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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서로 대립하는 것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으면서 서로 배척하고 투쟁하는 것을 가리키는 모순에 관한 이론.
모순은 사고영역에 존재하는 논리적 모순과 사물·과정·체계 등의 객관적 실재에 속하고 모든 운동·변화·발전의 근원을 이루는 변증법적 모순으로 나뉜다.
최초로 대립물의 투쟁을 사물의 운동과 변화의 원인으로 보는 사상을 제시한 사람은 그리스 자연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였다.
그는 세계를 운동하고 변화하는 것으로 보면서, 변화와 운동의 원인을 사물 안에 있는 대립물의 투쟁으로 설명했다. 그후 아리스토텔레스는 모순 문제를 철학적·논리적으로 다루었다. 그는 판단론에서 긍정과 부정의 결합, 즉 논리적 모순을 본래적인 모순으로 보았다. "동일한 것이 동일한 것에 동일한 관점에서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모순배제(무모순) 원칙으로 정식화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적 모순을 부정하지는 않았고,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같은 것이 동일한 것에 속하기도 하고 속하지 않기도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중세 스콜라 철학자들은 모순율을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했다. 즉 시간이 다르고 관점이 달라도 한 사물에 대립적인 성질이 동시에 그 사물에 속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한 사물은 하나의 불변적인 본질(자기동일성)을 지니고 있다.
스콜라 철학자들은 운동이 신(神)으로부터 유래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자연과학이 발전하면서 모순의 실제적인 존재가 문제시되었다. 16세기 이탈리아 자연철학에서는 헤라클레이토스와 엠페도클레스의 사고에 기초해서 확대와 축소, 희박과 농축, 인력과 척력(斥力), 공감과 반감, 열과 냉 등 대립물이 실제로 다투고 끊임없이 투쟁한다는 점에서 물체들이 상호작용한다는 사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사상은 쿠자의 니콜라우스의 '대립물의 일치'로 체계화했다. 정지와 운동, 생성과 소멸, 수동성과 능동성은 현존하는 사물들이 모순적임을 나타낸다.
자연에는 곡선과 직선, 다각형과 원, 밝음과 어두움, 열기와 냉기와 같은 예에서 보듯이 대립적인 것이 있다. 그러나 니콜라우스는 모순율을 뛰어넘어 유한한 대립을 무한한 것 속에서 통합하는 인간의 사유능력과 모든 대립이 사라지는 절대자 사이에는 유사성이 있다고 보았다. G.브루노와 J. 뵈메도 이러한 관점을 지지했다. 뵈메는 대립물의 일치를 신·세계·인간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관계로 보았다. 그는 특히 도덕적 선에 대립하는 도덕적 악이 인간생활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선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 대립물인 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G. W. 라이프니츠는 세계를 그 내적 모순에서 이해하는 철학적 원리들을 발전시켰다. 연속성과 불연속성, 결여(privatio)와 욕망(appeitus)을 대립시키고 통일성과 다수성, 보편자와 특수자를 논리적 대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 존재방식으로 이해했다.
이마누엘 칸트는 초기 논문에서 논리적 대립과 실제적 대립 개념을 사용하면서, 실제적 대립을 양 측면이 상호 부정하는 것이면서도 긍정적인 현상을 구체화하는 관계로 규정했다.
그러나 칸트는 이러한 관계를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경향들을 균형에 이르게 하려는 관점에서 파악했을 뿐 운동과 변화의 동력으로 파악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그는 이 관계를 순수이성의 이율배반, 즉 유한성과 무한성, 연속성과 불연속성, 자유와 필연의 양극관계로 고찰하고 이것을 논리적 모순으로 보았다.
F. W. J. 셸링은 자연철학에서 모순의 실제 존재를 인정하고 그것이 모든 삶과 운동의 추진력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는 모순을 절대적 동일성, 즉 자연과 정신의 통일, 주관과 객관의 통일로 나타나는 절대자로 이행하는 하나의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G. W. F. 헤겔은 가장 포괄적인 형태로 모순을 개념화했다.
그는 형식논리학적 모순과 변증법적 모순을 구별했다. 변증법적 모순은 '개념들의 공허한 대립'이 아니라 "'일자'(一者)와 '그것의 타자(他者)'를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의 대립물'을 자체 내에 포함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모든 사물은 그 자체가 모순적"이다. 모순은 "모든 자기 운동의 원리"이며 "모든 운동과 생명의 뿌리"이다. "자기 안에 모순을 가진 것만이 스스로 운동하며 충동과 활동성을 갖는다." 그는 변증법적 모순과 부정의 부정을 토대로 절대정신의 관념론 체계를 전개했다.
이러한 헤겔의 모순 개념은 K. 마르크스와 F. 엥겔스에 의해 유물론적인 것으로 해석되면서 사회·역사의 객관적 운동법칙을 규명하는 개념이 되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자본주의의 사회모순인 계급모순, 즉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소유의 사적 성격의 모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 사회와 개인의 모순 등을 밝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틀로 삼았다.
변증법적 유물론을 지지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모순이 다양한 물질의 운동과 발전을 낳는 원인이며, 각각의 현상을 발전시키고 다른 존재형태로 이행시키는 추진력이라고 보았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모순 개념으로 세계 외부의 어떤 비물질적인 존재(신)를 가정하지 않고 운동을 설명했으며, 사회발전의 내적인 필연성·추진력·합법칙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실천적·정치적 활동의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이들은 또 모순을 그 성격에 따라 내적 모순과 외적 모순, 주요모순과 부차적 모순, 적대적 모순과 비적대적 모순 등으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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