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정부의 행정기관을 재조직하고 강화했으며 아랍어를 전제국 행정언어로 채택했다.

반평생을 아버지이자 우마이야 왕조의 제4대 칼리프였던 마르완 이븐 알 하캄과 함께 메디나에서 지냈다.

그곳에서 종교교육을 받았고 이후 커다란 도움을 받게 되는 메디나의 신앙단체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16세에 친척인 칼리프 무와위야에게 행정업무를 위임받았다. 메디나에 계속 머무르다가 683년 다마스쿠스의 중앙정부에 대항해 일어난 메디나인 반란 때 아버지와 함께 쫓겨났다. 도중에 메디나로 진군중이던 시리아의 우마이야 군대를 만나 사령관에게 메디나를 공략하는 최선책을 일러주었는데 그 충고에 따라 싸워 우마이야군이 승리했다.

683년 11월 칼리프 야지드가 죽자 마르완이 684년 칼리프가 되어 우마이야의 지배력을 부분적으로 결집했으나 북부와 남부 아랍 부족 간의 심각한 불화를 감수해야 했다. 685년 마르완이 죽고 아브드 알 말리크가 뒤를 이었지만 이때에도 우마이야조의 반대 세력은 강성했다.

무엇보다 주파르가 이끄는 북부 아랍족이 북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들은 691년에 가서야 진압되었다. 반항의 2번째 진원지는 이라크에 있었다. 서로 반목했지만 우마이야조에 대한 저항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던 3개 주요집단이 이라크를 좌우했다. 이들은 하와리즈파(派), 시아파 그리고 685년 메카에서 칼리프임을 선언하고 여러 지방으로부터 적어도 명목상의 충성은 받았던 반(反)칼리프 아브드 알라 이븐 앗 주바이르의 세력이었다.

우마이야조의 전(前) 이라크 총독 우바이드 알라 이븐 지야드가 처음으로 영토를 회복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686년 시아파의 손에 죽음을 당했다. 3년 동안 아브드 알 말리크는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고 이라크를 내버려두었다. 그는 이라크의 여러 집단들이 서로 파멸적인 전쟁 속에서 스스로 쇠진하는 것을 보면서 때를 기다렸다. 반(反)칼리프 이븐 앗 주바이르의 형제인 무사브는 687년 시아파를 쳐부쉈지만 곧바로 하와리즈파를 다루어야했으므로 군대의 상당부분을 그 임무에 맡겼다.

아브드 알 말리크는 689년 제일 먼저 무사브에게 싸움을 걸었지만 다마스쿠스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회군해야 했다.

그 이듬해의 전쟁도 별 소득이 없었다. 691년 북부 아랍 부족을 쳐부순 뒤에야 아브드 알 말리크는 무사브와 대결할 수 있었다. 다이르알자탈리크에서 결정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무사브의 군대는 하와리즈파와의 전쟁으로 약화되었고 아브드 알 말리크는 군대의 상당수를 매수하여 무사브를 배반하게 했다. 무사브는 이 전투에서 전사했다. 이라크 전체가 그의 세력권에 들어왔고 남아 있는 저항세력의 중심은 이제는 늙은 반칼리프 이븐 앗 주바이르뿐이었다.

아브드 알 말리크는 이븐 앗 주바이르의 무모함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다음 유명한 총독 알 하자즈를 아라비아로 파견했다. 알 하자즈는 메카의 이븐 앗 주바이르를 공격해 692년 9월 그를 죽였다. 이리하여 이슬람 공동체는 마침내 통일되었다.

그러나 우마이야 통치는 아직 외형상으로만 재건되었을 뿐이었다.

하와리즈파가 아직 진압되지 않았고 반란이 일어날 여지가 있었다. 페르시아의 하와리즈파는 특히 위험한 존재였다. 그들에 대한 원정에서 승리하기 시작한 것은 아브드 알 말리크가 알 하자즈에게 바스라의 통치를 맡긴 이후부터였다(페르시아의 하와리즈파는 697년 일소되었음). 그러나 쿠파 북부에 하와리즈파의 또다른 저항중심이 형성되었다. 695년 이들은 모술을 점령하고 중부 이라크의 넓은 지역을 장악했다. 알 하자즈는 시리아 군대를 이끌고 그들 또한 697년에 격파했다.

그러나 하와리즈 운동은 특히 모술과 쿠파 사이의 바크르 부족에 강하게 잔존했다.

