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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기능에 대한 모방론과 표현론 이외에, 20세기의 특징적 이론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형식론' 또는 '형식주의 예술론'이다.
형식론이 지니는 예술철학적 의의는 형식론자들이 무엇에 반대하여 자신들의 이론을 정립하게 되었는가를 확인하는 경우 쉽게 드러난다. 이들은 모방론자들과 표현론자들의 이론에 반대 입장을 취할 뿐만 아니라, 예술을 지식 전달의 수단으로 보는 이론이나 도덕적 정화 및 사회 개량의 수단으로 보는 이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취한다. 형식론자들에 의하면, 이들 이론이 상정하는 바의 기능을 예술은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 이론들의 요구대로 예술에게 '엉뚱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강요하는 경우,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형식론자들의 주장이다.
'인생을 위한 예술이 아닌,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형식론자들의 구호는 이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즉 예술은 즐기고 감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며, 예술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감상은 다만 선·색채·음조·언어의 복잡하고 미묘한 배열과 조합을 감식하는 가운데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매개요인을 이용하여 대상을 묘사하거나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줄 수도 있으며, 인생에서 느끼는 정서를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형식론자들은 이러한 종류의 작업들은 예술 자체의 본원적 목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형식론자들은 특히 시각예술에 주목하는데, 시각예술을 감상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형태와 색채를 구분해내는 감각, 3차원적 공간 감각을 들고 있다. 이 감각으로 무장하는 경우 시각예술을 감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셈이 된다는 것이다.
형식론자들에 의하면, 인생이라는 영역에서 이들 감각 이외에 다른 요인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주의가 엉뚱한 데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예술작품 자체의 미적 특성을 젖혀놓고 이해하기가 한결 쉬운 세속적 측면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작품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지식을 털어버리고 순수한 시선으로 예술작품에 접근하는 경우, 사람들은 예술작품이 그의 시선에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바를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음악과 관련해서도 형식론자들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들은 올바른 음악 감상을 위해, 표제 음악적 요소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적 감정을 배제할 것을 권고한다. 물론 이때 배제해야 할 감정이란 사랑이나 공포, 슬픔과 같은 세속적인 감정을 말하며, 순수한 형식 자체를 감상하거나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감정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편 문학을 포함하여 언어적 요소가 문제되는 모든 형태의 예술과 관련하여 형식주의적 이론을 정립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형식론자들은 그들의 이론을 문학에 적용시키는 데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문학의 매개요인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언어이고, 언어적 의미란 다름아닌 인생의 영역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다만 복합적인 의미를 지닐 때 심오하고 아름다운 것이 되며, 의미를 배제한 소리만을 문제삼는다면 문학이란 대단치 않은 것이 되거나 아예 문학으로 존재할 수조차 없게 된다. 말할 것도 없이 문학도 음악이나 미술과 같이 형식적 특성을 지니며, 경우에 따라 극도로 엄격하고 철저하게 형식적으로 짜여진 문학 작품이 존재한다. 따라서 문학의 경우 형식적 특성만을 문제삼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의 형식에 초점을 맞춘 형식주의적 이론이 전개될 수도 있다.
사실상 20세기초 러시아의 문학계를 풍미하던 형식주의 논쟁이나, 20세기 중엽 미국에서 시작된 '신비평 운동'은 형식주의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시카고대학교를 중심으로 20세기 중엽에 시작된 문학 연구도 형식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러시아의 형식주의나 신비평과 달리 실증주의적이며 역사적인 특성을 지녀 문학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형식주의 이론이 시도되어왔으며, 나름대로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끝으로 형식론자들이 예술작품의 특성으로 문제삼는 요소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살펴보기로 한다.
예술작품에서 확인되는 형식적 특성에 관한 설명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이미 시도된 바 있으며, 보통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기적 통일성
형식론자들이 예술작품에 대하여 요구하는 통일성은 일상의 사물들에서 확인되는 통일성, 즉 단순한 의미에서의 부분과 부분 사이의 조화로운 집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의도하는 통일성이란 고등 생명체가 지닌 것과 같은 유기적 통일성으로 부분과 부분이 서로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만이라도 제거하는 경우 전체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복합성 혹은 다양성
유기적 통일성과 짝을 이루는 개념으로 예술작품이란 단조롭고 일률적인 부분들이 모여 형성된 것이 아니라, 극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들이 모여 통일체를 이룬 것이라는 가정이 전제되고 있다.
여기에서 '다양성 안의 통일성'과 '통일성 안의 다양성'이라는 평가 기준이 가능하게 된다.
주제와 주제의 변조
작품 안에 존재하는 여러 부분들의 중심이 되는 지배적 요소로 주제는 작품의 부분부분에 따라 상이한 방법으로 변조될 수 있다.
'다양성 안의 통일성'이라는 표현이 바로 여기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전개
시간예술작품의 경우 여러 요소들이 일정한 순서에 따라 배열되는 것을 의미한다.
순서가 바뀌면 작품 자체의 미학적 완성도가 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개념은 중시된다.
균형
예술작품의 성공도는 다양한 부분들이 얼마만큼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배열되어 있는가(균형)에 따라 평가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립이나 대조를 통해 균형이 성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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