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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피렌체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Andrea del Verrocchio출생 | 143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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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 1488년 |
본명 | Andrea di Michele di Francesco de’ Cioni |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Andrea del Verrocchio, 본명은 Andrea di Michele di Francesco de’ Cioni, 1435~1488)는 사실 그가 남긴 작품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었다는 것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도메니코 기를란다요가 미켈란젤로의 스승이었다는 것으로 유명한 것과 같은 이치다. 베로키오와 기를란다요는 본인 스스로 남부러울 것 없는 위대한 예술가였으나 워낙 탁월한 제자를 두다 보니 그 유명세가 가리고 만 안타까운 인물들이다. 베로키오의 신세는 더 처량하다. 자기 화실에서 수련을 받고 있던 피렌체의 소년 제자 다빈치의 재능을 목격한 다음, 자신의 실력 없음을 한탄하며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남아 있는 베로키오의 그림은 극히 드물다.
베로키오는 정말로 시대를 잘못 태어난 잘못밖에 없다. 15세기 초반의 피렌체 르네상스를 견인했던 거장들, 예컨대 마사초, 브루넬레스코, 도나텔로 등과 16세기 초반의 전성기 르네상스(High Renaissance)를 이끌었던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천재들 사이에서 태어나, 그야말로 ‘낀 세대’의 주역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두 세대의 위대한 예술가 집단 사이에 끼여 있던 베로키오는 그래도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다빈치와 페루지노(라파엘로의 스승)를 훈련시키는 역사적 책임을 감당한다.
원래 금세공사로 출발한 베로키오는 도나텔로의 조각 공방에서 미술 수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베로키오의 명성은 그가 메디치 가문을 위해 일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이미 메디치 가문으로부터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있던 도나텔로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화가인 동시에 조각가이기도 했던 베로키오는 1465년부터 1467년까지 브루넬레스코가 건축했던 산 로렌초 성당의 구성구실에서 메디치 가문의 영묘를 제작했다. 코시모의 아들 피에로(1416~1469, ‘위대한 자’ 로렌초의 아버지)와 둘째 아들 조반니(1421~1463)의 영묘였다. 베로키오는 코시모 데 메디치의 영묘도 제작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 유명한 피렌체 인사의 무덤은 산 로렌초 성당의 중앙 제단 아래에 모셔져 있다.
베로키오의 공방은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는 보테가(bottega)의 전통을 이어갔다. 지금도 피렌체 골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종의 작업실인 보테가에서 베로키오는 금세공, 조각, 장식물 설치, 공연 무대 설치, 목공, 묘비 제작 등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일했다. 이런 다양한 작업에 노출된 것은 르네상스 만능인으로 성장할 제자 다빈치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베로키오의 공방은 브루넬레스코가 미완성으로 남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 위에 설치할 거대한 청동 구(球) 제작에 참여했다. 높이 107미터 상공에 직경이 6미터에 이르고 무게가 약 2톤에 달하는 거대한 청동 구를 돔 위에 설치하는 작업을 지켜보면서 다빈치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실제로 1515년쯤에 다빈치가 로마에서 비슷한 작업을 해야 했을 때, 자신의 노트에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의 청동 구를 만들기 위해 시행했던 용접을 기억하라”라는 메모를 남긴다.
베로키오는 화가이자 건축가이면서 동시에 조각가이기도 했다. 총 14개의 성인 입상이 서 있는 오르산미켈레 성당의 외벽에도 베로키오의 작품이 남아 있다. 1466년에 계약하여 1483년에 완성된 〈의심하는 성 도마〉다. 이 외벽 장식을 책임졌던 피렌체의 강력한 길드 파르테 겔파(Parte Guelfa)는 원래 도나텔로와 미켈로초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신흥 상인들의 정치경제 조직이었던 파르테 겔파는 피렌체에 독점적인 지배를 시도하던 메디치 가문의 견제를 받는다. 그 결과 파르테 겔파가 주문했던 오르산미켈레 성당의 외벽 장식도 차질을 빚는다. 도나텔로와 미켈로초가 제작했던 입상(立像)의 배경이 되는 성막(tabernacle)만 남고 작품 제작 자체가 취소되고 말았다.
