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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피렌체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Piero della Francesca출생 | 142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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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 1492년 |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 ?1420~1492)는 서양미술사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15세기 전반의 중기 르네상스 시대에 조화와 비례의 원칙을 중시했던 인물로, 미술의 수학화(數學化)를 선도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화가인 동시에 알베르티와 같은 미술 이론가로 불러야 마땅하다. 그가 쓴 《다섯 가지 규칙적인 형태에 대한 노트》는 사람의 얼굴 모양과 고대 건축술의 석주(기둥)에 동일한 비례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언급하고 있다.
돌기둥과 신체의 유비 관계를 해석한 델라 프란체스카의 발견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인 문제다. 인간의 얼굴이나 건물의 기둥에 동일한 비례의 원칙이 발견된다는 것은 모든 개별적 사물의 아름다움은 동일한 이데아로 환원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별적 사물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미의 기준이 있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니까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신플라톤주의 철학에 따라 아름다움의 의미를 재정립한 것이다. 고대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주장한 것처럼, 인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조화로운 비례를 상징한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르네상스 시대에 사물의 궁극적 아름다움을 구현하고자 존재의 본질까지 파고들었던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 3대 거장의 이론적 선구자가 되었다.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마을(Borgo Santo Sepolcro)에서 태어난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작품 생활 초기에 도메니코 베네치아노(Domenico Veneziano, ?1410~1461)와 함께 피렌체에서 주로 활동했다. 베네치아 출신이었던 도메니코 베네치아노는 1422년쯤 피렌체로 이주했으며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았던 화가였다. 델라 프란체스카는 베네치아노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포르티나리(Portinari) 채플에 프레스코화를 그릴 때 조수로 참여했다.
델라 프란체스카는 15세기 초반 피렌체 거리를 가득 메웠던 르네상스의 거장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브루넬레스코 · 마사초 · 프라 안젤리코 등과 교류했으며, 15세기 예술 이론의 최고봉이었던 알베르티에게서도 원근법의 원칙을 배웠다. 그는 고향과 피렌체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펼쳤고, 리미니(Rimini) · 아레초 · 로마 등지에서도 활동했다. 1460년대에 로마에서 그린 〈수난 받는 그리스도〉는 널리 알려진 델라 프란체스카의 대표작이다. 서양미술사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할 만큼 획기적인 원근법이 적용된 그림이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작품을 피렌체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1430년대 말부터 1440년대 초반까지 도메니코 베네치아노와 함께 제작한 포르티나리 채플의 프레스코화는 지금 실종된 상태다. 1440년대 초반에 그린 유명한 〈그리스도의 세례〉는 현재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공작 부부의 초상화〉 패널은 피렌체에 남아 있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유일한 작품이다.
몬테펠트로 공작은 이탈리아 전역에 용맹스러운 용병 대장이자 우르비노의 현명한 군주로 알려져 있었다.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Baldesar Castiglione, 1478~1529)가 쓴 《궁정론》에서 ‘이탈리아의 등불’이라 칭송했던 인물이다. 몬테펠트로 공작은 마상 창 시합을 하다가 오른쪽 눈 부위에 큰 상처를 입었고, 그 후로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들에게는 늘 왼쪽 얼굴만 보여주었다고 한다. 델라 프란체스카의 초상화 작품에서도 용감한 무장은 왼쪽 얼굴만 보여주면서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 바티스타 스포르차(Battista Sforza)의 모습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내의 얼굴이 지나치게 하얗게 표현된 것은 그녀가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작품의 패널 뒤편에는 몬테펠트로 공작 부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은 우의화가 그려져 있다.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공작이 앉아 있는 마차는 전쟁을 지휘하는 장수의 승리를 의미하고, 바티스타 스포르차가 앉아 있는 마차의 행진은 결혼 생활의 미덕을 지킨 아름다운 여성의 승리를 찬양한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는 몬테펠트로 공작을 위해 〈여섯 명의 성자와 함께 있는 성모자〉도 그렸지만, 현재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갑옷을 입고 성모자에게 기도를 올리는 몬테펠트로 공작의 모습이 엄숙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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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 《궁정론》(서울 : 북스토리, 2009), 26쪽.
글
출처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단테,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메디치, 조토, 카라바조 등의 피렌체 천재들이 이뤄낸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창조 에너지의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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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김상근,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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