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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모델의 품위 유지 의무 사건

거액의 모델료가 연예인의 품위를 좌우한다

광고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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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도 표절 논란의 피해자", 법원에서 통할까

인기리에 활동 중인 가수가 표절 시비로 활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계약 중인 광고 모델 일마저 중단됐다면 가수는 광고주에게 돈을 물어줘야 할까. 가수 이효리씨가 당한 소송의 결과가 답이 될 듯싶다. 인터넷 쇼핑몰인 A사는 2010년 9월 이효리씨와 소속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진행했다.

A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거는 이렇다. 2009년 8월부터 A사의 전속 모델로 활동하던 이씨는 4집 앨범의 표절 논란으로 2010년 6월부터 가수 활동을 접었다. A사도 어쩔 수 없이 이효리씨 출연 광고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 이미지와 직결되는 광고 모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바람에 이미지가 실추됐고, 회사에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으므로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 A사의 주장이다.

A사가 청구하는 손해배상액은 이씨가 받은 광고 모델료의 70%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씨 쪽에서 보면 어떨까. 소속사는 줄곧 "이효리와 소속사도 표절 논란의 피해자"라고 강조해 왔다.

과연 이효리 쪽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 수 있을까. 섣부른 결론은 금물이지만 우선, A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자면 양쪽의 계약 조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체결돼 있는지, 표절 논란과 활동 중단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만일 책임이 있다면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 범위와 규모는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이 사건은 법원의 조정안을 양측이 수용하여 2011년 12월 종결됐다.

최근 판례를 보면 법원이 유명 연예인이 광고 모델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점점 더 높게 보는 경향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미 고인이 된 분을 거론해서 안 됐지만, 고(故) 최진실씨도 광고 계약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사실이 있다.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자세한 내막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례 1〉
최진실씨는 2004년 3월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하는 B회사와 1년간 텔레비전, 라디오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다. 모델료로는 2억 5,0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계약 기간 중인 2004년 8월 본의 아니게 남편이었던 조성민씨와 폭행 사건, 송사 등에 휘말리게 됐다. 최씨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자들에게 직접 부상 부위를 보여 줬으며, 당시 언론에는 최씨가 폭행당한 얼굴과 어수선한 집안의 사진까지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B사는 "최씨가 계약 기간 중 사회적·도덕적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경우 광고 계약을 해지하며 모델료의 2배를 지급하는 등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을 들어 최씨와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쟁점은 '모델의 사회적·도덕적 명예'가 무엇이고, 유명 연예인 모델로서의 의무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있었다.

법원, 광고 모델 연예인의 '품위 유지' 높게 인정

1심 법원은 최씨와 소속사에게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최씨가 폭행을 당한 측면이 있기는 하나, 파손된 집안까지 언론에 공개하고 부부간의 불화와 관련한 인터뷰에 응한 행위는 주택 분양 사업을 하는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로써 최씨는 더 이상 B사의 모델이 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했으므로 계약 조건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되, 5억 원은 과다하므로 절반인 2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였다. 그러자 최씨쪽은 "폭행 사건의 일방적 피해자일 뿐, B사의 기업 이미지나 모델로서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 법원은 이번엔,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최씨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점, 이미 알려진 폭행 사실을 최씨가 공개한 것은 조성민씨의 쌍방 폭행 주장에 따른 일반인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최씨가 배우자의 폭력 행위까지 숨기고 감내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광고 모델 계약상의 사회적·도덕적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아 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에는 패소한 B사가 상고했다. 그러자 대법원은 광고 모델의 품위 유지 의무가 광고 계약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판단했다.

"광고주가 유명 연예인 등에게 일정한 수준의 명예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는 품위유지 약정을 한 경우, 광고 모델 계약은 유명 연예인 등이 일반인들에 대해 가지는 신뢰성, 가치, 명성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광고되는 제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 기간 동안 광고에 적합한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함으로써 구매 유인 효과 등 경제적 가치를 유지해야 할 계약상 의무(품위 유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광고 모델 계약에 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면하지 못한다."

대법원 "계약 기간 동안 긍정적 이미지 유지할 의무 있다"

대법원은 연예인 광고 모델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해 그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는 사정이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적절한 대응을 통해 그 이미지의 손상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계약상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폭행 사건에 휘말려 불미스런 내용과 사진이 널리 공개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호감을 주던 최씨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크게 손상됐다는 점을 들어 최씨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사건을 2심인 서울고법으로 내려 보냈다. 서울고법은 8개월간의 심리 끝에 최씨의 상속인 등에게 2억 원(광고 모델료의 80% 정도)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게 됐다. 이 사건은 다시 대법원까지 올라갔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 판결이 나오자 누리꾼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 사건을 통해 유추해 보면 "거액의 모델료를 받은 연예인은 그에 걸맞게 품위를 유지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표절 논란 일자 활동 중단… 어떤 해석 내릴까

다시 이효리씨의 경우로 가보자. 이씨는 자신이 발표한 노래가 표절 논란에 휩싸이자 활동을 중단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평가)해야 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표절에 대한 책임을 이씨에게 물을 수 있을지, 설사 표절 책임이 없더라도 계약에 따라 손해배상은 별도로 해야 하는지와 같은 내용도 쟁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판결이 아닌 조정으로 종결되면서 법원의 판단은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최진실씨의 사건과 이효리씨의 사건을 유사한 사례로 단정할 수는 없다. 설령 유사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법원이 같은 결론을 내린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의 광고 모델로서의 의무에 대해 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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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 집필자 소개

서울중앙지법, 동부지법, 가정법원, 고양지원 등에서 법원공무원으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 2009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는 글을 연재, 20회 만에 조회수 100만을..펼쳐보기

출처

생활법률 해법사전
생활법률 해법사전 | 저자김용국 | cp명위즈덤하우스 도서 소개

법을 바르게 알고 제대로 판단하게 돕는 친절한 법률 안내서. 평소 궁금하지만 어딘가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했던 법률 지식부터, 감추기 급급했던 민감한 사안들까지 생생하..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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