학파.

개요

BC 5세기 이탈리아 남부의 그리스 식민지 엘레아에서 번성했던 이 학파의 특징은 극단적 일원론이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 자체로 충만하며 존재와 대립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따라서 분화·운동·변화는 모두 환상일 뿐이라고 보았다. 엘레아 학파에 대한 연구는 고고학자들의 발굴과 문헌자료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엘레아를 발굴해 이 학파를 세운 합리주의파르메니데스의 흔적을 찾아냈다.

파르메니데스

최초의 형이상학자이다.

ⓒ BjörnF~commonswiki/wikipedia | CC BY-SA 3.0

문헌자료는 후대의 저술가들이 기록해놓은 단편들로서 파르메니데스의 글 19편, 파르메니데스의 제자이며 운동에 관한 역설로 유명한 제논의 글 4편, 파르메니데스 제자인 사모스 섬 출신의 멜리소스의 글 10편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글들조차도 대부분 몇 줄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다.

다른 학파와의 경쟁

엘레아 학파의 철학자들은 각기 독특한 이론을 주장했다.

파르메니데스는 사유의 직접적·논리적인 경로를 탐구했고 존재를 유한하고 무시간적인 것으로 보았다. 제논은 파르메니데스의 주장을 옹호했지만, 그와는 달리 간접증명법인 귀류법과 무한누진법을 이용했다. 멜리소스는 파르메니데스의 이론을 수정하여 존재를 무한히 크고 시간적으로 영원한 것으로 보았다.

방법론에서 엘레아 학파는 BC 6세기 밀레토스 학파의 경험적 접근법을 비판했다.

엘레아 학파는 감각적 인식을 부정했으며, 실재는 움직이지 않으며 유일하고 존재로 충만한 것으로서 극히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합리주의적 접근법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파르메니데스는 순수 존재론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진다. 파르메니데스의 시에 나오는 '진리의 길'에 근거한 엘레아 학파의 존재론은 존재를 비존재와 함께 생각한 다른 학설들과 대립된다. 비존재를 부정함에 따라 파르메니데스는 존재를 대립자의 조화로 보는 헤라클레이토스, 철학의 근거를 유한한 세계에 두면서도 이를 추상적인 '아페이론'(규정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한 아낙시만드로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파르메니데스와 멜리소스의 엄격한 존재론

파르메니데스는 자신의 학설을 〈자연에 대하여 Peri physeos〉라는 시를 통해 밝혔다.

이 시는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서시는 그와 여신 알레테이아가 나눈 대화로서 여신은 그에게 존재의 진리성과 인간에게 보이는 것의 허구성을 알려주었다고 씌어 있다. 2번째 부분으로 본론격인 '진리의 길'은 유일하게 참된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번째 부분인 '억견(臆見)의 길'은 경험 세계에 대한 인간의 견해가 갖는 기만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논리학적·언어학적 탐구

파르메니데스 철학의 핵심은 '탐구의 길'에 대한 구분에 있다.

가능한 '탐구의 길'은 3가지가 있다. 즉 첫째, 모든 모순을 부정하는 길(진리), 둘째, 상대적인 모순의 길(억견, 예를 들어 '책은 책이고 탁자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 셋째, 완전하고 절대적인 모순의 길이다. 3번째 길의 대표적 인물인 헤라클레이토스는 사물 속에 존재하는 대립자의 본질적 모순을 파악하는 것이 사물을 이해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엘레아 학파는 있는 것 곧 존재야말로 진정한 진리라는 입장에서 궁극적으로 모순이 존재하지 않는 첫번째 길을 택했다.

파르메니데스에 따르면, 비존재는 인식될 수도 표현될 수도 없다.

그리고 그는 존재, 존재에 대한 사유, 지식의 언어적 표현을 동일시했다. 엘레아 철학의 주요근원은 고대의 언어관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어떤 진술에 대해 그 대상의 실재성과 비실재성을 판단하지 않고서는 '예' 또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다. '예' 또는 '이다'는 진리의 이름이고 '아니오' 또는 '아니다'는 그 반대의 이름이다.

존재에 대한 일원론

언어와 실재의 본질적 일치를 전제로 파르메니데스 철학의 핵심인 존재론이 나온다.

파르메니데스에 의하면 참된 유일한 실재인 '에온'은 순수하고 영원하고 불변하고 파괴불가능한 존재이므로 어떤 다른 존재 또는 비존재로부터 생겨나지 않는다. 멜리소스는 존재가 과거·현재·미래에서 영원히 계속된다고 주장했지만 파르메니데스는 '~일 것이다'와 '지금까지 ~이었다'는 '~이다'와 결코 같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의 귀결로서 생성·운동·성장·소멸 등의 모든 변화는 부정된다.

변화는 2차적 수준의 실재에 속하며 2차적 '탐구의 길'을 통해서만 알려지고 표현된다. 참된 존재는 그 자신 속에 아무런 차이·부족·변화도 갖지 않는다. 멜리소스는 파르메니데스의 제자답게 모든 형태의 케논(빈 공간)을 부정하고 '모든 존재는 모든 존재와 이웃한다'고 하여 존재의 절대적 충만을 주장했다.

제논의 역설

제논의 견해는 플라톤의 대화편 〈파르메니데스〉의 첫 부분에 나온다.

여기서 제논은 파르메니데스의 비판자들이 전제하고 있는 '폴라'(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존재) 개념의 난점이 모든 실재를 유일하고 보편적인 존재로 환원한 파르메니데스의 난점보다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귀류법으로 증명함으로써 그들을 논파하고 스승의 철학을 변호하려 했다.

다수성의 제논에 대한 4가지 반대 논증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사물이 하나보다 많다면 사물은 수적으로 유한하면서 동시에 무한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사물은 일정하게 셀 수 있는 것이므로 유한하다. 그러나 분리된 2개의 사물 사이에는 제3의 사물이 존재해야 하며 제3의 사물과 제1의 사물 사이에 제4의 사물이 존재해야 한다. 이것은 무한히 반복되므로 사물은 또한 수적으로 무한하다. 한편 제논은 운동의 실재성을 반박하는 4가지 논증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물이 자신과 동일한 어떤 공간 속에 위치하는 한 그것은 정지해 있다.

날아가는 화살도 날아가는 매 순간에는 자기와 동일한 한 공간 속에 있다. 그러므로 날아가는 화살도 언제나 정지상태에 있다. 이런 식으로 제논은 다수성·변화·운동 등은 억견의 환상이며 존재는 하나이고 운동하지 않는다고 논증했다. 그러나 제논의 역설적 논증의 많은 부분은 거꾸로 고르기아스와 플라톤에 의해 파르메니데스의 일자(一者)를 논파하는 데 이용되었다.

엘레아 학파의 몰락

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 2부에서 제논이 소크라테스에게 제시한 논증은 모든 것이 진리이기도 하고 오류이기도 한 희극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변증론적 무익성은 고르기아스가 존재하는 것은 없고 존재한다 하더라도 인식할 수 없으며 인식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하여 파르메니데스의 존재·사유·표현의 일치를 존재 대신 비존재에 적용한 허무주의에서 극에 달했다.

이것은 엘레아 학파의 몰락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엘레아 학파에 대한 최초의 진정한 비판은 플라톤이 〈소피스트〉에서 '온'(존재)과 '메온'(비존재) 사이의 모순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비존재를 긍정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루어졌다.

플라톤의 해석은 고대 엘레아주의의 종언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후에도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칸트·헤겔·마르크스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사상가들은 존재와 비존재의 이율배반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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