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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회화는 나의 무대

윌리엄 호가스

William Hogarth
요약 테이블
출생 1697년 11월 10일
사망 1764년 10월 26일
국적 영국
대표작 연작 판화 〈매춘부의 편력〉, 연작 〈당대의 결혼 풍속〉, 〈새우 파는 소녀〉, 저서 《미의 분석》 등

영국의 풍속과 사회상을 해학적으로 묘사했으며, 연극적인 장면 구성을 도입해 연작 형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윌리엄 호가스는 인간 본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토대로 18세기 영국의 풍속과 사회상을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가장 독창적인 영국 화가로 평가되지만, 영국 회화사에서 그 비중을 제대로 인정받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오랫동안 회화의 불모지였던 영국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거치면서 외국 출신 화가 몇몇을 제외하고 그다지 주목받는 화가를 배출한 적이 없다. 특히 영국 화가가 영국적인 특징을 담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이며, 그 중심에 바로 윌리엄 호가스가 있다.

자화상 〈화가와 그의 퍼그〉

런던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윌리엄 호가스는 1697년 11월 10일 런던에서 태어났다. 중산층 집안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랐으나 아버지가 카페 사업에 실패해 파산하면서 진 빚 때문에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성장기를 보냈다.

16세 때 그는 은세공사이자 조각가였던 앨리스 갬블의 공방에서 도제 생활을 했으나 이 일을 매우 지긋지긋해했다고 한다. 20세 무렵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다 1720년 사설 미술 아카데미에 들어갔으나 중도에 그만두었다. 그로부터 4년 후 그는 조지 1세의 궁정 화가 제임스 손힐의 집에서 소묘를 배웠다. 이때 손힐의 딸 제인과 사랑에 빠졌고, 1729년에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여 결혼에 성공했다.

호가스는 돈 때문에 시달린 전력이 있었기 때문인지 가장 돈벌이가 잘 되고 명망 높은 역사화가가 되어 대작들을 제작하고 싶어 했다. 활동 초기부터 그는 영국 귀족 사회에서 수요가 많은 집단 초상화나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순조롭게 성공 가도를 걸었다. 〈스티븐 베킹엄과 매리 콕스의 결혼식〉, 〈우러스턴 가〉, 〈폰테인 가〉 등이 이 시기의 작품이다. 그러나 그는 곧 이것이 돈벌이에 비해 시간만 잡아먹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무엇보다 귀족의 초상화보다 당대 생활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그리하여 그는 방향을 전환하기로 마음먹는다.

1732년, 그는 영국 사회의 풍속에 교훈을 담아 익살스럽게 표현한 연작 판화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을 때 동판화 기법을 연구했으며, 은세공사의 도제로 일하면서 익힌 판각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1724년에 이미 런던 상류층의 풍속을 꼬집은 판화 〈가장무도회와 오페라〉를 제작했을 정도였다. 그는 손으로 모사하는 것보다 비용적, 시간적 측면에서 더 경제적인 판화로 작품을 대량 복제하여 대중적으로 보급하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1728년에는 존 게이의 희곡 장면을 그린 〈거지 오페라〉로 명성을 얻었는데, 이 작품을 몇 점 복제하여 판매했으나 들인 시간에 비해 수입이 신통치 않았다. 이때 그는 이미 〈거지 오페라〉 등에서 대중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종래의 회화가들과 다른 태도를 취했다.

그리하여 순진한 시골처녀가 타락하는 이야기를 담은 6점의 연작 판화 〈매춘부의 편력〉이 탄생했다. 이 작품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수많은 표절작을 양산했다. 자신의 작품들이 싼 값에 유통되자 그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저작권 보호 법률 제정 캠페인을 시작했다. 1733년 그는 《디자이너, 판화가의 사례-의회 의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출판했다. 이런 노력으로 1735년 ‘호가스 법령’으로 불리는 ‘판화가의 저작권 법령’이 통과되었으며, 그는 그해에 〈탕아의 편력〉 연작을 발표했다. 〈탕아의 편력〉은 원래 〈매춘부의 편력〉을 끝낸 직후 제작을 시작했으나 저작권 법령이 통과될 때까지 미루었다고 한다.

