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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고 사는 일차적인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다. 재산 증식은 그다음이다. 좋은 학군도 그다음이다. 돈 자랑도 그다음이다. 집에서 사는 것이 행복이 되는 일은 의외로 쉬울 수도 있지만 동시에 매우 어렵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 행복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을 지켜야 된다. 집의 존재 이유,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사는 목적, 집의 의미와 가치, 집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서 근본만 지키면 집에서 사는 것이 행복이 된다. 반면 이것을 지키지 못하고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고 집 자체보다 학군부터 따지고 집으로 돈 자랑을 하려 들면 고통만이 뒤따른다. 지금 한국 사회가 딱 이 꼴이다. 집은 고통의 근원이 되고 있다.

한옥은 전형적인 행복한 집이다. 집의 존재 이유,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사는 목적, 집의 의미와 가치, 집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서 근본을 지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옥의 가치와 장점, 한옥의 미학과 참뜻을 알기 위해서는 이런 근본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행복의 근본은 무엇일까. 한옥의 행복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옥은 왜 행복한 집일까. 바로 이 책의 내용인 다섯 가지 지혜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모두 그대로 행복의 원천이자 근원이 된다. 물론 그렇기 위해서는 행복의 조건을 알고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한옥의 미학과 건축적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이것이 지혜가 되고 행복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이나 정보 차원을 넘어서 경험을 하고 감상을 하고 즐겨야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한옥에서 살아보는 것이다. 실제 나의 주거를 한옥으로 짓는 일이 어렵다면 단 며칠만이라도 직접 체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반드시 한옥에서 숙박을 하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힘들다면 감정이입과 동일화를 통한 간접체험이 좋은 감상법일 수 있다. 답사를 갔을 때 한옥에서 떨어져서 지식이나 정보만 훑고 오지 말고 반드시 대청에 오르고 방에 들어가서 내 손으로 문을 조작해보아야 한다. 집이 다양하게 변하는 것을 느끼며 마당과 연계해서 동선과 공간의 미학을 즐겨야 한다. 해가 좋은 날이면 창호지의 미학을 감상해야 한다.

상대성이라는 것도 있다. 옛날 선조들이 특별히 의식하거나 목적하지 않고 그저 당시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은 것인데 지금 관점에서 보니 우리에게 결여된 것이라 좋은 장점으로 부각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한옥의 특징, 혹은 장점에는 이런 비의도적인 것이 많다.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한 가지 형식으로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의도하지 않은 상태로 특징과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으로 의외의 특징과 장점을 드러낸다. 어떤 때는 몇백 년 후 지금 우리의 상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너희 이런 거 없지? 이런 게 간절하지? 여기 있단다"하며 준비해두었다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한옥이 행복한 집이 될 수 있는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