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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탕

낙지가 없는 두부장국

요약 테이블
분류 탕류
낙지연포탕

이미지 제공 -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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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연포탕이라고 하면 맑은 육수에다 살아 있는 낙지를 넣고 살짝 데쳐 먹는 낙지탕을 말한다. 특별히 양념을 하지 않아도 낙지의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을 생생하게 맛볼 수 있어 별미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낙지는 갯벌에 사는 산삼이라고 했으니 낙지 국물이 우러난 시원한 육수만 마셔도 힘이 절로 솟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낙지탕을 왜 연포탕이라고 부르는 걸까? 국어사전은 물론이고 옛 문헌을 아무리 찾아봐도 낙지를 연포라고 불렀다는 기록은 없다. 연포탕은 낙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음식으로, 두부장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만 나온다.

그러니까 맑은 장국에 두부와 무, 쇠고기, 북어, 다시마 등을 넣고 끓인 두붓국이 바로 연포탕이다. 조금 더 부연해서 말하자면, 요즘에는 초상집에 문상을 가면 육개장이 나오지만 예전에는 두부장국을 내왔는데, 그것이 바로 연포탕이다.

한자로 뜻을 풀어보면 연포탕이 어떤 음식이었는지 더 분명해진다. 연포탕은 연포(軟泡)로 끓인 국[湯]이라는 뜻인데 연포란 다름 아닌 두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약용이 우리말의 어원을 밝혀 쓴 《아언각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전에 두부를 포(泡)라고 불렀다고 나온다. 그러니 연포는 부드러운 두부라는 뜻이다.

조선 후기 문헌인 《고사십이집》에 지금의 낙지탕과 다른 본래의 연포탕에 대한 설명이 보이는데, 가늘게 자른 두부를 꼬챙이에 꿰어 프라이팬인 번철에다 지진 후 닭 국물을 넣고 끓인다고 했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도 연포탕 끓이는 법이 적혀 있다. 두부를 잘게 썰어 꼬치에 서너 개를 꽂아 새우젓과 함께 물에 넣고 끓이는데 굴과 다진 생강을 넣은 후 두부꼬치와 함께 먹으면 부드럽고 맛이 월등하게 좋단다.

연포탕은 기본적으로 두부를 꼬챙이에 꿰어서 주로 닭고기 국물이나 새우젓 국물에 담가서 끓여 먹는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문헌 곳곳에 연포탕 끓이는 법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당시 양반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모여 회식을 하는 것처럼 예전 선비들도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음식을 먹고 술 한잔 기울이며 시를 읊고 세상사를 이야기하는 모임을 자주 가졌던 모양이다. 정약용은 자신의 문집인 《여유당전서》에서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두부를 꼬치에 꽂아서 닭고기 국물에다 지져서 먹는 것을 연포회(軟泡會)라고 했다.

그런데 일종의 두부장국인 연포탕이 왜 전혀 관련도 없는 낙지탕을 가리키는 용어가 됐을까? 중장년층이 기억하는 상가에서 먹던 두부장국, 즉 연포탕은 주로 쇠고기를 넣고 끓였고 쇠고기가 흔치 않던 조선시대에는 주로 닭 국물이나 새우젓 국물을 넣고 끓였는데, 옛날 바닷가 해안 마을에서는 쉽게 잡을 수 있는 낙지를 대신 넣고 끓인 두부장국을 ‘낙지 연포탕’이라고 했다. 그러다 두부 값은 싸지고 갯벌에 지천으로 널려 있던 낙지는 오히려 비싸졌으니 두부는 사라지고 낙지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이름에서는 정반대로 낙지가 빠지고 두부를 가리키는 연포만 남았으니 참 묘한 작명이 됐다.

연포탕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이 또 있다. 문자 그대로 두부꼬치로 끓인 조선시대의 연포탕은 지금 우리가 먹는 어묵탕, 그러니까 일본의 오뎅과 여러 면에서 아주 비슷하다는 점이다. 사실 일본의 오뎅도 그 기원을 따지고 올라가면 어묵을 꽂는 대신에 두부에 된장을 발라서 꼬치에 꽂아 굽거나 혹은 두부꼬치를 넣은 장국을 끓여 먹은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우리의 두부꼬치인 연포탕과 일본의 두부꼬치, 어묵꼬치인 전통 오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연포탕과 오뎅 모두 임진왜란 이후에 발달하고 유행한 음식으로 추정되는데, 두 나라의 연포탕과 오뎅이 서로 교류를 통해 발달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양국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한 음식이 우연히 비슷해진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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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 집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4년 매일경제신문사에 입사,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주립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일한 바 있다. 2003년 매일경제신문사의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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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 저자윤덕노 | cp명깊은나무 도서 소개

우리가 즐겨 먹으면서도 미처 몰랐던 음식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과 문화,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음식의 유래와 문화, 역사 속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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