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

청년기와 연구활동

말리노프스키는 크라쿠프의 자길로니안대학교 슬라브 언어학교수이며 폴란드어 방언과 슐레지엔 민속을 연구해 상당한 명성을 얻었던 언어학자인 루츠얀 말리노프스키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유한 지주가문 출신인 어머니 요제파 말리노프스키(결혼 전 성은 Łącka)도 역시 높은 교양을 지닌 언어학자였다. 어릴 때부터 병마에 시달리던 말리노프스키는 10대에, 당시 이미 과부가 된 어머니와 함께 지중해 일대를 두루 여행했다. 어릴 때는 대부분 집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하여 철학을 전공하고 물리학·수학을 부전공하여 최우수성적을 받았으며 1908년 박사과정을 마쳤다.

종교적이며 주술적인 행위들을 백과사전식으로 서술한 제임스 프레이저 경의 〈황금 가지 Golden Bough〉를 우연히 읽게 된 말리노프스키는 이 책에 매료되어 오랫동안 탐독하게 되었다. 라이프치히에서 최신의 심리학과 경제학을 접한 뒤 1910년 최근에 인류학과를 신설한 런던정치경제대학에 입학했다.

말리노프스키는 이때부터 주로 런던에서 활동했다.

그는 당시 인류학 연구모임에서 인기를 누리던 문헌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 관한 자료를 재해석하여 즉시 책으로 출간하고 명성을 얻게 되었다. 1914년 뉴기니로 출발해 남쪽 해안지방의 마일루족(族) 사회에서 6개월 동안 현지조사를 한 뒤 학술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론적으로는 약간 미비했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가족제도에 관한 연구와 함께 1916년 런던대학교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기에는 충분했다. 뉴기니에서 가까운 트로브리안드 제도로 옮겨가서 1915~16년, 1917~18년 2차례 조사활동을 할 때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섬 주민들과 함께 천막생활을 시작한 말리노프스키는 그곳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면담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 기록했으며, 여러 반응들을 날카롭게 관찰하여 이상적인 행동규범과 실제행동 사이에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사회제도를 역동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 후기 저서들에서는 사회인류학 발전의 기본적 의미와 자극이라는 이론적 명제를 주장하면서 의례적 교환, 농업경제, 성(性), 결혼과 가족생활, 원시적인 법률과 관습, 주술과 신화 등 트로브리안드 제도에서 수집한 자료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장경험은 보람이 큰 반면 부담도 컸다. 말리노프스키는 폴란드어로 된 현지조사 일지를 개인적인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 글에서 고독한 심정과 뉴기니인들과의 관계에 따른 여러 문제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1919년 멜버른대학교 화학 교수의 딸 엘시 로절린 매슨과 결혼하여 3명의 딸을 두었다.

성숙기

말리노프스키는 카나리아 제도와 프랑스 남부에서 살다가 1924년 인류학 강사를 맡아 런던대학교로 돌아왔으며 1927년 교수가 되었다.

지적으로 매우 정력적인 사회과학자에 속했던 그는 당시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연구회는 아주 유명해 언어학·심리학 같은 다른 분야의 유명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말리노프스키는 그들과 공동연구를 하거나 활발한 논쟁을 벌였다. 그는 유럽 대륙의 사회이론에 정통했으며 에밀 뒤르켐, 마르셀 모스 같은 프랑스 사회학자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나 개인에 더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그에게는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을 주장하며 이들의 절대적인 사회개념을 거부했다(기능주의). 문화의 개념을 인간이 이룬 것들의 총체라고 생각한 말리노프스키는 문화적 양상과 제도를 폭넓게 조사했으며 친족관계와 결혼·교환·제의(祭儀)에 관한 기존의 주장들에 도전했다.

말리노프스키는 사회와 문화 변동에 관한 연구작업을 적극 후원했고 행정가·선교사·사회사업가 들을 위한 교육사업에 활발히 참여했다.

1930년대에는 아프리카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국제 아프리카 연구소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에 사는 벰바족·스와지족 등을 연구하는 학생들을 방문했다. 또 그의 지도를 받으며 학위논문을 준비했던 조모 케냐타의 〈케냐 산을 마주보며 Facing Mount Kenya〉(1938)에 서문을 쓰기도 했다(케냐타는 1964년 케냐의 대통령이 되었음).

1938년 말리노프스키는 안식년 휴가를 받아 미국으로 갔다.

이미 미국은 1926년 로라 스펠먼 록펠러 기념장학회 연구생으로 방문한 적이 있었으며 1933년에는 코넬대학교의 강사 자격으로, 1936년에는 하버드대학교 개교 300주년 기념제에 명예이학박사학위 수여자로 초청되어 갔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으나 나이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아 직접 참전하지는 않았다. 말리노프스키는 예일대학교 비숍 박물관의 인류학 객원교수가 되었으며 그뒤 종신 교수직을 약속받았다. 이 마지막 몇 년 동안의 교수경력은 전보다 활발하지 못했으나 1940, 1941년에는 멕시코의 농민시장들을 연구할 수 있었고 멕시코 인디언 사회의 변화에 관해서도 연구계획을 세웠다.

위대한 자유신봉자인 말리노프스키는 제2차 세계대전중에 폴란드 유격대의 대의명분에 적극 동조했다. 1940년 발레타 스완이라는 예명의 화가 안나 발레타 헤이먼 조이스와 재혼했다. 헤이먼 조이스가 말리노프스키의 멕시코 연구작업을 도왔으며 〈과학적 문화이론 Scientific Theory of Culture〉(1944)을 비롯한 유작(遺作)들의 출간을 주관했다.

주요저서로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가족제도 The Family Among the Australian Aborigines〉(1913)·〈마일루의 원주민들 The Natives of Mailu〉(1915)·〈서태평양의 모험가들 Argonauts of the Western Pacific〉(1922)·〈원시 심리학의 신화 Myth in Primitive Psychology〉(1926)·〈미개사회의 범죄와 관습 Crime and Custom in Savage Society〉(1926)·〈원시 심리학의 아버지 The Father in Primitive Psychology〉(1927)·〈멜라네시아 북서부 미개사회의 성생활 The Sexual Life of Savages in North Western Melanesia〉(1929)·〈산호정원과 주술 Coral Gardens and Their Magic〉(2권, 1935)·〈신앙과 도덕의 기초 The Foundations of Faith and Morals〉(1936) 등이 있다.

사후에 출간된 저서로는 〈과학적 문화이론〉(1944)·〈문화변동의 동학 The Dynamics of Culture Change〉(1945)·〈주술·과학·종교에 대하여 Magic, Science, and Religion and Other Essays〉(1948)가 있다. 〈일지 A Diary in the Strict Sense of the Term〉(1967)는 1914~15년과 1917~18년에 폴란드어로 쓴 개인적인 현지조사 일지를 번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