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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절
입관은 왜 3일 만에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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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기혹시 다시 살아나면
사람은 죽으면 관에 들어갑니다. 먼 옛날에는 항아리를 사용했고, 한 세기 전에만 해도 관이 없어서 거적으로 말아서 망자의 몸을 가렸다고 합니다. 또 화장을 하는 경우는 관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관에 넣어서 화장을 하므로 관이 없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요즘에는 죽으면 다음 날 묶어 시신을 관에 넣습니다. 그러나 3일장을 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만 2일, 곧 3일이 지나야만 입관을 했습니다. 신분이 있었던 사회였기 때문에 왕이나 왕비의 경우는 4일이 지난 다음에 입관을 했습니다. 예서에서는 죽은 지 사흘이 지나서 입관을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효자의 심정은 슬프고 애통하여서 기어다니면서 곡을 하고, 혹시라도 살아날 것만 같아 어찌 시신을 빼앗아 염을 할 수 있겠는가. 3일이 지나 염을 하는 것은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3일이 되어도 살아나지 않으면 역시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며, 효자의 마음 역시 더욱더 쇠약해졌으므로 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에 이르러서야 집안 사정에 맞는 장례 비용과 상복, 각종 상장제구 등을 갖출 수 있으며, 또한 멀리 있는 친척도 오게 된다. 이런 까닭으로 옛 성인께서 이러한 제도를 만드신 것이다.
예서를 보면 이별의 아픔 때문에 비록 죽었다지만 만에 하나라도 소생할 희망을 버리지 않는 애틋한 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옛이야기 속에는 이 기간에 살아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나이 드신 분들 중에도 간혹 그분들이 어렸을 때 입관 전에 살아난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판정을 잘못 내린 겁니다. 제가 실제로 들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말만 하면 아실 유명한 철학자 분이 계십니다. 그분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의사가 집으로 왕진을 와서 운명하셨다고 했습니다. 환갑이 지난 누이가 건넌방에서 대성통곡을 합니다. "아이고, 우리 아부지가 돌아가셨네~!" 이른 나이는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다니 가슴이 턱 막혀서 평소 존경하던 한의사 분께 이 사실을 알렸더랍니다. 그 한의사께서는 아침밥 뜨던 숟가락을 물리고 급히 그 집에 갔답니다.
그래도 의사인데 한 인간의 죽음을, 그것도 평소 잘 알던 분의 죽음을 듣고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 집에 가니 곡소리가 들리고, 안방에는 흰 천으로 몸을 가린 망자가 있었습니다. 돌아가셨다고, 들어가실 필요 없으시다는 만류를 뒤로하고 이 한의사 분은 망자의 맥을 짚었다고 합니다. 발뒤꿈치에 있는 맥인데, 한의학에서는 이곳의 맥이 끊어져야 죽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이 한의사 분은 희미하게 살아 있는 망자의 생기를 느꼈습니다. 이 어른, 보통 분이 아니신 거죠. 그래서 학생이 펜을 쥐고 아가씨가 백을 들듯, 가지고 계신 침통에서 침을 뽑아 이 혈 저 혈에 침을 놓으셨습니다. 잠시 후 대성통곡을 하던 철학자의 누이는 다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답니다. "에구머니나, 아버지가 부활하셨다!"
사망을 선고한 의사는 엉터리였을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럼 한의사 분은 신과 같은 존재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죽고 사는 이치에 밝은 분이겠지만, 기이함이란 그 이치에 따른 것일 따름입니다. 저는 한의학의 신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의학의 침 한 방에 살았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마찬가지로 주사 한 방이면 살았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안타깝습니다. 양의사는 자신의 이치를 따랐고 한의사도 자신의 이치를 따랐지만,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한의사라서 한의사가 가진 이치가 빛났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우리는 이 두 이치를 하나의 이치로 만들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철학자의 아버지는 그 뒤로 10여 년을 더 사시다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런 일이 있으니, 3일의 기간을 둔 것은 괜한 것이 아닙니다. 예서의 두 번째 이유는 장례를 치를 시간을 버는 것이라 합니다. 아마도 실제적인 이유가 될 것입니다. 경황이 없는 가운데 중대사를 치러야 합니다. 3일은 필요한 것이지요. 또 하나는 먼 곳에서 부음을 듣고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의례준칙
여러 번 이야기한 것이지만, 예절은 자연적인 것이며 그 인위적 절차도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절차가 자연스럽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의 유출, 곧 마음에 무언가 꺼림칙한 불쾌감이나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자연스러움이 절차가 자연스럽게 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례준칙은 일제시대부터 공권력으로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예절을 통제하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악습이 이어져 해방이 된 후 조국의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게 됩니다.
일제시대와는 배경이 사뭇 달랐지만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습을 공권력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옳은 생각이 아닙니다. 법률이기 때문에 어기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법은 유명무실하게 되었습니다. 허례허식에 대해 가벼운 형벌은 주어지지만 그 효력은 매우 미미합니다. 3일장과 관련해서, '상례는 반드시 3일장을 해야 한다'는 우리의 상식은 실제로 강제적인 공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풍속이 되었습니다. 과거 농촌에서는 3일장은 물론이고 4일장, 6일장, 12일장이 행해졌습니다. 날짜가 다른 이유는 상례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장지 선택 등이 고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례란 맞춤형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말이 구차하게 들립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례 절차가 상업적 전문가들에 의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효율성과 편리함을 강조하는 현대 문명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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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뜻도 모르고 따라했던 관혼상제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예절의 행위나 절차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지, 전통 예절 중에서 가례에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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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입관은 왜 3일 만에 하나요? – 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이창일,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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