알 하자즈는 동부지방 전역의 총독이 되었다. 그는 무자비하고 유능한 행정가였고 아브드 알 말리크가 위임한 모든 지역을 평정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아랍의 귀족 이븐 알 샤스가 이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중이던 대규모 이슬람 군대가 반란을 일으켜 사령관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이라크로 돌아왔다.

알 하자즈는 시리아 증원군의 도움을 받아 이 반란을 진압했다. 반란 지도자는 70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살해되었다. 알 하자즈는 더이상 이라크인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와시트라는 신도시를 건설했다. 이 도시는 시리아군을 위한 요새와 자신의 개인 거주처로 설계되었다. 그뒤로 그는 이라크를 적국의 영토처럼 다스렸다. 아브드 알 말리크의 지휘 아래 북아프리카 정복전이 688(또는 689)년에 재개되었다.

이곳에서는 토착민인 베르베르족과 비잔틴 제국이 아랍인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아브드 알 말리크가 임명한 총독은 베르베르족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다음, 697년 비잔틴의 주도(州都)인 카르타고를 정복했다. 다른 해안도시들도 함락시켰고 평정사업과 이슬람화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아브드 알 말리크는 692년 아나톨리아에서 비잔틴 제국에 대한 전쟁도 재개했다. 그러나 항구적인 정복은 이루지 못했다. 이 전쟁들은 부분적으로는 시리아군을 완벽한 준비태세로 유지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었다.

아브드 알 말리크에 대한 평가

우마이야조의 통치는 아브드 알 말리크에 의해 전반적으로 크게 강화되었다.

그는 이슬람 세계에서 상당한 도덕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메디나의 종교 계층들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다. 아브드 알 말리크는 우마이야조의 어떤 전임 칼리프보다도 신앙심이 깊었다. 오랜 메디나 체류 덕분에 그는 메디나 신학자들의 정서를 잘 알고 있었다. 칼리프로서 그는 그들을 정중하게 대했고 그의 사생활은 그들의 이상에 근접했다. 그 결과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전처럼 우마이야조에 반대하지 않게 되었다.

아브드 알 말리크는 행정언어로 지방언어 대신 아랍어를 채택했다. 정부관리는 대부분 비(非)이슬람교도였지만 아브드 알 말리크의 조치들로 아랍 이슬람교도들은 보다 쉽게 행정을 다룰 수 있었다. 새로운 이슬람 통화도 주조했다.

이것은 그리스와 페르시아 동전을 본떴지만 이슬람의 각명(刻銘)을 한 것이었다. 이슬람화의 물결이 일어났다. 그러나 아랍인의 특권적 지위는 유지되었다. 사실상 비아랍 이슬람교도의 문제는 날로 심각해졌고 나중에는 우마이야조의 주요 위협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우마이야 가문은 다마스쿠스에 살면서 칼리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총독으로 임명되었지만 또한 많은 이들이 무능하다 하여 소환당했다. 아브드 알 말리크는 씨족의 지지를 받았으며 곧잘 비교되곤 하는 우마이야조의 제1대 칼리프 무와위야보다 더 전제적이었다. 그는 자문위원회와 상의하는 정책을 버리고 모든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했다. 종교적 관심과 이상은 매우 높았지만(예를 들면 그는 예루살렘에 반석 위의 돔을 세웠음) 그는 노련한 정치가였다. 시리아에서 그는 북부 아랍 부족을 회유할 수 있었고 이것에 대해 남부 아랍 부족이 분개했다.

아브드 알 말리크는 탁월한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동부의 부왕으로 알 하자즈를 선택했으며 끝까지 그를 지지했다. 그는 검은 피부와 땅딸막한 체구에 수염을 길게 길렀다.

지독하게 인색하여 별명이 '돌 이슬'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화술이 뛰어났으며 시를 좋아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자신의 주장에 단호했으며 필요하다면 엄청나게 잔인할 수도 있었다. 적을 추적하는 데는 사정을 두지 않았고 모든 나라일을 세밀하게 감독했다. 그가 죽기 직전에 승계문제가 첨예화되었는데 아버지는 생전에 동생인 이집트 총독 아브드 알 아지즈가 아브드 알 말리크의 뒤을 잇도록 지명한 바 있었다. 조정 신하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아브드 알 말리크는 자식들을 총애하여 동생을 후계문제에서 배제하는 조치에 착수했다. 아브드 알 아지즈에게 후계권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705년 5월 아브드 알 아지즈가 먼저 죽었다. 아브드 알 말리크는 마음 편히 아들들인 알 왈리드, 술레이만, 야지드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얼마 뒤에 그가 다마스쿠스에서 죽자 맏아들인 알 왈리드가 별 문제 없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