이런 작품들은 1655년경 베네치아에서 제작된 풍속 판화나 1730년 헨리 필딩의 희극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여겨진다. 술 취한 젊은 탕아들, 여인, 매춘부 등 런던 사회의 각양각색 인물들을 로코코 양식으로 화려하게 그린 한편, 인물의 표정과 자세, 연극적인 장면 구성으로 희극성을 한껏 고조시켰다. 그의 작품들은 특히 문학 작품에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동시대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였던 헨리 필딩은 《톰 존스》에 호가스의 작품과 연관해 묘사한 장면으로 도입부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 한편 〈조지 아널드〉, 〈토마스 코람 선장〉, 〈윈체스터 주교 벤저민 호들리〉 등 당대 부르주아들의 주문을 받아 초상화를 제작했으며, 〈착한 사마리아인〉, 〈베데스다 연못의 그리스도〉, 〈파라오의 딸 앞에 데려온 모세〉와 같은 종교화들도 그렸다. 그는 종교화에서 로코코 양식과 고전주의 양식을 융합하여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나 그의 희망대로 대형 주문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가 가장 재능을 발휘한 주제는 당대의 사회적 병폐를 날카로운 시각으로 풍자하는 익살스러운 작품들이었다. 1745년, 가장 유명한 작품인 〈당대의 결혼 풍속〉이 제작되었다. 돈 없는 귀족들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신흥 부르주아와 정략결혼을 하던 당시 사교계의 풍습을 6점의 연작으로 묘사하여 풍자한 그림이다. 스콴너더필드 백작의 아들과 부유한 상인의 딸이 작품의 모델이라고 한다.

결혼 지참금을 두고 계약 조건을 나누는 신랑 신부의 아버지들이 묘사된 〈결혼 계약〉을 비롯해 각기 따로 밤을 지새우고 서로에게 관심이 없이 앉아 있는 신혼부부의 결혼 이튿날 아침을 그린 〈결혼 직후〉 등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과 세부 요소들은 직접적으로 비판과 풍자의 상징물이 되어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나는 극작가처럼 주제를 다룬다. 나의 그림은 나의 무대이다.”라는 말처럼 호가스는 정지된 희극의 한 장면과 같은 구성으로 대중에게 이야기와 풍자가 주는 교훈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었다.

〈당대의 결혼 풍속〉 중 〈결혼 직후〉

런던 내셔널 갤러리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새우 파는 소녀〉, 〈양장점에서〉, 〈무도회〉 같이 대중의 일상을 다룬 회화 작품들에서는 생기 있고 자유로운 필치로 인물의 개성을 포착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리는 데 특히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새우 파는 소녀〉

런던 내셔널 갤러리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교훈적인 판화들을 제작하는 데 몰두했고, 데생을 기초로 한 단순한 목판화들을 제작했다. 〈맥주 거리〉, 〈진 거리〉, 〈잔혹의 4단계〉 등이 그 작품이다. 이때 그는 수많은 스케치를 했는데, 여기에는 역사화가로서 성공하려는 욕망이 좌절된 심리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종교화, 역사화가로서의 야심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했고, 〈무덤가의 세 성모〉, 〈예수 승천도〉, 〈무덤의 봉인〉과 같은 작품들을 주문받아 야심만만하게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결국 소망대로 역사화가로서의 명망은 얻지 못했다.

〈진 거리〉

대영박물관

ⓒ 청아출판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1753년, 그는 《미의 분석》이라는 미학 저서를 출판했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의 회화론을 견지하고 외국 화가만 우대하고 영국 화가는 인정하지 않는 영국 화단에 대한 비판을 전개했다. 그는 이 저술에서 고전주의를 논박하는 한편, 영국 회화만이 지닌 특징을 강조했으며, 다양하고 동적이며 과장된 표현으로 보다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757년에는 조지 2세의 궁정 화가가 되어 초상화를 다수 제작했다. 그러나 말년에 이르러 그의 특기인 풍자적인 판화의 인기가 떨어진 데다 명예욕이 충족되지 못한 강박관념으로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호가스는 1764년 10월 26일 런던에서 사망했으며, 18세기 영국 사회상을 풍자한 그의 판화 및 회화 작품들은 계몽주의 및 낭만주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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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집필자 소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미술 이론을 공부했다. 미술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많은 작품을 직접 만나기 위해 미술관, 박물관을 찾아다녔다. 해외 미술 서적들을 국내에 번역해 소개하..펼쳐보기

