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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초상화

알람브라궁전

알람브라궁, Alhambra
알람브라궁전

타레가가 〈알람브라궁전의 추억〉이란 곡으로 기타 연주한 이 궁전은 서유럽에 마지막으로 남은 이슬람 문화의 흔적으로 사람들은 이 궁전을 진주궁전, 낙원의 초상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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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에스파냐 역사에서 매우 기념비적인 위업 두 가지가 달성되었다. 에스파냐는 이탈리아 탐험가 콜럼버스를 지원하여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는 데 일조했고 에스파냐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그라나다왕국을 점령하여 오랜 염원이던 통일을 이루었다. 그라나다왕국은 에스파냐의 기독교 군주인 페르디난도와 여왕 이사벨라에게 항복함으로써 700년 이상 계속된 이슬람의 역사를 마감했다.

원래 그라나다는 아랍인들에 의해 고대도시 일리베리스 근처에 세워진 도시인데 이 고대도시를 중심으로 무하마드 이븐 나스르(Muhammad ibn Nasr)가 나스르왕조(그라나다왕국, 1231~1492)을 열면서 번창했다. 14세기 그라나다왕국은 예술과 과학이 번성했고 학교와 사원 · 공중목욕탕이 즐비했으며 화려한 이슬람문화를 꽃피웠다.

그라나다왕국은 군사력이 아니라 외교적 수완으로 안달루시아 지방의 다른 이슬람 세력보다 2세기 이상 더 오래 에스파냐 기독교도들의 공격(국토회복운동)을 버텨낼 수 있었다. 나스르왕조는 이슬람 세력인 모로코의 마린왕조와 에스파냐 기독교도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었는데 그들의 공격에 그라나다왕국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븐 나스르는 놀라운 결단을 내렸다. 이슬람이 아니라 기독교 진영에 가담한 것이었다. 그는 에스파냐의 페르난도 3세와 강화조약을 체결하면서 해마다 조공을 바치고 전쟁이 일어나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스르왕조는 이슬람과 기독교 세력 간의 알력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안달루시아 지역의 또 다른 막강한 이슬람 세력인 코르도바가 멸망할 때에도 폭풍에 휘말리지 않았다.

그라나다에 근거지를 정한 이븐 나스르는 한때 베르베르인들이 축성한 알카사바(Alcazaba)라는 요새가 서 있던 언덕 위에 궁전을 짓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요새를 코란에서 묘사한 지상천국으로 바꾸어놓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토목전문가로 하여금 시에라네바다산맥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개울의 물줄기를 바꾸어 운하와 수조 · 분수 · 정원에 물을 댈 수 있도록 관개수를 개발하게 했다. 그의 계획은 여기까지였다. 기록에 따르면 “1238년 술탄은 알람브라라는 궁전으로 올라가서 조사한 뒤 성의 토대를 표시하고 건물을 관리하라고 명했다. 성벽은 그 해가 가기 전에 완성되었다. 술탄은 또한 강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로를 텄다.”

뛰어난 이슬람 건축물인 알람브라궁전을 완성하는 것은 그의 후계자들의 몫이었다. 알람브라란 이름은 ‘붉은색(alHamra)’이라는 아랍어에서 유래했다. 성벽을 지을 때 붉은색 점토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알람브라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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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피를 이어받은 땅’ 그라나다

7~15세기 말 에스파냐 지역에서 인도 서부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무대로 여러 이슬람 왕조가 등장했다 사라졌다. 이슬람 세력은 732년 프랑스 푸아티에에서 유럽의 운명을 걸고 기독교 세력과 일전을 벌였다. 이 싸움에서 패한 이슬람 세력은 약화되었지만 에스파냐 지역에서는 건재했다. 그라나다는 에스파냐 지역에서의 마지막 이슬람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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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의 누에바광장에서 언덕길을 올라가면 그라나다 문을 지나 궁전 최초의 문인 재판의 문(Puerta de Justicia, 정의의 문이라고도 한다)이 나타난다. 말굽 모양의 위쪽 아치에는 코란 5계명을 나타내는 다섯 개의 손가락이 조각되어 있다. 이곳을 지나면 알히베스광장이 나오며 우측에 르네상스 양식의 카를 5세 궁전, 정면에 왕궁의 입구가 있다.

