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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화학 공장, 지구상 생명체는 외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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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가 생기려면 아미노산, 핵산과 기타 기본이 되는 화학적 빌딩 블록이 필요하다. 이 간단한 화합물들은 차차 더 복잡하게 변하여 결국에는 생명의 보증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복제와 같은 특성을 지녀야 한다.

지구 나이가 46억 년이고 최초의 원시적 생물체는 약 40억 년 전에 나타났다고 믿고 있다. 이는 유성들의 대충돌로 지구상에 아무런 생명체도 있을 수 없게 된 후 1억 년 정도가 흐른 시간이다. 그런데 이 1억 년이라는 기간이 생명의 탄생에 필요한 화합물들이 저절로 합성되고 더 나아가 그들로부터 생명 자체가 만들어지기에는 너무나 짧다.

따라서 생명체가 생기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화합물이 지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외계로부터 왔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실제로 현재도 매일 지구 표면에 도착하는 우주 먼지 알갱이들은 30톤이 넘고 여러 가지 유기 화합물이 상층 대기권에 쌓이고 있다니 매우 놀라운 일이다. 우주는 핵용광로의 집합체일 뿐 아니라 동시에 여러 가지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화학 공장들로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생명체는 우주에서 왔을까 아니면 지구상에서 진화되어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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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 시카고 대학 해럴드 유리(1934년 노벨화학상 수상)의 학생 스탠리 밀러는 초기 지구 대기가 산소 없이 메탄, 암모니아, 물, 수소분자 등으로 되어 있었으며 번갯불이 이들 간에 화학 반응을 일으켜 생명체에 필요한 화합물을 합성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밀러는 화합물들을 밀폐된 용기에 넣고, 지구 초창기의 뜨거운 바다를 흉내 내기 위해 물을 끓이면서 전극을 넣어 전기 스파크(번개)를 일으켰더니 용액이 어두운 갈색으로 변했다. 이 용액을 분석해보니 여러 가지 아미노산이 많이 생겼다. 따라서 그는 유기 화합물이 비교적 쉽게 생성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재는 태양계의 내부 운성의 초기 대기가 환원적이었다고 믿지 않고 있어, 유리와 밀러의 실험은 초기 유기 화합물이 만들어진 분위기를 모방하지 못했다는 설에 더 설득력이 있다.

한편 우주가 다양한 화학 물질의 보고임을 예전부터 과학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수소, 헬륨, 탄소, 철, 알루미늄, 산화마그네슘 같은 원자 및 분자들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현재는 메탄올처럼 간단한 화합물에서 석탄이나 중유 속에 들어 있는 화합물들과 유사한 여러고리 방향족 탄화수소(polyaromatic hydrocarbon : PAD)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합물들이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놀랄 만한 일이 또 일어났다. 1969년 호주에 떨어진 머치슨(Murchison)이라 불리는 운석 속에 들어 있는 유기 화합물을 분석해보니 이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모든 아미노산뿐만 아니라 케톤류, 카르복시산류, 아민, 아미드 및 퀴논류까지 들어 있음을 알아냈다. 퀴논류는 화학에너지 저장 분자로 화학 반응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 같은 에너지 전달 분자들은 생명 현상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생화학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더구나 이 운석은 지구 나이와 같다는 것이 밝혀져 지구뿐만 아니라 저 먼 우주 공간에서도 똑같은 화학 반응이 진행됐다는 증거가 된다.

그 후 미국 NASA연구팀은 새로이 두 종류의 화합물을 머치슨 운석에서 더 찾아냈는데, 공교롭게도 중요한 에너지 전달분자인 당류와 피리딘디카르복시산류였다. 지난 2000년 1월 18일 아침에 큰 혜성이 쪼개져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북부의 태기쉬(Tagish) 호수에 500여 개의 운석조각이 떨어졌다. 이들 운석을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의 샌드라 피자렐로 교수팀이 분석해보니 아미노산류를 찾을 수 없었고 대신 피리딘디카르복시산과 니코틴산 같은 피리딘 유도체를 발견하였다.

이를 처음에는 놀랍게 받아들였으나 그 넓은 우주에서 운석들이 생긴 조건이 달랐을 터이고, 그에 따라 생긴 화학 반응 생성물도 달라졌으리라는 지극히 평범한 화학적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화학 실험실에서 출발물이 다르고 반응조건이 다르면 생성물이 달리 얻어진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험실에서는 흔히 열을 주어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데, 차가운 우주 공간에서는 무엇이 화학 반응의 추진력을 제공할까?

미국 NASA의 맥스 번슈타인 팀과 휴 힐 팀의 연구 결과가 재미난 얘기를 들려준다. 첫번째 팀은 겨우 절대온도 15도(-257˚C)에서도 자외선을 쪼여주면 반응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두 번째 팀은 우주먼지 표면에 있는 금속 원자들이 대단히 우수한 촉매 작용을 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별로 공급하지 않아도 생명 탄생에 필요한 여러 가지 유기 화합물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실험실의 모형 실험으로 보여주었다. 따라서 우주먼지로 채워져 있는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유기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이들 유기 화합물이 묻어 있는 먼지들이 혜성이나 기타 우주 떠돌이에 붙은 후, 기존의 행성 등에 유기 화합물을 전달하였으리라는 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지구상의 생명 화합물들도 어느 별들에서 왔을까?

대답은 현재 아무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우주 어디엔가 생명체들이 있다면 그곳의 생명체들도 이 지구상에 있었던 생화학과 매우 유사한 생화학을 통해 탄생했을 것이다. 천체화학자들은 오늘도 하늘을 쳐다보며 질문을 던진다. 생명체는 우주에서 왔을까 아니면 지구상에서 진화되어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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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일 집필자 소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화학과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69년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에서 고분자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5년간 미국 스타우퍼케미컬사 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한 후 1974년부터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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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밖 화학 이야기
교실밖 화학 이야기 | 저자진정일 | cp명궁리 도서 소개

일상 속 화학 이야기와 친해지는 시간! 방사선 처리 식품의 안전, 현대인의 생활을 점령한 카페인, 페트병으로 만든 등산용 재킷 등 일상생활 속에 화학이 얼마나 깊이 자..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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