출처

미술사를 움직인 100인
미술사를 움직인 100인 | 저자김영은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친 100인의 예술가를 소개한다. 회화, 판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역사와 예술의 관계의 흐름을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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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13세기∼현대) 창조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화가, 조토 디 본도네 미술에서 르네상스 미술로의 전환, 마사초 이탈리아 미술에 혁신을 불러오다, 도나텔로 그리스도의 소명을 회화로 표현하다, 프라 안젤리코 플랑드르 회화를 확립한 선구자, 얀 반 에이크 종교화에 인간의 감정을 불어넣다,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 회화에 수학적 기법을 입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일본 산수화를 집대성하다, 셋슈 도요 이탈리아 베네치아 화파의 창시자, 조반니 벨리니 성스러운 괴물, 산드로 보티첼리 악마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르네상스의 정신을 구현한 전인, 알브레히트 뒤러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풍경화로 미술에 혁신을 일으키다, 조르조네 베네치아 미술계의 거장, 베첼리오 티치아노 서양 미술사의 고전적 규범, 라파엘로 산치오 독일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초상화가, 소 홀바인(한스 홀바인) 강렬하고 역동적인 작품 세계, 틴토레토 농민의 화가, 대 피터르 브뤼헐 강렬하고 독창적인 개성의 발로, 엘 그레코 중국화의 계보를 정리하다, 동기창 바로크 회화를 완성하다, 안니발레 카라치 관념적인 화풍을 파괴한 혁신가, 카라바조 절제된 고전적 전통과 대비되는 격렬함, 페테르 파울 루벤스 웃음의 화가, 프란스 할스 프랑스 근대 회화의 시조, 니콜라 푸생 진정한 리얼리티를 구현한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 빛과 어둠의 마술사, 렘브란트 문인화에 독창적인 양식을 결합하다, 팔대산인 우아하고 섬세한 필치로 빛을 그리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상류사회의 일상을 화폭에 옮기다, 장 앙투안 와토 다채로운 프레스코 천장화를 선보이다,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 나의 회화는 나의 무대, 윌리엄 호가스 일상의 사물을 신비롭게 표현한 화가,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 가장 영국적이고 독창적인 화가, 토머스 게인즈버러 사랑을 노래한 로코코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근대 회화의 아버지, 자크 루이 다비드 전쟁의 참상을 화폭에 담다, 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 강렬하고 화려한 우키요에의 대가, 가쓰시카 호쿠사이 화필을 든 신비주의자,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풍경화가,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신고전주의의 선구자,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사회적 리얼리스트, 테오도르 제리코 자연과 교감하며 풍경을 담은 화가,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회화의 대표, 외젠 들라크루아 현실을 직시한 사실주의의 혁명, 귀스타브 쿠르베 농민의 일상을 대변한 바르비종파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 현대적인 디자인의 시작, 윌리엄 모리스 인상주의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 인상파를 창시한 수련의 화가, 클로드 모네 독자적인 노선의 인상파 화가, 에드가르 드가 근대 회화의 아버지, 폴 세잔 가장 위대한 근대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 인생을 따뜻하게 바라본 아름다운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관습을 무시한 천진난만한 화가, 앙리 루소 원시로의 회귀를 주장한 회화계의 이단아, 폴 고갱 해바라기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20세기 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다, 조르주 피에르 쇠라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아르누보의 대가, 알폰스 무하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개성이 뚜렷한 자유로운 화가, 툴루즈 로트레크 작품에 내면을 드러낸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 미국 근대 사진의 개척자, 앨프리드 스티글리츠 순수 추상화를 탄생시킨 미술사의 혁명, 바실리 칸딘스키 독일 프롤레타리아 회화의 선구자, 케테 콜비츠 야수파 운동을 주도한 20세기 회화의 혁명가, 앙리 마티스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구성된 기하학적 세상, 피에트 몬드리안 현대 추상 조각의 선구자, 콘스탄틴 브랑쿠시 꿈같은 이미지의 창조자, 파울 클레 20세기 미술을 지배한 천재, 파블로 피카소 몽마르트르의 보헤미안,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가장 멕시코적인 화가, 디에고 리베라 현대 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다, 마르셀 뒤샹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 점과 선으로 내면의 환상을 표현한 소박한 거장, 호안 미로 철학자로 불린 화가, 르네 마그리트 실존의 고뇌를 표현한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천재, 살바도르 달리 고통스런 삶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화가, 프리다 칼로 일그러진 인간상을 끊임없이 탐구하다, 프랜시스 베이컨 미국 미술의 자존심, 잭슨 폴록 미술의 위계질서에 도전장을 던진 팝아트 작가, 로이 릭턴스타인 팝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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