‘오직 한 분, 신만이 승리자이다’라고 새겨져 있는 포도주의 문을 지나면 알카사바 요새의 입구가 나온다. 알카사바는 9~13세기에 건설되었으며 이 요새에서의 조망은 알람브라궁전의 화려함을 예고한다.

① 그라나다 문 ② 재판의 문 ③ 카를5세 궁전 ④ 포도주의 문 ⑤ 알카사바 ⑥ 코마레스 탑 ⑦ 사자궁전 ⑧ 산타마리아성당 ⑨ 헤네랄리페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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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브라궁전에는 남부 유럽적이고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두 개의 커다란 정원이 있는데 그 주변에 많은 방이 배치되어 있다. 궁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정원이 아라야네스 정원이다. 아라야네스는 그라나다 정원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한 곳인데 주변을 둘러싼 건물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알람브라궁전의 전형적인 정원이라고 할 수 있는 아라야네스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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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야네스 정원에 면한 옛 성채인 코마레스탑 내부에 대사의 홀이 있다. 살라 데 로스 엠바야도레스(대사의 홀)는 1334~1354년에 건설되었는데 방에 들어서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그림들이 숲을 이룬다. 건물 내부를 장식하는 장식 띠들 사이에 있는 하얀 대리석에는 알라의 이름과 코란의 구절이 수천 번 새겨져 있다. 천장은 모가라베스라고 하는 종유석 장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이슬람의 우주철학에 나오는 일곱 개의 천국을 묘사했다고 한다.

대사의 홀

1492년 페르디난도가 그라나다에 침입했을 때 페르디난도에게 왕국을 양도하는 문제를 놓고 마지막 회의를 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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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야네스 정원에서 왼쪽으로 가면 유명한 사자궁전이 나온다. 대리석 기둥 124개로 받친 아케이드로 사방이 둘러져 있는 이 궁전의 분수에는 설화석고로 제작한 수반이 있는데 여기에 모인 물이 열두 마리 사자들의 입을 통해 나온다. 이곳은 원래 하렘으로 왕 이외의 남성은 출입금지였으며 2층에는 후궁들이 살았다.

사자궁전

하렘이었던 이곳에는 왕 이외의 남자는 출입금지였고 2층에는 후궁들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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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궁전 양옆으로 알람브라궁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바닥에 깐 두 개의 대리석 판에서 이름이 유래한 살라 데 라스 도스 에르마나스(Sala de las dos Hermanas, 두 자매의 방)와 다른 하나는 살라 데 로스 아벤세라헤스(Sala de los Abencerrages)이다. 두 방 모두 뛰어난 솜씨로 채색하고 유약을 바른 채색타일로 재벽을 마감했다. 특히 살라 데 로스 아벤세라헤스의 스투코 천장은 종유석이 5000개의 벽감을 형성해 마치 벌집처럼 보인다. 종려나무를 연상케 하는 가는 기둥, 정원을 감싸고 있는 아늑한 회랑, 종유석 모양의 수많은 아치 등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알람브라궁전의 자재로는 목재 · 벽돌 · 석고 · 갈색타일을 사용했다. 석각은 매우 드물게 사용했고 대리석은 포장 · 기둥 · 대접받침에만 사용했다. 벽 · 천장 · 바닥의 장식은 주로 나무 · 타일 · 석고로 되어 있다. 특히 아름다운 살라 데 로스 엠바야도레스의 천장은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여러 가지 색체의 타일이 실내와 외관의 넓은 공간을 채워 빛의 반사에 의해 강렬한 색조감을 느끼게 한다. 특별한 조각이 없이 이들 재료만으로 화려함과 우아함을 표현한 기술은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할 정도인데 당대의 건축기술이 매우 발달했음을 보여준다.

