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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림에서도 당대의 주류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18세기 후반 영국의 조형회화라는 버젓한 예술전통에 속한다. 블레이크는 처음에 미켈란젤로와 라파엘의 작품을 공부하면서 조각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뒤에는 제임스 배리, 존 모티머, 헨리 푸젤리 같은 당대 조형화가의 작품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미술가들은 블레이크처럼 극적인 자세를 한 누드상을 매우 율동적인 직선으로 윤곽만 나타냈다. 특히 푸젤리의 지극히 환상적인 화법은 블레이크가 시각적인 상상력을 해방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블레이크는 자신의 내면적인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해 자유로이 인물상을 변형할 수도 있게 되었다.
평생 동안 블레이크는 색보다 선을 강조해서 '딱딱한 느낌의 곧은 선'을 즐겨 썼다. 솔을 사용하거나 음영을 넣는 등 그림의 윤곽을 흐리게 하는 것은 무엇이든 싫어했다. 궁극적으로는 상상하여 창조한 미술작품이 자연을 관찰하여 얻은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점은 블레이크가 기억이나 상상 속의 이미지를 놀랍도록 정확하고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희귀한 재능, 즉 현대의 용어로 말하면 직관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이해가 된다.
블레이크가 환상적인 광경을 말할 때 그것은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실제로 그가 본 것 같았다. 블레이크가 그림이 지닌 환상과 변형의 능력을 믿은 것이나 레이놀즈와 게인즈버러가 자연의 겉모습만을 천하게 모방함으로써 영국의 물질주의적 지배자들에게 봉사한다고 여겨 그들을 싫어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블레이크의 판화·수채화·템페라에 나오는 인물들은 물결 모양의 윤곽에서 느껴지는 율동적인 생동감, 위풍당당한 단순함을 지닌 특이한 형상, 극적인 효과와 독창성을 지닌 몸짓으로 유명하다. 블레이크가 즐겨 쓴 주제는 밀턴이나 단테의 작품 및 성서에 나오는 일화였다. 또한 많은 그림에서 과감하면서도 남달리 섬세한 채색화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가장 훌륭한 연작화는 1790~95년에 그린 12점의 대형 채색판화, 1799~1805년에 그린 성서의 삽화와, 죽기 직전에 그린 〈욥기〉의 삽화인데 그중에서도 〈욥기〉 삽화가 그가 이룬 시각예술의 업적 가운데 백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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