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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편

기주떡, 蒸片

쌍화점은 증편을 파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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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떡류
증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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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나오고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음식이 ‘쌍화’다.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의 소재가 되는 떡이다.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갔더니 회회(回回)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집 밖으로 나가면 조그만 새끼 광대야 네가 퍼뜨린 줄 알겠노라.

13세기 말인 고려 충렬왕 때 만들어졌다는 고려가요 〈쌍화점〉의 첫 구절이다. 아라비아를 포함해 우리에게는 서역으로 알려진 중앙아시아 출신의 색목인(色目人), 그러니까 파란 눈의 아랍계 상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쌍화(雙花)라는 음식을 사러 갔는데 주인이 손목을 잡으며 유혹했다는 내용의 노래다.

학교 다닐 때는 고려시대의 가요로, 또 남녀상열지사로 금지 가요였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주의 깊게 여기지 않았는데 노래의 소재가 되는 쌍화란 도대체 어떤 음식이었을까?

보통 쌍화를 만두라고 하고, 조금 더 자세히는 아랍 만두라고 해석한다. 만두라고 설명하니까 어쩔 수 없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만두를 떠올리게 되지만 쌍화는 만두와 많은 차이가 있다.

쌍화는 회회아비가 운영하는 쌍화점에서 파는 음식이었으니까 고려인들의 시각에서는 외국 음식이었을 것이다. 회회아비가 팔던 음식이니 중국의 전통 음식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서역, 그러니까 중앙아시아의 회회족이 주로 먹던 음식일 수도 있다. 지금의 지리로 보자면 중국 위구르족이 먹던 음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만두는 보통 밀가루 반죽에다 고기와 야채로 속을 채운 후 찌는 음식이다. 쌍화는 이런 만두보다는 소를 넣지 않고 밀가루를 발효시켜 부풀려 먹는 중국식 만두에 가까운 음식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만두라는 음식 자체가 서역을 통해 중국에서 발달한 것이니 회회아비가 중국 만두를 판다고 해서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우리 문헌에 쌍화는 상화(霜花) 또는 상화(床花)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조선의 떡 중에서 가장 이색적인 것은 상화(霜花)와 증병(蒸餠) 종류라고 했다. 상화는 충렬왕 때 보이니까 늦어도 고려 말기에 들어와 우리나라에 정착한 떡이다. 그런데 왜 들어온 지 600년도 더 지난 떡을 특이한 떡이라고 한 것일까?

최남선은 상화를 쌀가루나 밀가루를 반죽하고 거기에 술을 넣어 속이 푸석하게 부풀어 오르게 한 후 덩이덩이 만들어 먹는 떡인데 호떡 가운데 보시기 엎어놓은 것처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중국의 만두 또는 서양의 빵과 비슷한 음식이라고 풀이했다. 쉽게 말해 밀가루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켜 만든 빵이다.

우리나라 떡 중에서 쌀가루를 발효시켜 빵처럼 만든 떡이 바로 증편(蒸片)이다. 증병(蒸餠)이라고도 하는데 상화처럼 막걸리를 넣어 발효를 시켜 만든다. 《조선상식문답》에서는 멥쌀가루에 술을 넣고 질게 반죽한 것으로 더운 방에서 하루 동안 피어오르게 한 후 시루나 솥에 넣어 쪄내는 떡이라고 했다. 증편에 밤과 대추, 잣, 곶감, 석이버섯 등의 고명을 올려 색에 맞추어 쪄내기도 하는데 이는 상화를 고급화한 우리나라의 사치품이라고 했다.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술을 쌀가루에 타서 부풀어 오르게 만든 떡으로 상화와 같이 효모로 반죽하여 쪄서 만든 떡이라고 했다. 《음식디미방》이나 《규합총서》와 같은 조리서에도 보이는데 최남선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만드는 떡은 대개 상화와 증편 정도에 그치는 것 같다며 그 기원은 필히 중국에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밀가루를 발효시켜 만드는 중국식 만두가 상화라면, 밀가루가 귀했던 옛날 조선시대에 밀가루 대신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쌀가루를 발효시켜 만든 것이 증편, 곧 술떡이다.

증편인 술떡은 예전에는 주로 음력 6월 15일 유두절에 먹었는데 술을 넣어 발효시켰기 때문에 여름철에 쉽게 상하지 않는 장점도 있는 한편으로 밀가루를 발효시킨 상화를 대신하기 때문에 본래 밀의 수확철인 초여름에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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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 집필자 소개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4년 매일경제신문사에 입사,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주립대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일한 바 있다. 2003년 매일경제신문사의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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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 저자윤덕노 | cp명깊은나무 도서 소개

우리가 즐겨 먹으면서도 미처 몰랐던 음식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과 문화,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음식의 유래와 문화, 역사 속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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