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요약 문법을 대상으로하여 연구하는 학문 분야.
문법론을 흔히 문법이라고도 부르지만 고유한 의미로 보면 문법은 문장에 내재해 있는 규칙을 가리키는 말이고, 문법론은 그러한 규칙을 밝혀내는 학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법론을 문법학이라고도 한다. 문법론은 그 범위를 넓게 잡으면 언어현상 전반에 걸친 연구를 모두 포괄하게 되지만, 문법의 범위를 형태와 통사에 한정하듯이, 문법론의 범위도 형태구조를 연구하는 형태론(形態論)과 통사구조 및 그 규칙을 연구하는 통사론(統辭論)으로 한정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형태론은 형태소와 그 형태소들이 이루는 단어의 짜임새를 연구하는 분야이며, 통사론은 형태부에서 이루어진 단어들이 구(句)나 문장을 이루는 구성방식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여기에 문장의 의미를 다루는 의미론과 담화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화용론(話用論)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문법론은 좁은 의미에서 형태론과 통사론으로 양분되지만, 이 두 분야가 항상 분명한 경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형태론의 단위가 단어나 그보다 작은 형태소이지만, 이들의 성격을 구절이나 문장과 관련시키지 않고는 올바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법론에서 그 하위분야를 나누는 것은 단지 기술과 설명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그중 형태론은 조어론(造語論)과 굴절론(屈折論)으로 나뉜다.
합성이나 파생에 의해 새로운 단어가 형성되는 과정을 다루는 분야를 조어론이라 하고, 단일어기 또는 조어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어기에 조사나 어미가 연결되어 여러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다루는 분야를 굴절론이라고 한다.
한편, 문법론은 연구의 태도 및 목적에 따라 규범문법(規範文法)과 기술문법(記述文法)으로 구분된다. 규범문법은 과학적인 입장보다는 문법을 일반인에게 바로 알린다는 입장에서 서술되는 문법이다.
말이나 글을 어떻게 써야 하고 어떻게 쓰면 안 된다는 옳고 그름의 규범을 만드는 것으로 학교문법(學校文法)이라고도 한다. 이에 반해 기술문법은 옳고 그름의 규범을 전제로 하지 않고 한 언어의 문법현상을 현상 그대로 과학적으로 분석·기술·설명하는 입장에서 서술되는 문법으로 '학문문법'이라고도 한다. 연구의 목적에 있어서도 규범문법은 그 언어의 문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학습하기 좋도록 정리해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고, 기술문법은 새로운 연구를 위해 한 언어의 문법체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입장이다.
국어의 문법론 연구사를 보면 초기에는 대체적으로 규범문법적인 태도가 우세했으나 점차 기술문법적인 태도가 일반적인 추세로 되었다.
문법론의 분야는 대상이 되는 언어의 시간적 기준에 따라 공시적 문법론과 통시적 문법론으로 구분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어를 연구하는 현대어문법론, 15세기 국어를 중심으로 한 중세어문법론, 중세어에서 고대로 거슬러올라가 국어를 연구하는 고대어문법론, 17,18세기의 국어를 대상으로 하는 근대어문법론 등 일정한 시기를 정해 그 기준이 되는 시기의 언어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을 공시적 문법론이라고 한다(공시언어학). 이와는 달리 각 시기의 문법체계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 즉 그 문법사(文法史)를 연구하는 것이 통시적 문법론이다(통시언어학). 이 통시적 문법론을 역사문법(歷史文法)이라고도 한다.
역사문법의 한 종류로 비교문법(比較文法)이라는 분야가 있다. 언어를 시대에 따라 거슬러올라가 고대어 이전 단계에 가면 같은 기원을 가지는 언어가 있다. 이렇게 기원적으로 동계(同系)에 있는 언어를 친족관계에 있다고 하는데, 이 친족관계에 있는 언어끼리 그 문법현상을 비교하는 것을 비교문법이라고 부른다.
