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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의 내적 성질
첫째, 물질 입자로서의 원자이다.
물질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본적 차이점은 고체·액체·기체·불 사이의 차이점이다. 자연현상을 설명하려는 최초의 시도 중 하나는 이러한 차이점에 근거하여 질적으로 다른 4가지 원질, 곧 흙·물·공기·불(BC 5세기, 엠페도클레스) 등 4원소가 있다는 주장이다(자연철학). 이 이론은 17세기까지 물리학과 화학을 지배했다. 4원소론은 반드시 원자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4원소를 불변의 최소부분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원자론의 측면을 갖고 있다.
한편 아낙사고라스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질적으로 다른 실체의 수만큼 질적으로 다른 '원자'(종자)를 가정했다. 4원소론에 기초하는 또다른 흥미로운 원자론은 플라톤이 제안했다. 그는 수학적 사고를 도입하여 불은 정4면체, 공기는 정8면체, 물은 정20면체, 흙은 정6면체라고 주장했다. 4원소를 수학적 형태로 분별했다는 점에서 그의 발상은 질적인 원자론 유형과 양적인 원자론 유형 간의 과도적 단계로 볼 수 있다.
고대의 원자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모크리토스의 체계이다.
그는 크기·형태·운동 등 양적 성질만을 갖는 원자를 상정함으로써 경험 세계의 질적 차이를 설명하려 했다. 관찰되는 질적 변화는 불변하는 원자들의 배열·결합상태의 변화로 설명된다. 이렇게 하여 데모크리토스는 엄밀한 의미의 원자론에 도달했다. 한편 원자들의 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그의 원자론은 빈 공간의 존재를 인정해야 했다(무). 둘째, 단순한 연장으로서의 원자이다.
데카르트는 물질을 공간적 연장과 동일시했다. 따라서 불가분한 원자나 빈 공간의 관념은 거부되었다. 그가 보기에 '빈공간' 관념은 자체 내 모순이었다. 공간이 있으면 그 정의상 연장이 있고 따라서 물질이 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물질과 연장을 동일시하면서도 동시에 입자이론을 전개했다. 그는 고전적인 의미의 원자를 상정하지 않은 채 일종의 원자론을 구성했다.
셋째, 힘의 중심으로서의 원자이다. 대부분의 원자론 체계는 원자들간의 운동을 충돌, 곧 실제 접촉에 의해 설명한다. 그러나 뉴턴의 중력이론에서 물체들은 일정한 거리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 힘을 미친다. 원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러한 작용으로 표현되므로 원자의 존재를 원자가 점하고 있는 공간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자는 연장을 가진 입자로서가 아니라 힘의 중심점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견해는 R. G. 보슈코비치가 개진했다. 넷째, 심리물리적 단자로서의 원자이다. 원자론적 사고를 물질 현상뿐 아니라 심리 현상에도 적용하려는 태도는 원자론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데모크리토스는 오직 양적인 면에서만 물체의 원자와 구별되는 영혼의 원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에서덟혀 다르다. 라이프니츠는 먼저 물질적 원자를 상정하고 영혼을 이 원자들에 입각해서 해석하지 않았다. 본래부터 단자는 물질적이라기보다는 정신적 실체이다. 단자는 연장이 없고 각각 다르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한 수준의 지각능력을 가지고 있고 각기 나름대로 전체 우주를 반영한다.
원자의 불변성
모든 원자론은 그 본질상 어느 정도 원자의 불변성을 받아들인다.
어떤 확정된 단위가 없이는 복합적인 현상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엄격한 원자론의 관점에서 보면 원자의 불변성은 절대적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고전 화학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근대 이래 원자론은 원소의 불변성에 대해 덜 엄격하다. 어떤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는 절대적으로 자신의 동일성을 유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편 '미니마 나투랄리아 이론'(minima naturalia) 같은 몇몇 철학적 원자론은 원자의 불변성을 상대적인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밖의 차이점
여러 원자론은 원자의 수, 원자가 빈 공간을 점유하는지의 여부, 원자들은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달리한다.
이미 말했듯이 데모크리토스는 원자의 수가 무한하다는 가설을 도입했다. 근대과학에서 원자의 수에 관한 문제가 등장할 때의 상황은 그리스 원자론자들과 전혀 다르다. 원자와 기본 입자의 성질에 대해 월등히 많은 정보가 있고 더 나아가 천체물리학은 우주 전체에 대해 정보를 제공한다(우주론). 따라서 존재하는 원자의 총수를 계산해내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1930년경 천체물리학자 A. S. 에딩턴은 원자의 수를 2×136×2256개 또는 대략 1079개로 계산했으나 이러한 계산은 아직 다분히 사변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
데모크리토스는 빈 공간이 있어야 원자가 서로 분리될 수 있고 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데카르트는 빈 공간의 존재를 부인했다. 그러나 뉴턴의 중력법칙으로 인해 점유된 공간과 점유되지 않은 공간이 명쾌하게 구별되고 또 빈 공간의 존재가 인정되었다.
이로 인해 18세기에 다시 원자론이 유행했다. 빛 현상과 관련해서도 호이헨스가 파동설을 가설로 제시했지만, 빛은 입자로 되어 있다는 뉴턴의 견해가 널리 채택되었다. 19세기초에는 반대로 입자설이 폐기되고 파동설이 우세했다. 파동론자들은 직접 접촉함이 없이 일어나는 운동을 인정하지 않았다. 파동의 전달은 물리적 성질을 가진 매체를 전제할 때 가능하다. 이와 연관하여 빈 공간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현대과학에서 공간은 전자기 장(場)으로 이해된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데모크리토스가 생각했던 빈 공간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원자론은 원자들이 더 큰 하나의 단위로 결합하면 이 원자들의 덩어리일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고수한다(화합물). 원자들은 내적으로 불변하며 다른 원자와 결합해도 자신의 동질성을 견지한다. 화학의 고전적 원자론도 동일한 원칙 위에 서 있다.
원자들이 어떤 복합적인 분자로 결합할 때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병렬'이다. 어떤 화학적 복합체의 몇몇 성질이 그 구성원소들의 성격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이 원칙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논거이다. 예를 들면 분자의 무게는 각 원자들의 무게의 단순한 합과 같다. 그러나 복합체의 화학적 성질은 대부분 그 구성요소들의 성질과 상당히 달라진다. 따라서 병렬의 원리는 더욱 일반적인 논거, 즉 철학적 논거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사상을 평가할 때 과학적 원자론의 발전은 특히 '덩어리' 개념의 해석에서 매우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덩어리'는 구성요소들이 각자의 개별성을 유지하는 돌무더기 같은 것으로밖에는 해석될 수 없는가? 현대 원자론은 이러한 물음에 대해 해답을 제공한다. 이 이론은 복합적 구조는 더 기본적인 요소들의 군집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고수한다. 그러나 동시에 '덩어리'를 단지 구성요소들의 병렬로 제한하지는 않는다. 복합체는 그 모든 구성요소들의 행동이 수렴되어 생겨난다. 그러나 복합체는 하나의 새로운 실체를 형성하며 역으로 자신의 구성요소들의 행동을 규제한다.
현대 원자론은 원자론적 사고와 전체론적 사고 간의 간격을 어느 정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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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원자론의 철학적 성격 – 다음백과,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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