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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시의 실험 기간은 끝났다.
그뒤로 거의 10년 동안 시집을 전혀 인쇄하지 않았다. 1795년 한 서적상으로부터 에드워드 영의 〈밤의 사색 Night Thoughts〉에 삽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1797년까지 이 작업을 계속해 537편의 수채화를 그렸다. 본격적인 서사시를 써야겠다는 새로운 창조적 충동을 느낀 때는 바로 이 기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795년 〈발라 Vala〉라는 서사시의 초안을 잡고 〈4개의 조아 The Four Zoas〉로 제목을 바꾸어 9년여에 걸쳐 고쳐 썼는데 판각은 하지 않았다.
이 시는 웅장한 토르소로 남아 있지만, 시의 특성과 그 속에 담긴 사상은 지나치게 복잡한 신화체계에 가려 빛을 잃었다. 개개의 시구와 주요개념은 장엄한데도 전체적으로는 불완전하며 일관성이 없다. 그뒤에 나온 서사시 〈밀턴 Milton〉·〈예루살렘〉 등은 이 작품에서 소재를 얻었다.
1800년 블레이크 부부는 서식스의 대지주 윌리엄 헤일리의 초대를 받아, 그가 마련해준 서식스 해안의 펠팜에 있는 오두막집으로 가서 살았다.
헤일리는 마음씨는 좋지만 예술감각이 없는 예술애호가로서 블레이크를 고용하여 판각을 시켰다. 그러나 헤일리는 상상력이 풍부한 그의 작품들을 업신여겨 그를 자신의 소유에 속한 세밀화가나 길들여진 시인으로 바꾸어놓으려 했다. 처음에 블레이크는 서식스 생활에 만족했으나 곧 후원자인 헤일리의 처사를 참아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오두막이 너무 습해서 아내의 건강이 나빠지자 1803년 런던으로 돌아왔다. 펠팜을 떠나기 얼마 전에 블레이크는 스코필드라는 군인을 자기 집 정원에서 내쫓으면서 매우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이유로 그 군인에게 고소당했다. 블레이크는 치체스터의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으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판결을 받았다. 헤일리는 블레이크의 보석금을 내고 변호인도 고용했다. 이 일은 〈예루살렘〉·〈밀턴〉의 밑바닥에 깔린 신화의 일부를 이루었다. 블레이크가 〈순수의 예언 Auguries of Innocence〉을 비롯한 가장 뛰어난 후기 서정시를 쓴 것도 펠팜에 있을 때였다.
〈순수의 예언〉은 다음 첫 연이 인상적이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면,/네 손바닥 안에 무한이 있고/순간 속에 영원이 있다."
가장 아름다운 편지를 쓴 것도 펠팜에 있을 때인데, 그 대부분은 토머스 버츠에게 보낸 것이다. 공무원인 버츠는 여러 해 동안 한결같이 아낌 없는 도움을 베푸는 후원자였고, 블레이크는 이무렵에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을 그에게 위탁했다.
1804~08년 블레이크는 〈밀턴〉을 인쇄했다.
이 시는 비교적 짧은 서사시로 주인공(밀턴)과 사탄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예언자적인 위엄과 블레이크가 만들어낸 신화의 모호함이 나타난다. 시 속에서 밀턴이 악과 투쟁하는 것은 블레이크 자신이 후원자 윌리엄 헤일리의 오만함과 싸우는 것을 반영한다.
〈예루살렘〉은 대표적인 서사시 가운데 3번째 작품이며 가장 긴 시이다.
1804년에 시작해 〈밀턴〉을 완성한 직후 써서 인쇄했는데, 채색한 책 가운데 가장 장식이 화려해 100페이지 중 3~4페이지에만 삽화가 없다. 세부내용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시의 기본 틀은 간단하다. 시의 도입부는 영국과 인류를 상징하는 거인 앨비언이 '울로의 잠', 즉 추상적인 물질주의라는 지옥에 내동댕이쳐진 모습을 보여준다. 시의 핵심부는 장인(匠人) 또는 창조적 인간의 원형인 로스에 의해 앨비언이 잠에서 깨어나 다시 살아남을 그리고 있다.
앨비언이 모든 사람은 한 형제라는 예수의 교리를 받아들이고 예루살렘(그가 잃어버렸던 영혼) 및 신과 재결합하면서 시는 절정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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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블레이크의 주요 서사시 – 다음백과,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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