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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과 로마의 종교적 융합

골과 로마의 문화적 융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가 종교이다. 로마는 골의 전통적 종교였던 드루이드교를 탄압한 것 외에는 다른 모든 토착 종교에 대해 관대하였다.

로마가 드루이드교를 탄압한 이유는 드루이드들이 로마에 대항한 반란의 주도 세력이었다는 점 외에도 종교 자체의 성격에도 원인이 있었다. 드루이드교는 인간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비밀스럽고 파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로마는 그런 요소가 통치에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로마가 골을 지배하게 되면서 로마의 황제 숭배의식과 다신교 사상이 유입되었다. 이렇게 유입된 로마 종교는 켈트족의 전통적 종교와 융합되었고, 심지어 로마인들이 배척한 드루이드교조차 황제 숭배의식과 결합하였다. 예를 들면 매년 8월 1일 황제를 숭배하기 위해 리옹의 '로마와 아우구스투스 제단'에서 열린 갈리아 대표자 회의는 원래 드루이드교에서 행하던 카르뉴트 숲에서의 의례를 모방한 것이었다. 또 8월 1일에 모임을 가진 이유는 그날이 아우구스투스의 생일이자 켈트족 신인 루구스(Lugus)의 축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로마와 켈트족의 종교적 융합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티베리우스 황제 때에 파리의 사공 조합이 제작한 '사공들의 기둥'에는 네 명의 로마 신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 신들의 모습에는 전통적인 켈트 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에수스에는나무꾼의 모습이, 타르보스 트리가라누스에는 세 마리의 새를 거느린 황소의 모습이, 스메르 트리오스에는 켈트족의 헤라클레스의 모습이, 케르누노스에는 풍요의 상징인 사슴뿔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사슴뿔은 과거 켈트족들이 신의 남성적인 힘과 풍요, 재생을 상징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이다. 또한 로마가 정복 초기부터 다른 신들에 비해 특히 강조한 군신 에르쿠리우스에서도 그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도 역시 골의 토착적인 요소들이 가미되었다. 그 결과 골족의 전통적인 사냥 복장에 골족의 목걸이를 걸고 긴 수염을 기른 '골족처럼 생긴 로마 신 에르쿠리우스'가 등장하였다.

로마가 숭배한 태양신의 모습

켈트족들이 힘을 상징하기 위해 사용한 뿔이 융합되어있다. 이것은 로마와 켈트의 종교적인 융합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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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종교를 수용한 계층은 주로 귀족들이었다. 이에 반해 대다수의 농민들은 여전히 켈트의 전통적 신앙에 충실하였다. 이로 인해 농민을 이교도란 뜻으로 Paysan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여기서 나중에 이교도(paganus)라는 말이 유래하게 되었다.

기독교의 전파

이 시대에 처음으로 기독교가 골 지방으로 전파되었다. 기독교는 1세기경 마살리아를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다가 2세기경에는 리옹으로 확대되었다.

기독교가 골 지방에 처음 전래될 당시에는 수많은 오리엔트 종교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독교는 점점 로마 황제의 박해를 받기 시작하였다. 다른 종교에 비교적 관대했던 로마가 기독교를 박해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독교도들은 로마의 전통적 다신교를 배척하고 자신들이 믿는 유일신인 하느님(야훼) 외의 어떤 신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우상을 섬기지 않는다는 교리를 들어 황제 숭배도 거부하였다. 여기에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비너스와 주피터 같은 이교적 신들의 동상이나 신전을 쇠망치로 부수고 다녀 다른 종교 집단으로부터 많은 미움을 받았다. 그러자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이 사람 고기를 먹는다거나 근친상간을 한다는 등의 중상모략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때가 기독교로서는 시련의 시기였다. 위로는 황제의 박해가 있었고, 아래로는 일반인들의 각종 중상모략이 있었다. 현재 기독교에서 성인으로 추앙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 시대에 기독교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사람들이다. 죽음과 박해를 무릅쓰고 신앙을 지키던 이 시대를 원시기독교 시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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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자 집필자 소개

서양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다양한 저술 활동 중이다. 현재는 전근대 사회의 샤리바리와 군주의 입성식을 비롯해 19세기 정치적 축제(기념제) 등을 연구중이며 고려대, 순천향대, 충북대 등에서 서양..펼쳐보기

출처

이야기 프랑스사
이야기 프랑스사 | 저자윤선자 | cp명청아출판사 도서 소개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프랑스의 역사를 살펴본다. 프랑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서술하면서, 어느 한 분야에 치중하지 않고 역사의 다양한 모습..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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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갈로-로마의 종교이야기 프랑스사, 윤선자, 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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