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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을 최종적으로 살균하거나 포장된 식품의 최후 처리수단으로 방사선을 쬐는 방법을 사용한 지도 이젠 꽤 오래되었다. 왜 방사선을 쬐면 과일과 채소, 육류를 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을까? 방사선 살균 처리는 정말 안전한 방법일까? 방사선을 과다하게 쪼였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을까? 1980년대 중반 미국 표준과학연구원은 닭고기와 기타 육류에 방사선 처리를 했는지, 했다면 또 얼마나 했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극히 민감한 분석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설명하기 전에 우선 식품에 방사선을 쬐면 왜 더 오랫동안 저장이 되는지 알아보자.

이온화성 방사선은 주요 세포 부분을 손상시켜 생체를 죽이는 능력이 있다. 여기서 이온화성 방사선이란 감마선, X선, 음극선 등을 말하는데, 이들은 생체 속 화합물을 이온화시켜 단백질을 파괴한다. 과일과 채소, 육류에 방사선을 쬐면 해로운 박테리아 및 해충을 죽이거나 생식 능력을 없앨 수 있어 더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 육류를 살균하여 공기를 밀폐한 채 실온에서 보관하면 몇 년까지도 저장할 수 있다.

방사선 조사량이 적기 때문에 이 방법은 안전하며, 육류 단백질 손상도 거의 없어 영양가를 잃지 않는다. 그러니 쪼여주는 방사선량을 잘 조절해야 한다. 조사량이 너무 적으면 효과가 없고, 지나치게 조사하면 황화수소와 메르캅탄이라 부르는 악취성 부산물을 만들기 때문에 고기 맛을 망친다. 또 방사선을 쬘 때 생기는 일부 이온이 지방의 산화를 촉진하여 악취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식품검사관들은 방사선 처리 식품을 찾아내 방사선 조사량을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사선 조사 전에는 식품에 들어 있지 않았지만 조사 후에 생기는 화합물을 찾아내야 하는데, 새로 생기는 화합물의 양이 방사선의 양과 비례한다. 이와 같은 화합물을 특히 방사분해 생성물이라 부른다.

여러 화합물 가운데 오르토-티로신이라는 아미노산이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화합물은 식품에 방사선을 쪼여주면 생기는 히드록시 라디칼이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과 반응하여 만들어진다. 이온화성 방사선이 식품에 들어 있는 물분자를 때리면 히드록시 라디칼이 생기는데, 이렇게 생긴 히드록시 라디칼이 식물과 동물 모두에 들어 있는 페닐알라닌과 반응하여 오르토-티로신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예컨대 닭고기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오르토-티로신이 생기고, 그 양은 쪼여준 방사선량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오르토-티로신의 양은 불과 몇 ppm 정도지만 현대화학 분석기술로는 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식품 조사에는 주로 감마선을 쓰는데 종종 전자빔(electron beam)도 사용한다. 물론 이와 같은 이온화성 방사선을 조사하면 식품은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반응을 일으킨다. 즉 탄수화물은 당 성분으로 분해되고, 과일과 채소 중에는 물러지는 경우가 있으며, 딸기는 신맛이 줄어든다. 또한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육류에 조사하면 핏속 미오글로빈이 산화되어 새빨갛게 변한 후 갈색이 된다. 게나 새우는 검게 변하고, 계란과 치즈는 냄새와 맛이 나빠진다. 감자는 싹이 트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쌀에 쬐면 밥맛이 달라진다. 흔히 감마선은 코발트-60에서 얻는데, 코발트-60은 쉽게 갖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구소련 지역 일부에서는 곡물 속 해충을 죽이는 데 전자빔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20여 개국에서 30여 식품에 방사선 조사 소독을 허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방사선 조사량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방사선 중에서 고에너지 방사선을 과다하게 쪼이면 식품이 방사능을 갖게 될 위험이 있고, 특히 모든 음식물에 들어 있는 탄소와 산소가 방사성 원소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 조사 기술은 아직 초보 단계라 할 수 있으나 앞으로 그 응용은 크게 주목받을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