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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급대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복어요리를 잘못 먹고 중독 증상을 일으켜 병원으로 실려간 부부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주방장이 결근한 음식점에서 복어 요리를 해본 적이 없는 주인이 끓여준 복매운탕을 먹은 탓이었다.

복어의 알이나 내장 속에 들어 있는 맹독성 물질은 테트로도톡신이라는 화합물이다. 이 화합물은 산소와 질소, 탄소, 수소를 포함하며 여러 개의 고리를 붙여놓은 입체 모양을 하고 있다. 또 분자 내에 이오늄 양이온 부분과 옥시 음이온 부분을 지닌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화합물은 어떻게 해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맹독성을 지닐까? 테트로도톡신의 화학 구조를 보면 물에 잘 녹을 뿐 아니라 체내에서 쉽게 흡수되어 소화될 것 같기 때문에 독성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의문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신경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신경계는 뉴런이라고 부르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뉴런은 불가사리 모양인 신경세포체 부분에 가늘고 기다란 축색돌기가 연결되어 있고, 그 끝에 몇 갈래로 갈라진 신경 말단 부분(시냅스)이 있다. 시냅스는 이웃 뉴런의 수상돌기에 가까이 있어 정보를 전달하는 연결구조를 만든다.

이와 같은 뉴런을 따라 이동하는 자극을 신경충격이라 부르고, 신경충격이 시냅스에 도달하면 신경 전달 물질이 나와 인접 뉴런을 자극한다. 이 자극이 새로운 신경충격을 만들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어 결국은 뇌나 기타 중추신경계에 도달한다. 그러면 중추신경계는 그 충격의 의미를 이해하고, 운동신경에 명령을 내려 충격에 대하여 적절히 행동하도록 한다.

신경을 따라 신호가 전달되는 속도는 1초에 90미터 정도로 꽤 빠르지만, 빛이나 전기 속도와 비교하면 330만 분의 1정도로 느리다. 예를 들어 프라이팬이 뜨거운 것을 느끼고 손을 떼었을 때는 이미 데인 후이다. 다시 말해 스위치를 올리자마자 켜지는 전등과 비교하면 우리 신경은 매우 느리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신경전달은 전기화학적 전달인 데 반해 전등이 켜지는 것은 전기적 전달 현상이다. 이 두 현상은 전달 속도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신경충격은 어떻게 생길까? 뉴런 세포막 안쪽과 바깥쪽에는 칼륨이온과 나트륨이온이 많이 있으며, 이 이온들이 세포막을 들락거리는 통로가 있다. 압력과 열, 화학 물질 등이 신경을 자극하면, 이 통로를 통해 나트륨이온은 신경 세포막 안쪽으로 들어가고 칼륨이온은 밖으로 나간다. 이온 통로의 문이 열려 나트륨이온과 칼륨이온이 들락거리는 것이다. 이처럼 이온 통로의 문이 연속적으로 열려 전파되는 현상이 바로 신경충격이다. 신경충격 전달이 끝나면 이온 통로 문이 닫히면서 나트륨이온-칼륨이온 펌프가 작동하여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테트로도톡신이 체내에 들어가면 30분에서 3시간 내에 입술과 혀가 마비되기 시작하며, 중독이 심하면 운동장애와 호흡마비를 일으켜 생명을 앗아간다. 그러면 앞에서 말한 복어의 테트로도톡신은 어떻게 하여 독성을 나타낼까? 세포막에 있는 이온 통로는 세포막을 이룬 리피드층 속에 묻혀 있는 단백질 분자가 만드는데, 테트로도톡신은 이 단백질 분자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만나자마자 친화적 상호작용으로 이온 통로를 막아버린다. 그리고 이온 통로가 막히면 신경충격과 신경전달이 중단되어 골격에 이어 심장 근육이 마비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이온 통로를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복어의 해독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 독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분자 차원의 이해가 경이롭지만, 최근에 일고 있는 질병 및 유전에 대한 분자 차원의 지식은 분자 세계를 더욱더 연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