미완성으로 남아 있던 성막에 실제 작품인 인물상을 채우려고 다른 상인 길드가 베로키오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도나텔로와 미켈로초는 원래 한 명의 입상을 계획했기 때문에 상인 길드에서 의뢰한 두 명(그리스도와 의심하는 도마)의 입상을 세우기에는 공간이 협소했다. 베로키오는 의심하는 도마를 성막 앞으로 돌출시키는 기발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 작품은 다른 입상들보다 약간 늦은 시기인 1467년부터 1483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리스도의 세례〉는 1474년과 1475년 사이에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견습생으로 미술을 배우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그린 것이다. 베로키오가 다빈치의 솜씨를 보고 붓을 꺾게 되었다는 유명한 그림이기도 하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자연 풍경과 바깥쪽에 배치되어 있는 천사의 탁월한 표현에서 소년 다빈치의 초기 솜씨를 발견할 수 있다. 나머지는 모두 베로키오가 그린 것이다.
베로키오가 다빈치의 실력을 보고 붓을 꺾었다는 이야기는 조르조 바사리의 기록에 처음 나온다. 바사리의 증언을 100퍼센트 신뢰할 수는 없지만, 1470년대 이후부터 베로키오는 조각에만 전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로키오 생애의 마지막 걸작은 지금 바르젤로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청동 〈다비드〉다. 감각적인 도나텔로의 청동 〈다비드〉와 달리 베로키오의 청동 〈다비드〉는 차분한 표현이 특징을 이룬다. 확인할 수 없지만 베로키오의 청동 〈다비드〉는 이제 막 공방으로 들어온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델로 제작했다는 설이 있다. 다빈치의 외모가 뛰어났기 때문에 생긴 일종의 전설로 보인다.
1478년, 베로키오는 생애 마지막 작품이자 최대 걸작이 될 작품을 주문받았다. 베로키오에게 바르톨롬메오 콜레오니(Bartolommeo Colleoni, 1395/1400~1475) 대장의 청동 기마상을 주문한 곳은 베네치아 정부였다. 밀라노의 통치자 비스콘티와 스포르차 밑에서 장군으로 일하다가 1455년부터 20년간 베네치아의 총사령관을 지냈던 용맹한 지도자를 청동으로 조각한 기마상이다. 베로키오는 1480년, 청동 기마상을 위한 모형을 제작했고, 1488년에 작업을 위해 베네치아로 이주했지만 작품을 최종적으로 완성하지는 못하고 그곳에서 임종을 맞이했다.
베로키오는 피렌체의 ‘낀 세대’ 예술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르네상스 미술 역사가들은 그를 종종 무시해왔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와 같은 거장들과 비교되었고, 따라서 천재성이 부족한 면모만 강조되어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공방에서 다빈치, 보티첼리, 페루지노, 기를란다요, 루카 시뇨렐리 등을 양성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르네상스 역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1490년 무렵에 기록된 피렌체 예술가 명단에 이런 표현이 있다.
화가들은 그들의 모든 행복을 베로키오의 샘에서 퍼왔네.
베로키오는 이탈리아 도시에서 오늘날 이름을 날리는 모든 이들을 제자로 두었으므로.
Nec tibi Lysippe est Thuseus Verrocchius impar
A quo quidquid habent pictore fonte biberunt
Discipulos poene educit Verrocchium omnes
Quorum nunc volitat Thyrrhene per oppida n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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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 세르주 브람리,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서울 : 한길아트, 1998), 161, 167쪽 재인용.
- ・ Vasari, The Lives of the Artists (Oxford : Oxford University Press, 1991), p. 234. 236.
글
출처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단테,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메디치, 조토, 카라바조 등의 피렌체 천재들이 이뤄낸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창조 에너지의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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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 –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김상근,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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