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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인간존재라는 사실은 이성과 의지를 갖춘 개인적 주체로서의 인격(persona)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서양 윤리사상이 인류에게 기여한 가장 큰 공적 중의 하나는 이 개인적 인격개념의 형성이다. 그리스도교의 전개로 이 개인적 인격 개념은 오늘날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개념은 처음부터 자명했던 사실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하나의 단어로까지 되지 못한 미지의 관념이었다. 그러나 "너 자신을 알라"는 델피 신탁을 철학의 원점으로 삼은 소크라테스의 경우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듯 행위의 진정한 원인은 관절이나 근육의 운동처럼 외적이고 자연적인 사실이나 현상이 아니라, '이런 행위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내적인 이성(플라톤의 〈파이돈〉)이라는 점에서 인격이 윤리학의 중심에 서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페르소나(persona)의 어원은 아마 에트루리아어의 'phersu'(면 또는 얼굴)일 것이다.
어원이야 어떻든 이미 고대 로마에서 '페르소나'는 연극용어로서 가면을 뜻했다. 또 가면을 쓰는 배우라는 뜻으로 쓰기도 했고 어떤 역할을 하는 인물도 의미했다. 무대에서 가면을 쓰는 배우에게는 가면의 뒤에서 그 가면의 의미를 이해하는 개인적 인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인격으로서의 배우에게는 대본을 준비한 작가와 무대에서 자기와 함께 공연하는 다른 배우에게 응답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 곧 개체로서의 인격과 응답할 책임이 있다.
윤리가 문제되는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결단의 주체로서의 인격과 더불어 당연히 요구되어야 할 것은 결단에 따르는 책임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나 세네카(BC 4경~AD 65) 등을 통해 책임 있는 행위를 볼 수 있기는 하나, 개념으로서의 '책임'에 해당하는 단어는 서양 고대와 중세를 통해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그 명사형뿐만 아니라 형용사 어형조차 중세 라틴어에서는 볼 수 없다. 14세기에 나타난 'responsabilis'라는 라틴어 형용사는 프랑스어 'responsable'에서 역수입한 결과에 불과하며 본래는 음악용어에서 출발해 윤리적으로는 '보증'과 관계되어 쓰였을 뿐이다.
1787년에 이르러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responsabilité '라는 명사가 만들어졌으며 그 직후 영어로도 'responsability'가 쓰였다.
그 의미는 존 스튜어트 밀의 용례에 비춰봐도 'accountability'(설명 또는 변명의 가능성)와 같다. 다른 인격에 대응하는 자기책임이라는 개념이 덕목의 하나로 자각된 것은 19세기 후반을 지나서, 계약사회의 관념이 정착하고 새로운 관계의 도덕이 정착되고나서부터이다. 그 상징은 철학사전에 있다. 20세기 초엽의 사전에는 'responsabilité'와 'Verantwortung'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이런 말들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그 중요성이 인정되었다. 이처럼 윤리사상의 전개는 서양에서는 행위의 개별주체인 인격에 착안하여 인격 개념이 확립된 후 약 2,000 년 정도 지나, 그로부터 연역되는 덕(德)으로서 책임이 도출되었음을 말해준다. 오늘날에는 'Respondeo ergo sum'(책임 있게 응답한다. 그래서 내가 있다)이라고 해서, 책임과 실존을 자각적으로 동일시하는 점에서 실존주의의 특색을 인정하는 철학자도 있을 정도이다.
동양
동양에서는 서양에 반해 인간의 자기반성에 관해 가장 숭앙된 개념이 '인'(仁)이었다.
글자 모양이 보여주듯이 두 사람, 즉 복수의 인간관계에서 이상적인 상태로서의 사랑의 관계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그 상태를 형성하는 계기로서 개개의 인격이 문제가 되기에 앞서 이상적 관계가 추구되었다. '관계가 계기를 규정한다'는 일종의 장(場)의 이론이 인륜의 기초가 된다. 인·의(義)·예(禮)·지(智)·신(信)이라는 잘 알려진 주요덕목은 4번째 '지'를 제외하면 어느 것이나 대인관계 그 자체이다.
'인'과 함께 중시된 '의'는 글자꼴이 보여주듯 자기(我)가 양(羊)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형상인데, 양이란 〈논어〉에서 명백히 나타나듯이 제물로 쓰는 짐승의 상징이며 자기가 속하는 공동체의 희생을 대표하는, 책임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따라서 현대식으로 번역하면 '책임'에 해당한다.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고 인간사회에 대한 명예는 소실된다.
거기에는 이미 인간이 살아 있는 게 아니라 동물이 호흡하고 있는 셈으로 곧 인생의 의미가 더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의 역사에서는 때때로 책임을 다하지 못 했다는 것을 이유로 자살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자살은 인간의 내적 존엄과 외적 명예를 혼동하는 데서 발생하는데 혼동의 이유는 사회적 관계로서의 일면에만 치우친 대인적 존재로서의 인간파악뿐 인간의 기본적 존재로서의 개인적 인격이라는 의식이 적었기 때문이다.
페르소나, 곧 인격의 개념에 해당할 만한 자기 주체로서의 양지(良知)는 16세기의 왕양명, 이탁오에 이르러 처음으로 발견된다.
서양과 동양 윤리사상의 사적 전개는 전자의 경우 인격에서 책임으로, 후자는 책임에서 인격으로 서로 반대되는 현상의 동시적 전개라고 할 만한 양상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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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동양과 서양의 윤리사상 비교 – 다음백과,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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