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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
째 이야기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대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건배!’입니다. 그러나 건배라는 말은 일본어 ‘간파이’를 표기하는 한자 ‘乾杯’를 우리 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또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술잔을 들면 윗사람이 ‘건배!’ 하고 선창하고, 아랫사람들이 이어 ‘건배!’ 하고 화답하며 단숨에 술잔을 비우는 일사불란한 모습도 일본의 간파이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니 건배라는 말 대신 ‘축배’라는 말은 어떨까요.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며 잔을 들어올리거나 부딪치는 축배의 유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전 6세기까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적을 제거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음료에 독을 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은 손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같은 병에서 나온 술을 모두에게 따랐고 먼저 한 모금 마신 다음 축배를 제안했습니다. 이 때 했던 말이 바로 오늘날 영어권에서 축배사로 쓰는 ‘Toast To’의 기원이 됐습니다. 축배를 ‘토스트’라고 했던 이유는 말 그대로 고대 로마인은 실제로 술에 토스트를 넣어 마셨기 때문입니다. 우정을 맹세하는 의미로 양념한 토스트 한 조각을 들어올린 다음에 포도주 잔에 떨어뜨렸는데, 그렇게 하면 와인의 향이 향긋하고 부드러워졌습니다.
건배라는 한자의 기원도 비슷합니다. 잔을 깨끗하게 비운다는 뜻으로 중국에서도 로마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살을 우려해 같은 병에서 나온 술을 다 함께 비웠습니다. 그런가 하면 잔을 ‘쨍!’ 하고 부딪치는 풍습은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됐습니다. 종소리와 비슷한 소리에 재앙과 마귀를 쫓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땠을까요.
가끔 사극에서 잔을 부딪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 고유의 풍습에는 건배가 없습니다. 단숨에 술잔을 비우거나, 술잔을 돌려 마시거나, 부딪치거나 하지 않았지요. 대신 좋은 술을 상대에게 권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작(對酌)을 즐겼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축배의 역사가 짧은 편입니다.
멋진 축배사 하면 떠오르는 명대사가 있습니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먼과 잔을 부딪치며 속삭였던 말,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입니다. 원문은 “Here’s looking at you, kid”로, 직역하면 ‘나는 너를 본다’는 뜻이고 ‘키드’는 연인을 다정하게 부르는 호칭입니다. 그리고 ‘Here’s looking at you’라는 말은 술을 마실 때 흔히 ‘그러면 건배’라는 식의 관용구로 쓰이는데요. ‘나는 너를 본다’가 어떻게 ‘그러면 건배’가 됐을까요?
옛날 영국의 선술집으로 가봅니다.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함께 있는 누군가가 돈을 훔쳐갈까 걱정했습니다. 특히 맥주 잔을 들어올려 술을 마실 때가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소매치기를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겁을 줄 작정으로 맥주 잔을 들어올릴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Here’s looking at you.” 그 눈빛과 말에는 이런 경고가 담겨 있었겠지요. ‘서툰 짓 마라,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으니.’ 그 말이 훗날 ‘그러면, 건배’라는 뜻이 됐습니다. 그리고 영화 〈카사블랑카〉가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는 이렇게 멋지게 의역됐습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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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대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 문득, 묻다 : 첫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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