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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과 관련하여 '해석'과 '평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평가의 문제는 '미학'과 관련된 주제이므로 여기에서 새삼스럽게 문제삼지 않기로 한다. '해석의 문제에 대해서 어떤 요인이 예술작품에 대한 해석 행위의 지침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문제 하나만을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하나의 극단적 견해로 '고립주의'가 있다. 이러한 입장에 의하면 예술가에 대한 전기적(傳記的) 정보라든가 역사적 배경, 그밖의 요인들은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관계가 없거나 심지어 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변 요인들에 기대지 않고 작품에 대한 이해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가운데 작품에 대한 최상의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극단론은 '맥락주의'인데, 예술작품은 그것과 관련된 맥락 또는 배경 속에 놓고 볼 때 비로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맥락을 중시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과 같이 비표현적 예술작품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두 극단론 중 어느 하나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경우에 따라 고립주의를 택할 수도 있고, 맥락주의를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맥락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예술작품의 감상에 필요하거나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동일 예술가가 창작한 여타의 작품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한 예술가가 문제의 작품 외에 작품들을 창작했다면, 특히 동일한 장르에 속하는 작품의 경우 이 작품들에 대한 이해는 문제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적지않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주어진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보다 충실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둘째, 다른 예술가들이 창작한 동일 장르의 작품들, 특히 양식 혹은 전통의 면에서 공통점을 지닌 작품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J. 밀턴이 남긴 전원시 〈리시더스 Lycidas〉를 이해 또는 감상하고자 하는 경우, 전원시 전통에 대한 연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예술 매체와 관련된 사실에 관한 연구는 독일의 작곡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시대에 파이프 오르간이 악기로서 어떠한 문제점과 이점을 지녔는가, 또는 고대 아테네의 극장에서 비극 공연에 어떤 표현 형식이 사용되었는가 등에 관한 연구는 예술가가 채용한 예술적 전통이나 작풍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넷째, 예술가가 살았던 시대에 관한 연구, 특히 시대 정신과 당시 유행하던 사상, 당대의 미학적·사회적·경제적·정치적 조건 및 지역 조건과 같이 예술가의 정신적 성장에 영향을 미쳤던 복합적 요인에 관한 연구는 때때로 예술작품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예술가의 생애에 관한 정보는 예술작품 자체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킬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고양시킬 수 있다.
예술가에 대한 전기적 정보가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예술가의 전기는 오로지 목적에 대한 수단으로 예술작품에 대한 감식과 이해를 강화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여섯째, 작가의 의도에 관한 연구는 20세기 중엽에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던 문제이다.
여러 가지의 서로 대립되는 해석이 존재할 때, 또는 작품을 어떤 각도에서 이해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길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이 있을 수 있다. 예술가가 남긴 기록이나 회고록, 또는 그를 아는 사람들의 증언을 참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어진 작품이나 문제의 부분과 관련하여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가를 찾아내어야 한다는 답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답변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작품에 관한 한 그 작품의 창작자 자신의 발언과 의도가 곧 '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대해 일군의 이론가들은 '의도의 오류'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예술가가 '의도한 바'가 그대로 작품의 의미라고 믿는 것은 일종의 오류라고 지적하면서, 예술작품이란 예술가의 도움없이 자체의 힘으로 홀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가의 뜻이 작품에 충분히 구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외적인 정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이는 작품 자체의 예술적 결함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예술가가 작품을 완성하여 세상에 내놓게 되면, 이것은 이미 그 예술가에게 속한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의 해석이 문제될 경우에도 예술가는 단지 수많은 해석자들 중 1명으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예술가의 말을 존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종의 권위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한 것이며, 사실 예술가의 진술이 예술작품의 비밀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열쇠일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여러 열쇠 중 하나일 수는 있으며, 이런 이유 때문에 필요할 때 쓰지 않을 이유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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