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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제사상에 놓인 음식에 정해진 자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식우주론

어느 문화이든지 그들이 생각하는 우주의 모습은 모든 문화 속에 배어 있습니다. 절에 가서 법당에 그려놓은 탱화 속의 여러 신성한 존재들을 보면 불법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기독교 문명에서 볼 수 있는 고딕성당은 뾰족하게 솟은 탑이 천상을 향해 상승하는 인간의 숭고한 종교적 심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산소를 보면 소박하게 집처럼 둥근 모습에 앞쪽에는 마당이 있고 주변의 산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 함께하고 싶은 심성을 잘 보여줍니다. 티베트의 만다라는 또 어떻습니까. 원과 사각형이 알맞게 배합되어 전체가 완전히 하나로 수렴되는 완전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우주는 우리의 삶 속에도 그대로 배어 있습니다. 현대 추상미술의 창시자 중의 한 사람인 몬드리안의 수직과 수평이 교차하는 매우 단순한 표현은 그가 생각한 새로운 세계의 이미지와 관련 있습니다. 유럽의 낡은 회화 전통을 벗어나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한 것입니다. 이 표상은 뉴욕의 마천루와 바둑판 모양의 도로, 노란 택시 등과 같은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을 닮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나 건물의 모양은 왜 정사각형의 입체가 많을까요? 이것은 우리의 생각이 여백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빈 공간을 두는 것은 허용할 수가 없습니다. 빈 공간은 노는 공간입니다. 노는 공간은 일하는 공간에 자리를 내주어야 합니다. 기능과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빈 것에 대한 어떤 생각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면, 허(虛, 빈 곳)를 전체적인 장 속에 포용하고 있었던 사람들의 문화나 사고방식에 대해서 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사상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그런 것입니다. 달고 맛있는 세계 곳곳의 음식을 먹다 보면 떡이나 밥, 국, 나물무침, 전과 적은 옛날 음식이라 별로 호감이 가지 않습니다.

유교의 우주론(cosmology)은 제사상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모든 세계가 그 안에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는 그것을 '음식우주론'이라 이름 붙이겠습니다. 아프리카의 한 종족은 사냥을 해서 먹을거리를 마련하면, 동물의 부위가 곧바로 사회의 질서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머리, 전사는 팔이나 앞다리, 아낙들은 뒷다리, 아이들은 내장 등으로 구분해서 차지한다고 합니다. 만일 이 질서를 어지럽히게 되면 사회는 소화불량이 아니라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일종의 '종족해부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냥감의 해부학이 곧바로 종족의 사회적 질서를 나타낸다는 뜻입니다.

음식의 의미

제사에 음식을 올리는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정성스럽게 마련한 음식을 대접한다는 의미입니다. 살아계실 때처럼 돌아가도 역시 가족의 일원이므로 어른 대접을 한다는 것이지요. 과거에 퇴계 선생도 제수 음식을 마련할 때 정성을 다해서 좋은 것을 골랐다고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은 좋은 음식, 보기 좋고 싱싱한 음식, 그리고 정갈한 음식이어야 합니다. 이처럼 조상에 대해 정성을 다하는 감정은 인(仁)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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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을 지배했던 신유학(성리학)에서 인은 가깝게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인이라는 것은 철학적으로 심각하게 말해서, 적막한 혼돈에 싸여 있는 우주를 생명이 가득한 곳으로 피워올린 '창조의 힘'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그 힘을 볼 수 있는 곳이 가장 가깝게는 바로 부모님과 자식의 관계라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으로 낳고, 사랑으로 키우셨으니까요. 겨우내 숨죽인 나무에 싹을 틔우는 힘의 정체는 바로 우리가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음과 양의 우주론

제사상에는 한자문화권이 가지고 있는 음양의 우주론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제사상의 구조를 보면 이 생각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제사를 모실 때는 조상이 앉는 자리에 신위를 놓습니다. 신위는 지방이라고도 부르는데, 보통은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라고 씁니다. '현'은 '드러나다'라는 뜻으로 존경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뜻합니다. 그래서 '현고'는 존경하는 아버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생'은 생전에 벼슬이 없을 경우에 씁니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예비 관원'의 의미라고 하는데, 그다지 좋은 해석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은 지금처럼 배우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유교에서 배움이란 끝이 없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학생은 '배우는 생명'이라는 뜻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하늘, 땅, 사람을 배우고 갔다고 보는 겁니다. '부군'이란 고을을 가리키는 '부'와 그곳의 높은 사람이란 의미의 '군'이 합쳐진 말입니다. 따라서 제사를 모시는 대상이 제주보다 나이가 많을 경우에 쓰는 말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적다면 부군이라는 말을 뺍니다. '신위'는 돌아가서 귀신의 조화, 곧 천지신명의 조화의 과정에 동참하고 있는 조상신의 자리를 가리킵니다.

