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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
째 이야기
봉이 김선달은 실제 있었던 인물일까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를 통틀어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하면, 역시 ‘봉이 김선달’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봉이 김선달은 봉이 김선달이 아닙니다. 무슨 말이냐하면 봉이도, 김선달도 모두 그의 진짜 이름이 아닙니다.
그의 본명은 김인홍, 평양 출신으로 장원급제하고도 벼슬을 얻지 못했습니다. 조선 후기의 서북인 차별정책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선달이 됐습니다. 선달은 과거에 급제하고도 벼슬을 얻지 못한 양반을 부르는 칭호지요. 품은 뜻을 세상에 펼칠 수 없게 되자 김선달은 번뜩이는 기지로 권세 있는 양반과 부유한 상인, 위선적인 종교인들을 골탕 먹이며 세상을 휘젓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이름자 앞에 별호처럼 붙은 ‘봉이’는 어떻게 얻어졌을까요?
김선달이 장 구경을 하다가 닭을 파는 가게 옆을 지나는 길이었습니다. 마침 닭장 안에 유달리 크고 모양이 좋은 닭 한 마리가 있어서 주인을 불러 그 닭이 ‘봉(鳳)’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새 중의 왕’으로 불리는 봉황, 수컷의 이름과 암컷의 이름이 합쳐진 말로 수컷이 봉이고, 암컷이 황(凰)입니다. 그런데 봉황은 실재의 새가 아니라 상상의 새지요. 김선달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계속 묻자 닭 장수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하다가 귀찮다는 듯 봉이 맞다고 답합니다. 이에 김선달은 여섯 냥이나 주고 닭을 삽니다. 누가 봐도 어리석은 행동이었지요.
이제 김선달은 속아서 산 닭을 가지고 사또한테 달려가 봉이라고 바칩니다. 사또로서는 당연히 기분이 나빴겠지요. 봉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새니까요. 화가 난 사또가 김선달에게 곤장을 칩니다. 그러자 김선달이 온갖 억울하다는 시늉을 하면서 닭 장수에게 속아서 샀다고 하소연했고 마침내 닭 장수가 끌려옵니다. 닭 장수로서는 달리 둘러댈 변명이 없었지요. 아무리 김선달의 꾐에 넘어간 거라 해도 닭을 봉으로 속여 판 것은 사실이니까요. 결국 김선달은 닭 장수에게 닭 값은 물론 곤장 맞은 배상까지 쳐서 모두 백냥이나 받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여섯 냥을 주고 백 냥을 받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봉이’ 김선달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말이 있지요. 바로 ‘봉 잡았다’입니다. 여기서 봉도 봉황의 봉인데요. 봉이 상서로운 새이니만큼 원래는 매우 귀하고 훌륭한 사람이나 일을 얻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에서처럼 속이기 좋고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지요. 그런데 같은 봉황이라도 ‘봉 잡았다’는 말은 운수 좋다는 뜻으로 통하고 ‘황 잡았다’는 말은 운수 나쁘다는 뜻으로 통합니다. 봉은 수컷이고 황은 암컷이기 때문인데 뿌리 깊은 남아선호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봉이 김선달을 실재한 인물로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는 구전설화 속 인물입니다. 조선 후기에 부패한 세상을 풍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구로 만들어낸 인물이지요. 대동강 물을 한양 상인한테 4천 냥을 받고 판 사건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20년 전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기가 막힌 이야기였지만 지금은 충분히 현실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2025년에는 세계 물 시장 규모가 8,6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니까요. 조만간 공기 상품도 나올지 모를 일입니다.
• 아티스트 : Alice Hawtho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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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봉이 김선달은 실제 있었던 인물일까 – 문득, 묻다 : 첫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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