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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절
3년상을 지내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논어
3년상이라고 하면 부모가 돌아가신 후 묘소 곁에 초막을 짓고 만 2년 동안 마치 그분들이 살아계실 때처럼 함께 거처하는 것을 말합니다. 잠은 그렇다고 하지만 먹는 것은 어떨까요? 집에서 해 갑니다. 그러니 거처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끼니때마다 먹을거리를 전달하는 집안 사람들도 이만저만한 정성이 없으면 안 됩니다. 3년상에는 어떤 유래가 있을까요? 부모상을 3년 동안 지낸다는 언급은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님이 처음 했습니다.
3년의 기간을 산정하는 기준은 돌아가신 해가 첫해이고, 다음 해가 둘째 해이고, 그 다음 해가 셋째 해입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신 다음다음 해, 만 2년이 되는 해까지 지내면 바로 3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 용어로 첫해를 소상이라 하고 둘째 해를 대상이라고 합니다. 대상을 지내고 탈상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돌아가시고부터 이 대상까지의 기간이 상례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3년일까요? 단번에 말한다면, 굳이 3년이라는 시간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관습을 통해서 3년은 훼손시킬 수 없는 권위를 갖게 됩니다. 처음 3년상을 말한 사람은 공자입니다. 공자는 유교의 학문적 이론과 실천적 방법을 제시한 인물입니다. 유교를 종교라고 한다면 유교의 교주는 공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의 말씀을 모아놓은 책이 유명한 『논어(論語)』입니다. 『논어』에는 위와 같은 질문을 받은 공자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음미한다면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입니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 '재아'가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그는 "3년상은 너무 깁니다" 하고는 이런저런 이유를 댔습니다. 먹고살아야 하는데 3년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 사업을 하거나 공직에 있는 사람이 3년 동안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사업을 그만두거나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2500년 전 공자의 제자도 그런 실용적인 생각을 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스승은 제자 앞에서 답하지 않고 제자가 자리를 물리자 말합니다.
재아는 '사랑이 뭔 줄 모르는 놈'이다. 자식을 낳은 지 3년이 된 후에야 자식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난다. 3년상은 온 천하에 공통되는 상례다. 재아도 자기 부모한테서 3년 동안 사랑을 받았을 텐데…….
공자는 3년이라는 기간은 부모에게 생명을 받은 한 사람이 태어나서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낱 핏덩어리로 이 세상에 나왔을 뿐, 어린아이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육식동물로 둘러싸인 초원에서 어린 짐승으로 태어난 영양은 나자마자 들을 달립니다. 거북이 새끼는 알을 깨고 나와서 수십 미터 해안 모래 벌판을 헤치고 바다로 들어가 힘차게 손발을 저어댑니다. 하지만 인간의 아이는 너무 무기력합니다. 그냥 두면 언제 생명이 끊어질지 모릅니다. 부모님은 아이를 제 몸처럼 돌보면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사랑이 뭔 줄 모르는 놈'이라고 한 것은 한문의 불인(不仁)이라는 말을 옮긴 것입니다. 불인은 의학 용어로 '마비'를 뜻합니다. 기가 순환하지 않고 통하지 않을 때 불인이라고 합니다. 또 인이란 '씨앗'을 말하기도 합니다. 생명의 힘이 온축되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도인은 살구 씨를 말하고, 행인은 은행나무 씨를 말합니다. 살구나무를 키우고 은행나무를 자라게 하는 것이 꼭 씨만은 아니더라도, 씨가 없다면 시작할 수 없습니다. 씨가 물과 공기, 양분을 받아들이면서 나무로 자라게 됩니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씨입니다. 물과 공기라는 생명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씨이므로, 씨는 생명의 기운(生氣)을 느끼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하여 성장할 줄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인은 생기를 받아들여서 제 생명으로 만들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씨는 자라지 못할뿐더러 성장하거나 저와 같은 열매 속의 씨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불임이 되고 맙니다. 생명이 끊어지는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아들여서 내 생명으로 만들지 못하는 놈은 제 생명이 온전히 자랄 수 없고, 그로 해서 생명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아무것에게도 사랑을 나누어줄 수 없는 불임의 인간이 됩니다. 그래서 생명의 기운인 사랑이 뭔지 모르는 놈이라고 옮겨놓았습니다.
아무런 이유와 대가 없는 부모의 사랑을 담뿍 받으면서 아이는 한 사람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갑니다. 3년은 바로 이런 최소한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말합니다. 부모의 사랑을 가슴 깊이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3년상이 단순한 기일의 문제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줄 알고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에 대한 나의 자연스러운 느낌, 그것을 효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효는 인을 실천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라고 불린 것입니다.
나에게 생명을 주고 나를 살게 만들어준 무한한 사랑의 베풂을 잊고서는 사람은 자신은 물론이고 누구에게라도 온전한 사랑을 베풀지 못합니다. 유교뿐 아니라 현대의 지식들도 이런 점을 너무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릴 때 부모나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발달에 문제가 많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은 유아기의 경험이 인생을 결정하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 사랑의 참다운 힘을 알 수 있을까요?
지금 세상을 살면서 3년상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3년이 아니라 그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적 삶은 이 정신을 구현하는 실제적인 절차에 고통을 당해왔습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 가진 커다란 가치에 소홀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보이는 가치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삶은 보이지 않는 이 가치가 가진 영원한 진리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신은 가지고 가되, 그 절차는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절차는 한 사람의 힘이나 의지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 정신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앞으로의 절차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돌아가신 아버지 3년상을 마쳤습니다. 저는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요? 한 번도 평심한 마음으로 그분을 한 인간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가, 가신 뒤로 그분을 생각했습니다. 좋은 면과 나쁜 면을 자식이 아닌 인간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나름대로 제 가슴속에 다짐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의 몸과 정신을 이루는 기와 나의 몸과 정신을 이루는 기는 거의 같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살아생전 하지 못했던 것, 바라고 소원했던 것, 진정 살아보고 싶어했던 삶의 환희와 향유를 저 역시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잊지 않고 반듯한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철학자들은 죽음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확실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죽음이 먼 훗날 쇠약해진 뒤에 찾아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죽음은 언제 어느 순간 닥칠지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늘 삶과 함께 있습니다. 또한 죽음은 늘 남의 일로 느껴집니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자각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가까운 분이신 부친의 죽음은 내 죽음은 아니지만,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강둑을 노랗게 물들인 흐드러진 개나리 꽃 더미, 비 갠 언덕을 비추는 찬란한 태양,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의 춤사위, 뽀드득거리는 함박눈 길, 탈 없이 잘 자라주어 고마운 아들과 딸들 내외, 그리고 그 곁에 서 있는 귀여운 내 손주들, 검은 머리 하얗게 세도록 나와 함께한 아내, 다시는 이 세상에서 이 모든 것을 볼 수 없다는 처연한 무상감을 불러오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나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이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니까요.
3년의 기간을 돌아가신 그분을 한 인간으로 생각하고, 더불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다짐하는 시간으로 삼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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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뜻도 모르고 따라했던 관혼상제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예절의 행위나 절차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지, 전통 예절 중에서 가례에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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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3년상을 지내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 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이창일,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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