신위는 산 자들의 세계와 마주 보게 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삶과 죽음은 양과 음으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숟가락과 젓가락은 신위를 중심으로 놓게 됩니다. 그리고 음식들이 가로와 세로에 정렬됩니다. 그런데 이 정렬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습니다. 음양과 오행의 규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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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의 정렬 원칙을 가리키는 사자성어

제사상을 차릴 때 외우기 좋으라고 붙인 이름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상차리기의 원칙에 해당합니다. 하나씩 살펴보면서 그 의미를 알아보지요. 제사는 산 자가 죽은 자를 초대해서 대접하는 잔치입니다. 산 사람들의 잔치도 그렇지만, 주최는 집주인이 하되 손님들을 후하게 대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제사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손들이 집주인이고 조상들이 손님의 역할을 합니다. 귀한 손님을 상석에 자리하게 하듯이, 중심이 되는 장소는 바로 신위입니다. 신위가 놓인 곳이 북쪽에 해당합니다.

북쪽이 가진 상징은 음양오행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북쪽은 오행으로 보면 수(水)에 해당합니다. 수는 만물이 시작되는 장소로서, 숫자로는 1이 그 자리입니다. 북쪽에 앉으면 남쪽을 향해서 앉게 됩니다. 만약 이 자리가 왕이나 천자의 자리라면, 왕이나 천자는 남쪽으로 얼굴을 향합니다. 남면(南面)이 그것이지요. 실제로 왕이나 천자는 남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근원의 자리에 앉는다는 뜻입니다.

또한 상징적인 북쪽의 자리이지만, 하늘의 북쪽에는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있습니다. 이들 별자리는 부동의 자리입니다. 모든 천체의 움직임을 지키고 있는 한 점입니다. 신화적으로는 이곳에 옥황상제가 살고, 우주를 주재합니다. 우리가 상례에서 알아본 칠성판은 우리의 목숨이 이곳에서 왔고, 돌아갈 때 그곳으로 간다는 믿음을 상징한다고 했습니다. 북쪽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자리가 제사상의 중심입니다. 이 자리에는 조상의 혼이 깃드는 신위가 모셔져 있습니다.

제물(祭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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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위 앞에는 밥과 국을 놓습니다. 우리들이 식판을 들고 식당에 줄을 서고 있을 때, 밥은 어느 위치에 놓여야 하나요? 왼쪽입니다. 오른쪽은 국이 들어갈 수 있도록 식판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삶과 죽음은 서로 거울에 비춘 모습 같습니다. 그래서 신위 앞에는 밥과 국이 산 자와는 반대로 놓입니다. 지금도 나이 드신 어른들은 밥과 국의 위치를 대충해서 먹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로부터 제사상은 신위로부터 절을 하는 자손 앞까지 4열 혹은 5열로 차려집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자손이 있는 곳이 1열이고, 그로부터 신위까지 열을 세어가기도 합니다. 우리는 신위를 기준으로 해서 5열로 대접하겠습니다. 4열과 5열의 차이는 탕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른 것입니다. 1열은 신위가 있는 곳이며, 밥과 국이 놓입니다. 만일 한 분이 아닌 여러 분의 조상을 모신다면 조상의 수만큼 밥과 국을 차립니다. 우리는 한 분을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밥을 '메'라고 합니다. 메는 '진지 드세요' 할 때의 진지처럼 밥의 높임말입니다. 또한 국을 갱(羹)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한자말입니다. 그래서 밥과 국이 놓이는 원칙적인 자리를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고 합니다. 반은 메(밥)의 한자말입니다. 신위에서 보았을 때 왼쪽은 동쪽이고 오른쪽은 서쪽이 됩니다.

