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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를 대신하는 것들

관공서에서 행해지는 성년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은 관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원래 풍속과 관은 별로 친하지 않습니다. 관은 강제고 인위며, 풍속은 자연스러움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풍속의 자연스러움 속에, 성인이 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흔적이 있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관례에 대해서 알아보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가 대략 19~20세입니다. 우리나라의 중고생들은 공부하느라 어른이 될 틈도 없습니다. 대학을 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른이 됩니다. 사회에 나가는 것입니다. 사회에 나간다는 것은 이미 어른의 세계에 가입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관례와 관련이 깊은 것은 혼인입니다. 실제로 혼인은 경제적 여건이 갖춰진 다음에 하게 되며, 민법에서 정하는 결혼 가능 연령은 만 18세입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이 나이에서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합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즈음이 성인이 되는 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나라의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선거권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 선거권이 생기는 나이는 만 19세로 정해졌습니다. 대학교 1학년 나이입니다. 전에는 만 20세부터였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이상한 일입니다. '대학', 곧 커다란 배움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니요? 그런데 결혼을 18세에 한 어엿한 사회인에게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선거권을 갖는 것은 최소 만 18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혼이나 선거권이나 모두 성인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혼란이 온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인에 대한 생각이 막혀 있으니 성년식에 대한 생각은 아예 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풍속이나 관습은 자연스러움을 따라 형성됩니다. 누구도 막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성년식의 역할을 하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대학 입학식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겨우 성년식을 경험합니다. 혹은 사회인이 되었다면, 회사에서 성년의 날에 가벼운 인사를 합니다. 그러나 회사나 대학에 가지 못한 사람에겐 어떤 성년식이 있을까요?

아무런 의식도 없습니다. 가정에서 축하해주지 않는다면, 또래들과 어울려 어른들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문화와 오락을 즐기겠지요. 마음껏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 일을 간섭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군대에 가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한 병사는 나라를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비록 통제된 집단의 일개 병사이지만, 그 사람은 어엿한 어른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의미 있는 성년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뭔가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면서 가져야 할 정신이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치가 없습니다. 이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례가 사라져서 안타까운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중요한 삶의 시점인 어른이 되는 순간을 의미 있게 해주는 삶의 기술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어른이 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자각을 통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연령에 따른 사회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문화적 표현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빈곤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