비교문법은 비교되는 대상의 언어가 그 언어와 같은 계통의 언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친족 관계에 있지 않은 언어끼리 비교하는 것은 대조문법(對照文法)이라 해 이와 구별한다. 예컨대 국어와 영어의 문법현상을 비교해 그 차이점을 구명하는 것은 대조문법의 영역에 든다. 이 대조문법은 주로 외국어 학습에 편의를 제공해준다. 시간적인 관점 이외에 공간적인 관점에서도 문법론의 연구분야를 구분할 수 있는데 국어의 경우, 서울·중부지방 방언을 중심으로 한 방언문법론의 구분이 그것이다.
또한 문법론은 그 방법론에 따라 특정한 문법만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개별문법(個別文法)과 모든 언어가 궁극적으로는 같은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전제 아래 언어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보편문법(普遍文法)으로 구분된다. 보편문법은 일반문법(一般文法)이라고도 하는데 1970년대를 전후해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변형생성문법'(變形生成文法)이 이러한 입장에 드는 문법론이라 할 수 있다.
발달
한국에서 근대적인 의미의 문법연구는 19세기 전반기에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물론 고대에 우리 조상들이 만들었던 이두나 향찰의 체계를 보면 당시에도 이미 문법적 의식이 발달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한문에 구결을 달거나 번역했던 것 등을 보면 한문과 국어의 문장구조에 대한 파악이 이미 이루어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몇몇 사실들은 체계적인 연구로 보기 어려우므로 본격적인 국어문법 연구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근대에 있어서 많이 행해졌던 서양 선교사들의 국어연구는 학술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한국어 학습을 쉽게 하기 위한 실용적인 것이었다. F. 지볼트, L. 로우니, J. 로스, F. 리델, H. G. 언더우드 등에 의해 국어문법이 기술되었는데, 그중에서 리델의 〈조선어 문법 Grammaire Coreenne〉(1881)과 언더우드의 〈한영문법 An Introduction to the Korean Spoken Language〉(1890) 등은 대표저작이라 할 만하다. 그후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국어문법의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갑오경장 이후이다.
갑오경장을 계기로 일어난 근대화 풍조에 따라 국어문법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크게 활기를 띠게 되었는데, 이때 활동한 사람으로 유길준·주시경·김규식(金奎植)·김희상(金熙祥) 등이 있다. 유길준의 〈대한문전 大韓文典〉(1909)은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 근대적 의미의 문법체계를 갖춘 최초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초기 문법서 중 가장 독창적인 문법서로 평가되는 〈국어문법 國語文法〉(1910)의 저자 주시경은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국어학자라 할 수 있다. 그의 문법이론은 다른 문법학자와 달리 창의적인 면이 강해 문법연구사 측면뿐 아니라 현대적인 관점에서도 계속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주시경의 문법이론은 그의 제자인 김두봉(金枓奉)과 최현배(崔鉉培)에게 계승되어 일제시대 국어문법 연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최현배의 대표저작 〈우리말본〉(1937)은 방대한 분량에서뿐만 아니라 그 치밀한 내용에 있어서도 국어문법 연구사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대작이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이 문법이론의 내용은 후대의 문법연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편, 주시경 학파의 이론에 대립해 독특한 문법이론을 폈던 박승빈(朴勝彬)은 〈조선어학 朝鮮語學〉(1935)을 저술했다. 〈우리말본〉과 〈조선어학〉은 규범문법 정립시기의 국어문법 연구를 대표하는 업적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그동안의 규범문법 이론의 발달을 토대로 해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이 공포되었다. 이 통일안은 주로 최현배의 문법체계에 맞추어 제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후 해방을 전후해서는 학교의 문법교과서류의 저술이 주종을 이루었을 뿐 본격적인 문법연구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시기에는 정열모의 〈신편 고등국어 문법〉(1946), 홍기문의 〈조선문법연구〉(1947), 김윤경(金允經)의 〈나라말본〉(1948), 이희승(李熙昇)의 〈초급국어문법〉(1949) 등이 특징있는 문법서로 주목된다.
1950년대에 들어서 학계의 주류는 문법론보다 중세국어를 중심으로 한 음운론 연구에 쏠려 문법연구는 활발하지 못했다. 그후 1960년대에는 미국의 구조주의 언어학이 유입되어 형태론 분야의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는 변형생성문법이론의 영향으로 통사론 분야가 특히 많이 연구되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언어 일반과 같은 주제의 항목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