둘째 줄 : 두동미서·적전중앙·어동육서

둘째 줄에는 전과 적을 놓습니다. 전(煎)은 부침개 같은 것으로, 생선·고기·채소 등을 얇게 썰거나 다져 양념을 하고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지진 음식을 말합니다. 적(炙)은 생선·고기 등을 양념해서 꼬챙이에 꿰어 불에 구운 음식입니다. 산적이라고 하지요. 적은 중앙에 위치합니다. 이것을 적전중앙(炙奠中央)이라고 하는데, 옛날에는 술을 올릴 때마다 즉석에서 구워 올리던 제수의 중심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제수와 마찬가지로 미리 구워서 올립니다.

이때 머리(頭)와 꼬리(尾)가 분명한 음식은 동쪽으로 머리 부분을 두고, 서쪽으로 꼬리를 향하게 합니다. 이것을 '두동미서(頭東尾西)'라고 합니다. 주의할 것은 생선의 배는 신위를 향하거나 위를 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머리와 꼬리가 동서로 향하게 한 것은 생명의 기운이 북쪽에서 생겨나 동쪽과 남쪽을 거쳐 서쪽에서 갈무리하기 때문에 그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어류는 동쪽에 놓고 육고기는 서쪽에 놓습니다. 이것을 '어동육서(魚東肉西)'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보통 동물의 서열을 들짐승, 날짐승, 물고기 순으로 가치를 매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 서쪽이 동쪽에 비해서 가치가 높은 것일까요? 방위에 무슨 가치가 매겨져 있겠습니까마는, 동쪽은 새로 생겨나는 방위이고 서쪽은 결실을 맺는 방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와 어른처럼 나이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분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줄과 넷째 줄 : 건좌습우·생동숙서·좌포우혜

셋째 줄에는 탕(湯)을 올립니다. '어동육서'에 따라 물고기 탕은 동쪽, 육류 탕은 서쪽에 놓고, 그 사이는 채소와 두부로 만든 소탕(素湯)을 놓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탕의 가짓수는 반드시 홀수로 해야 합니다. 홀수는 하늘이고 양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날짐승이나 물고기까지 하늘에서 생겨난 것으로 여겨 홀수의 영역에 둡니다. 그런데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은 음에 속합니다. 따라서 소탕이 들어가면 홀수와 짝수, 곧 음양에 뭔가 변화가 생겨야 할 텐데 무슨 이유로 계속 홀수만 고수하는 것일까요? 과일도 그렇습니다. 땅에서 생겨났으니 짝수일 텐데, 무슨 이유가 있을까요?

어떤 분들은 홀수의 득세는 역시 남자 중심의 제사 구조에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겠냐고 합니다. 짝수로 두어야 할 것조차도 홀수의 세력이 지배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이 틀리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제사는 길례(吉禮)에 속한다는 점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길례에 어울리는 수는 양수입니다. 양이 가진 속성은 기쁨이나 화목함에 더 잘 들어맞으니까요. 그래서 제사상은 홀수가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넷째 줄에는 나물·젓갈·식혜·김치·포 등이 올라갑니다. 여기에도 기본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마른 것은 동쪽에 두고, 물기 있는 것은 서쪽에 둡니다. '건좌습우(乾左濕右)'입니다. 이것 역시 음양에 따른 것입니다. 동쪽에서 뜬 해는 남쪽을 지나 서쪽으로 건너갑니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김치는 동쪽에 두고 나물은 서쪽에 둡니다. 여기에는 날것은 동쪽에, 익힌 것은 서쪽에 두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생동숙서(生東熟西)'입니다. 데치고 무친 것을 익힌 것이라 생각한 것이지요. 여기서 간장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포는 서쪽에 두고 젓갈은 동쪽에 둡니다. '좌포우혜(左脯右醯)'를 말하고 있습니다. 혜는 젓갈(어혜)을 말하지만, 지금은 식혜로 대신합니다.

다섯째 줄 : 홍동백서·동조서율·조율이시

다섯째 줄에는 과일을 놓습니다. 홍동백서(紅東白西)는 붉은빛의 과일은 동쪽에 두고, 흰빛의 과일은 서쪽에 둔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오행의 색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동쪽의 빛깔은 원래 녹색입니다. 붉은색은 남쪽에 속합니다. 그러나 동과 남은 양의 방위이기 때문에 붉은색을 동쪽에 둔 것입니다. 실제로 제사상에서 남쪽에 놓을 자리는 없습니다. 서쪽의 색은 흰색입니다. 이런 오행의 도식에 따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원칙은 '동조서율(東棗西栗)'입니다. 동쪽에 대추를 두고 서쪽에 밤을 두는 것입니다. 특히 서쪽에 밤을 두는 것은 율(栗)이란 한자의 모양이 서(西)와 목(木)을 합해 놓은 듯해서 서쪽에 두는 것이라 합니다.