사자궁전 옆에 위치한 아벤세라헤스의 방 천장

팔각형의 돔을 벌집 모양의 수많은 장식이 꾸미고 있다. 천장의 장식은 코란에 나오는 이슬람의 천국을 표현한 것인데 해가 뜰 무렵 여덟 개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어우러지는 천장의 변화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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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의 방 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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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브라궁전은 공식 관저였고 북쪽의 구릉 위에 왕족들이 쉬는 여름 별장용으로 지은 것이 헤네랄리페궁전이다. 시골 별장을 닮은 이 궁전은 무하마드 2세(Muhammad II)가 지었는데 이슬람식 정원의 전형적 특징을 간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쉽게도 이곳은 모두 파괴되어 두 개의 소궁전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넓은 정원이 잘 정돈돼 있다. 이 안나트 알 아리프(우아한 천국의 정원)은 헤네랄리페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알람브라궁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여름 궁전 헤네랄리페궁전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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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의 무슬림 왕국은 ‘무혈인계’로 마감했다. 그라나다왕국의 마지막 지도자였던 아브 압달라(Abu Abdallah)는 1492년 에스파냐의 기독교 왕국을 합병한 공동 통치 군주인 이사벨과 페르난도의 군대가 몰려오자 수십 만 명이 넘는 무슬림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조건 항복했다. 그는 그라나다왕국의 종교와 재산권 그리고 상권을 유지시켜달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왕으로서는 많은 무슬림들의 보호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 그것은 그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전쟁 없이 무혈인계한 것에 대해 크게 노해 아들에게 “네가 남자답게 이 왕국을 지키지 못했으니 여자처럼 울어라”는 말을 남기고 궁전을 떠났다고 한다.

1492년 그라나다를 침공한 이사벨과 페르난도에게 그라나다를 양도하는 아브 압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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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 압달라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라나다왕국을 점령한 에스파냐 통치자는 아브 압달라의 기대와는 달리 무혈인계의 약속들을 겨우 7년 정도밖에 지키지 않았다. 그 뒤 많은 무슬림들은 안달루시아 지역을 떠나 북아프리카로 대량 이민을 하거나 강제적으로 개종해야만 했다. 당시 고급 실크 생산지로 유명했던 그라나다는 대량이민 때문에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몰락했고 회복하는 데 거의 200년이란 세월이 흘러야 했다.

에스파냐 정복자들은 그라나다를 점령하자마자 이슬람의 잔재를 철저하게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라나다를 방문한 페르디난도는 알람브라궁전의 아름다움에 놀라 파괴를 중지시켰다. 이미 3분의 2가 파괴된 후였지만 이후에는 가능한 한 원형을 보존시키도록 노력했다.

그라나다를 정복한 여왕 이사벨라의 손자인 신성로마제국 카를 5세(Karl V, 1500~1558)는 미켈란젤로의 제자인 페드로 데 마추카에게 알람브라궁전 경내에 알람브라궁전에 견줄 만한 르네상스식 궁전을 세우도록 명령했다.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는 산타마리아성당을 지었고 왕자의 궁전 위에는 산프란시스코수도원을 건설해 알람브라궁전의 분위기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게 했다. 하지만 카를 5세는 이 궁전에 머문 적도 없으며 그가 사망한 뒤에는 어떤 건물도 추가되지 않았다.

카를 5세에 의해 지어진 건축물은 현재 알람브라박물관과 시립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건축물들을 알람브라궁전과 비교하면 사라진 3분의 2의 알람브라궁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고 한다. 시인 로르카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알람브라궁전의 파괴를 비통해 했다. “알람브라궁전은 자신의 내부에 카를 5세가 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알람브라궁전의 폴보로사 탑에 새겨 있는 그라나다를 극찬한 시구도 아쉬움을 더해준다. “여인이여! 그에게 적선하시오. 그라나다에서 눈이 먼 것보다 인생에서 더한 시련은 없을 것이오.”

카를 5세의 명령에 의해 세워진 카를 5세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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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의 카를 5세 궁전 안에는 커다란 원형의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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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 《우리 세계의 70가지 경이로운 건축물》, 닐 파킨, 오늘의책, 2004
  •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생각의나무, 2006
  • ・ 《스페인 포르투갈》, 중앙일보사, 1989
  •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베텔스만, 2003
  • ・ 〈‘알람브라’ 옛땅에 무슬림이 돌아온다〉, 한겨레, 2007. 3. 8

이종호 집필자 소개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Dr. Ing.)와 '카오스 이론에 의한 유체이동 연구'로 과학국가박사(Dr. d..펼쳐보기

출처

세계 불가사의 여행
세계 불가사의 여행 | 저자현암사 편집부 | cp명북카라반 도서 소개

인간의 열정이 남긴 불멸의 흔적을 따라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여행을 떠난다! 필론이 선택한 세계 7대 불가사의부터 최근 선정된 세계 신 7대 불가사의, 그리고 그 후보 ..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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