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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 이야기
승리의 여신은 누구일까
‘승리의 여신이 손을 들어주었다’, ‘승리의 여신은 누구 편을?’, ‘승리의 여신이여, 우리에게 미소를’, 승리의 여신과 관련한 다양한 표현들입니다. 승리의 여신은 누구일까요?
이름부터 소개하면 그리스 신화에서는 ‘니케(Nike)’, 영어식으로 읽으면 스포츠회사 브랜드 이름으로 유명한 나이키가 됩니다. 반면 로마 신화에서는 ‘빅토리아(Victoria)’라고 부르는데, 승리를 뜻하는 영어 단어 ‘빅토리(victory)’가 여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가 어떤 모습인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조각상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습니다. 〈모나리자〉를 비롯한 이탈리아 거장들의 작품들과 〈비너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 보물이 모여있는 드농관의 큰 계단에서 이곳의 여주인과 같은 아우라를 내뿜으며 서 있는 328센티미터의 조각상, 바로 〈사모트라케의 니케〉입니다.
1863년, 에게해 북서부의 작은 섬 사모트라케에서 백여 점의 파편 조각으로 발견됐지만 끝내 머리와 양 팔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머리와 양팔이 없어서 오히려 양 날개가 더욱 시선을 잡는 효과를 줍니다. 날개가 일으킨 바람에 드레스가 휘감긴 모습은 승리의 여신이 지금 막 나에게 날아오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기원전 190년, 로도스 섬의 주민들이 에게해에서 일어난 해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대리석 조각상으로 추정됩니다. 사모트라케는 이 조각상이 발견된 곳의 지명입니다.
니케는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테네의 옛 이름은 ‘아테나이’, 아테나의 도시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를 수호하는 여신 아테나에게 바쳐진 신전입니다. 이곳에서 아테나는 왼손에는 창을, 오른 손에는 작은 니케를 들고 있습니다.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와 승리의 여신 니케가 함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의 신 아레스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지원했던 트로이가 왜 아테나가 지원한 그리스와 벌인 전쟁에서 패배했는지 짐작할 수 있지요. 고대 그리스인은 승리의 결정적인 비결이 힘이나 아름다움보다 지혜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국회의사당에서도 같은 조각상을 볼 수 있는데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을 그대로 본떴습니다. 지혜의 승리를 뜻하지요.
그런데 아크로폴리스의 남서쪽에 있는 또 다른 신전 ‘니케 아프테로스’에 있는 니케는 다른 모습입니다. 아프테로스란 날개가 없다는 뜻으로 이곳의 니케에게는 날개가 없습니다. 이름이 니케 아프테로스라서 니케 여신에게 바친 신전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 신전 역시 아테나에게 바친 것입니다. 아테네 사람들은 승리의 여신이 날아가지 않고 아테나 여신과 계속 함께하기를, 그래서 자신들도 계속 승리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니케의 날개를 없앴습니다.
니케의 출생을 따져보면 사실 그녀가 신의 반열에 오른 것이 신기합니다. 제우스가 신들의 우두머리가 된 것은 티탄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인데 니케가 바로 티탄족의 딸입니다. 정확하게는 아버지가 티탄족인 팔라스이고 어머니는 저승의 강을 지키는 스틱스입니다. 그러나 티타노마키아 전쟁 때 종족 편에 서지 않고 올림포스 신들 편에 서면서 승리의 여신이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에게는 남매들이 있습니다. 질투를 뜻하는 젤로스, 힘을 뜻하는 크라토스, 폭력을 뜻하는 비아가 그들입니다. 이것은 승리가 질투, 힘, 폭력과 함께 죽음이라는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나는 것을 뜻합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죽음으로부터 다시 태어나야만 합니다. 그러나 태어날 때 홀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질투, 힘, 폭력도 함께 태어나지요. 승리에는 질투와 힘, 폭력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뜻이니 승리의 이면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승리에 대한 그리스인의 관념은 현대에도 그대로 통합니다. 성공한 사람에 대한 세인의 시선에는 선망과 함께 질투가 섞여 있고 아무리 성공했다 하더라도 힘(실력)에서 밀리면 언제든 유무언의 폭력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현대인에게 가장 큰 폭력은 무시와 경멸이지요.
아테네의 멸망도 같은 수순을 밟았습니다. 에게해를 완전히 장악할 만큼 막강한 힘을 자랑하던 시기에 주변 도시 국가들의 질투를 사서 전쟁이 시작됐고 27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펠레폰네소스 연맹에 강한 육군을 앞세운 스파르타의 힘이 합세하자 니케가 아테나의 곁을 떠난 것일까요. 전염병까지 돌면서 아테네 시민의 3분의 1이 사망했고 결국 기원전 404년, 멸망했습니다.
• 곡명 : 오페레타 The Bohemian Girl 중 I dreamt I dwellt in Marble Halls
• 아티스트 : Bal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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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승리의 여신은 누구일까 – 문득, 묻다 : 첫 번째 이야기, 유선경,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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