'동조서율'에 대한 설명은 천문학을 따르고 있기도 합니다. 곧 붉은 해가 동에서 떠 서쪽으로 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에, 붉은 대추는 동쪽에 두고 밤은 서쪽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서쪽에 두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또 다른 배열 원칙으로 '조율이시(棗栗梨柿)'를 들 수 있습니다. 조는 대추, 율은 밤, 이는 배, 시는 감을 말합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 과일들을 늘어놓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이시(梨柿), 곧 배와 감의 순서가 문제입니다. 지방마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생긴 속담이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는 것입니다. 다 알아서 할 텐데 쓸데없는 훈수를 둔다는 뜻입니다. 가례의 성격이 어떤지를 알려주는 말입니다. 보편적인 방법이 있지만, 역시 가풍에 따라 융통성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과일의 개수는 과일이 땅에서 생겨난 것이므로 짝수로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사가 과일의 개수를 홀수로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다른 견해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일 각각의 개수가 아니라 과일 접시의 수가 홀수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땅의 숫자가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은 역시 홀수를 더 중요한 수로 생각했기 때문인 것은 아니었을까요?

풀코스

제사상을 차리는 원칙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1열에서 5열까지 각 열에 놓인 음식에 대한 것만을 보았을 뿐이고 세로축, 곧 1열과 2열의 차이와 같은 각 열들의 특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각 열에 놓인 음식들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요?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특징 중의 하나가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놓고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양식이나 중식처럼 음식이 계속 연이어 나오는 코스가 따로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음식 문화를 제사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열은 주된 음식입니다. 밥과 국이니까요. 둘째 열은 술안주입니다. 밥을 드시기 전에 한 잔 드시는 것입니다. 실제로 향을 피우고 술을 따라 올리는 절차가 밥을 먹는 절차보다 먼저 있습니다. 술이 있는데 안주가 없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래서 둘째 열은 술안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셋째 열은 탕인데, 곧 찌개입니다.

우리의 밥상에는 국과 찌개가 나옵니다. 간단한 식단에는 둘 중 하나가 나오지만 성의를 갖춘 식단에는 둘이 함께 나옵니다. 국과 달리 찌개는 큰 그릇에다 요리해서 숟가락을 모두 담가 함께 먹습니다. 우리나라의 공동체적 심성을 볼 수 있는 요리입니다. 제사상에 찌개가 나온다는 것은 정성을 들인 밥상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넷째 열은 밥반찬이 되겠습니다. 반찬을 곁들여 맛있게 밥을 먹습니다. 그런 다음 과일이 놓인 다섯째 열은 후식이 됩니다. 과일 중에서 제일 귀한 과일들을 한데 놓고 맛을 봅니다. 이것 역시 성의입니다. 과일의 꼭지 부분을 칼로 도려내는데, 이것은 과일을 놓을 때 균형을 잡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껍질 아래 상큼한 과일의 향을 내어 조상의 혼이 더욱 생기에 감응하기 쉽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사상이나 귀한 손님을 모시는 상이나 그 차이는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공손한 주인에게 후한 대접을 받은 손님은 다음번에 답례를 반드시 합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손의 후한 대접을 받은 조상님은 자손의 앞날에 길한 일만 있으라는 복을 내려주고, 세속의 삶이 평탄하도록 음으로 양으로 돕습니다. 수호천사의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조상의 혼은 이승을 떠났지만 자신과 같은 기를 나누어 가진 자손들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정성 어린 자손들의 마음을 헤아려 천지조화의 과정에 참여하는 귀신이 되어 그들을 보우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후손들이 제사를 모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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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일 집필자 소개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소강절의 선천역학과 상관적 사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학(동양학)의 귀한 자원을 보편적 학문으로 만들고 인..펼쳐보기

출처

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 저자이창일 | cp명예담 도서 소개

그동안 뜻도 모르고 따라했던 관혼상제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예절의 행위나 절차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지, 전통 예절 중에서 가례에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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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제사상에 놓인 음식에 정해진 자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이창일,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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