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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남쪽 약 48㎞ 지점에 있는 이 도시는 13~14세기에 피렌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전까지 상업과 금융의 도시로 역사상 중요한 곳이었다. 원래 이곳에는 에트루리아인의 부락이 있었으며, 이 부락은 나중에 로마 제국의 도시 세나율리아가 되었다. 이 식민지는 사라졌으나 나중에 시에나가 다시 발달하여 롬바르드족 왕들의 치하에서 번영을 누렸다.

12세기에 자치시가 된 시에나는 구엘프(교황파)였던 피렌체와 경제적인 경쟁과 영토분쟁을 벌임으로써 토스카나에서 기벨린(황제파)의 중심지가 되었다. 1260년 9월 4일 시에나인들은 몬타페르티에서 피렌체군을 무찔러 정치적 세력이 절정에 달했다.

시에나는 13세기에 중요한 금융 중심지가 되었으나 경쟁상대인 피렌체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황제파는 쇠퇴했고 교황은 시에나의 기벨린 상인들에게 경제적 제재를 가했다. 그후 오래지 않아 시에나는 구엘프로 전향했으며 기벨린 귀족들은 권력에 있어서 그들의 몫을 잃게 되었다.

이 도시는 전쟁과 기아, 그리고 14세기초 이탈리아 전역에 몰아닥친 경제침체로 고통을 겪었으며, 1348년에 창궐하기 시작한 흑사병으로 황폐해졌다. 귀족·상인·평민들 간의 권력 다툼이 구엘프와 기벨린 간의 반목을 대신하게 되었지만 시에나의 내부 안정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전반적으로 번영하여 아름다운 교회·궁전·탑·분수 등이 세워졌다.

흑사병에 뒤이어 경제와 도덕성이 퇴보된 수십 년 간 신앙심이 더욱 돈독해졌으며 이 시기에 2명의 유명한 성인인 카타리나와 베르나르디노가 배출되었다.

시에나는 15세기에 독립을 유지했지만 경제는 계속 침체되었다. 1487년 권력을 잡은 망명 귀족정치주의자 판돌포 페트루치는 1512년 그가 죽기 전까지 스페인과 프랑스의 침략기간을 통해 잔혹한 독재정치를 펼쳤다. 그의 정권은 그의 가문에 의해 1524년까지 계속되었다. 스페인에 맞서 오랫동안 영웅적으로 버티던 시에나는 1555년에 항복했고, 2년 뒤 스페인의 펠리페 2세에 의해 피렌체로 양도되었다. 1861년에는 토스카나의 나머지 지역들과 함께 새로운 이탈리아 왕국에 흡수되었다.

이곳의 건축활동은 대체로 16세기에 중단되었고 대부분의 현대 건물은 시 성벽 바깥쪽에 세워져 본래의 모습이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중세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성벽과 성문들이 둘러싸고 있는 도심부는 좁고 꼬불꼬불한 거리, 옛 건축물, 궁전들로 이루어졌다.

도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조개껍질 모양의 거대한 캄포 광장은 시에나 시민생활의 중심지였다. 시에나를 찾는 관광객들의 상당수가 코르사델팔리오를 보기 위해서 온다. 이는 중세 때 시작된 유명한 경마대회로, 화려한 축제가 벌어지는 가운데 캄포 광장에서 매년 2차례 열린다.

민간정부가 소재한 거대한 시민궁전(팔라초푸블리코, 1297~1310)이 이 광장과 나란히 서 있다. 시민궁전의 내부는 시모네 마르티니의 〈마에스타 Maestà〉와 암브로조 로렌체티의 프레스코를 포함하여 시에나 화파의 위대한 거장들의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다. 또한 이곳에는 시에나 출신 조각가 자코포 델라 케르치아가 만든 훌륭한 분수 중의 하나인 '가이아 분수'의 일부가 남아 있다.

시민궁전 한쪽 편에는 만자 탑(1338~48)이라고 알려진 102m 높이의 좁다란 종탑이 서 있다. 이 도시에 있는 톨로메이·부온시뇨리·산세도니·살림베니 궁전들도 인상적이다(팔리오 시에나).

시에나의 대성당은 12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이 시작되었으나 13세기에 모양이 변형되어 지금은 이탈리아식 고딕 양식의 가장 뛰어난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 성당 내부의 벽과 기둥들은 흑백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대리석 바닥은 도메니코 베카푸미가 상감조각으로 장식했다.

핀투리키오가 프레스코를 그린 피콜로미니 도서관은 후일 교황 피우스 3세가 된 프란체스코 피콜로미니 추기경이 1495년 대성당 가까이에 건립했다. 이 성당의 지하실로 쓰이는 산조반니 교회는 자코포 델라 케르치아, 도나텔로, 로렌초 기베르티가 제작한 얕은 돋을새김이 있는 장엄한 세례반이 특징이다.

시에나에서는 13~14세기에 이탈리아에서 가장 훌륭한 화가들을 배출했다. 두치오 디 부오닌세냐, 시모네 마르티니, 피에트로 로렌체티, 암브로조 로렌체티, 사세타가 그린 많은 대작들이 시민궁전과 두오모 미술관에서뿐만 아니라 부온시뇨리 궁전에 있는 시에나의 화랑에서도 전시되고 있다. 두오모 미술관에 있는 두치오의 훌륭한 〈마에스타〉는 몬타페르티에서 시에나인들이 거둔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308~11년에 그린 것이다.

시에나는 다행스럽게도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현재는 매우 아름답고 매혹적인 지방도시로서 대주교관구이기도 하다. 1240년에는 시에나대학교가 설립되었다. 약간의 경공업이 발달한 이 도시에는 피렌체로 가는 도로가 있기는 하나 주요국도나 간선철도는 지나가지 않는다.

예술적인 보물과 중세시대 기념물들을 찾는 관광객이 모여들며, 또한 소·곡물·올리브·포도주를 생산하는 주변 농업지역을 위한 시장도시 구실을 한다. 농업지역 중 키안티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이탈리아산 포도주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