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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자동차나 비행기와는 달리 배는 전시를 제외하고는 똑같은 것을 대량으로 만드는 일이 드물며, 한 척 한 척을 선주가 조선소에 주문함으로써 건조된다.

배의 크기·속도 등 선주가 요구하는 기본조건에 대해 각 조선소가 견적을 내고, 선주는 가격·인도일 등을 검토한 후 값싸고 신뢰할 만한 조선소에 발주한다.

발주받은 조선소에서는 크기·속도·화물종류·여객정원·하역장치·선로 등 선주가 제시한 조건을 기초로 배의 크기와 모양, 기관 등 주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본설계를 한다.

기본설계는 배의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으로서 최신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이때 배의 길이·폭·깊이 등 주요치수는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건조한 동종동형 선박의 데이터를 참고로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배 모양의 선택은 선형시험 수조에서 모형실험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소정의 기관출력으로 목표로 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가장 적당한 형이 선택된다.

선주의 승인하에 이런 사항이 결정되면 선각·갑판·기관·전기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각 부분의 기능도와 공작도를 만들어 세부설계를 시행한다. 동시에 이 단계에서 필요한 강재와 기기류를 모두 집계하여 가격을 확인하고 각각의 재료를 발주한다.

선체의 건조

이와 같은 설계단계에서 계상된 재료는 구매부문에서 각기 적절한 제조자를 선택해 발주되며, 필요할 때 입하할 수 있도록 관리된다. 강재는 우선 휨과 녹을 방지하기 위한 처리를 한 후 필요로 하는 각 부재의 형상으로 절단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때 목표 형상의 도면을 투영하여 덧씌우거나 사진기법을 이용한 윤곽그리기를 한다.

최근에는 윤곽그리기를 하지 않고 수치제어를 이용해 직접 절단하는 경우도 많다. 강재를 구부릴 때는 필요에 따라 프레싱, 벤딩 머신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보다 복잡한 곡선일 때는 가열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가공이 끝난 부재는 용접으로 선체를 구성하는 블록(block)으로 조립된다. 이 조립공정은 취급되는 블록의 크기에 따라 소조립·중조립·대조립·총조립으로 나누어지며 서서히 큰 블록이 되어가는데, 총조립은 독 또는 선대(船臺) 가까이에서 행해진다.

완성한 블록을 크레인으로 독 위에 쌓아올리고 연결되는 블록을 용접하여 배의 모양을 만들어나간다. 완성한 블록을 처음 독에 탑재하는 작업을 '기공'이라고 하며, 보통 이때 기공식을 한다. 이와 같이 선체를 적당한 크기의 몇 개의 블록으로 구분하고 각 블록을 만든 다음 이것을 차례로 쌓아올려 선체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블록 건조법이라고 하는데, 현대의 대형 선박은 모두 이 방법으로 건조되고 있다. 블록 건조법이 가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용접기술의 발달이다.

블록 건조법은 선대에서 각 부재를 리베트로 접합해가던 이전의 방법에 비해 지상에서의 작업비율이 많으므로 안전성과 품질, 정밀도, 공기의 단축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또 의장(艤裝)도 블록 건조 때 미리 설치하는 선행의장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진수에서 인도까지

선체가 완성되면 배를 바다에 띄우는 진수작업이 행해지는데, 이때 성대한 진수식이 행해진다. 단 독에서 건조한 경우는 독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우는 것이므로 본래의 진수식은 아니다. 진수한 배는 의장안벽으로 예항하여 계류되고, 크레인으로 주기를 비롯한 모든 기기와 철물을 배 안에 실어 적소에 설치·조정한다.

의장품은 가능한 한 공장 안에서 조립하여 하나로 합쳐 탑재하는 방법을 취한다. 모든 것이 갖추어지면 각 장치와 기계마다 시험가동이 실시되며, 마지막으로 2회의 해상시운전이 행해진다. 이 시운전은 속력·운동성능·기관성능 등을 며칠에 걸쳐 시험하여 계약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모든 조사가 완료되면 각종 증명서가 선주에게로 넘어가고 항해에 필요한 기재를 싣게 된다. 약속된 인도일에 배가 선주에게 인도되는 것으로써 조선의 모든 공정은 끝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