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이름은 거(昛). 초명은 심·춘. 원종의 맏아들로 어머니는 순경태후이다. 비(妃)는 제국대장공주·정화궁주·숙창원비이다.

1259년(고종 46) 고종이 죽고 원종이 태자로 원에 가자 태손으로서 국사를 담당했으며, 1260년(원종 1) 태자로 책봉되었다. 1274년 5월 제국대장공주와 혼인하고, 다음달 원종이 죽자 즉위했다. 재위 중 즉위하던 해와 1281년 2차례에 걸쳐 원의 일본원정에 참여했으나 모두 불의의 태풍으로 실패했고, 그후에도 원 세조가 일본정벌의 뜻을 버리지 않아 몇 차례에 걸쳐 조선과 군량미 확보 등의 원정준비를 책임져야 했다.

1290년 내안의 잔여세력인 합단이 쳐들어오자 강화로 천도하고 원나라에 원병을 요청해 그 도움으로 1년 반 만에 진압하고 1292년 개경으로 환도했다. 재위중 11차례에 걸쳐 원나라를 왕래하면서 여원관계의 회복과 고려왕권의 위상 확립 및 대몽항쟁 중 원나라로 편입된 고려 영토의 수복에 힘썼다. 이 가운데 고려의 고유 풍속을 고치지 않도록 허락받은 것과, 최탄(崔坦)의 반부를 계기로 1270년에 설치된 동녕부를 1290년에 돌려받은 것, 그리고 삼별초의 난이 평정된 후 1273년에 설치된 탐라총관부를 1294년에 일단 돌려받은 것 등은 적지 않은 성과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원나라에 대한 정치적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그 간섭을 초래하게 되었다.

1275년 중서문하성과 상서성을 합쳐 첨의부라 하고, 추밀원은 밀직사, 어사대는 감찰사로 고쳤으며, 6부는 전리사·군부사·판도사·전법사의 4사로 통폐합했다. 이듬해인 1276년에는 조(祖)·종(宗) 대신 왕이라 하고 충성을 뜻하는 충자를 붙이게 되었으며, 선지는 왕지, 짐은 고(孤), 사(赦)는 유, 폐하는 전하, 태자는 세자로 용어를 격하했다. 이와 함께 일본정벌을 위해 설치되었던 정동행성이 그대로 남아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몽골식 기병이 야간순찰을 담당한 순마소, 매 잡는 것을 임무로 한 응방, 순번제로 숙위의 임무를 맡은 홀치[忽赤] 등에 소속된 관원들은 원나라의 세력을 믿고 전민을 탈취하는 등 많은 폐해를 낳았다.

1297년 총애하던 궁인 무비와 그 무리들을 세자(뒤의 충선왕)가 죽이자 정치에 회의를 느껴 이듬해인 1298년 세자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태상왕이 되니 원나라에서도 일수왕으로 봉했다. 계국대장공주(충선왕비)의 조비무고사건으로 같은 해 8월 충선왕이 국인을 빼앗기고 원나라로 가자 다시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사냥과 연회에 몰두했으며, 왕유소·송린의 주장에 이끌려 계국대장공주를 서흥후전에게 개가시키고 전에게 왕위를 계승시키려다가, 무종 옹립에 공을 세워 원 조정에서의 위치가 높아진 충선왕에 의해 왕유소 일당이 처형되면서 실권을 빼앗겼다.

능은 개성에 있는 경릉이다. 시호는 충렬(忠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