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
치 상식

국회의 꽃, 국정감사

다른 표기 언어 國政監査

가장 국회다운 순간

의정활동 중 가장 국회다운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국정감사가 첫 손에 꼽힐 것이다. 국정감사는 입법과 정부 예산, 그리고 국정통제를 유효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국회 밖에서 국정 전반을 돌아보는 제도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국회 본관은 각 층마다 피감기관에서 나온 공무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복도에서는 쉴 새 없이 복사기가 돌아가고 보좌관과 피감기관 공무원 사이에 "자료를 빨리 달라" "기다려라" 하는 고성이 오간다. 혹여나 국정감사장에서 부실한 답변과 자료로 해당 기관장이 죄다 두들겨 맞을까 싶어 기관장 이하 부장, 과장들은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방어막 치기에 분주하다. 기자들 역시 분주하지만 쏟아지는 기삿거리에 어느 것을 선택해 이슈화할까 고민하는 행복한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정감사장 옆 기자실 테이블에는 20~30건의 보도자료가 나열되는데, 의원 한 명당 하루에 평균 2건의 보도자료를 내는 셈이다. 그것도 피감기관 한 곳에서만 7~8건의 지적사항을 담으니 자료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국정감사 의원석

ⓒ 시공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정감사는 언제부터, 어떻게 하게 된 것일까? 국정감사의 역사는 제헌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헌헌법 43조에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기 위하여 필요한 서류를 제출케 하며 증인의 출석과 증언 또는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여 국정감사의 근거를 마련했다. 실제로 국정감사가 이루어진 것은 1949년 12월 2일 제56차 본회의에서 의결한 '국정감사에 관한 계획안'에 의하여 실시된 일반국정감사였다.

당시에는 '국정전반에 대하여 반을 나누어 동일한 기간에 시행'하는 일반국정감사와 '국정의 특별한 부분에 한하여 특별위원회로 하여금 시행'하는 특별감사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이는 1972년까지만 존재했고, 지금은 특별감사제를 두지 않고 있다. 제헌국회에서 이뤄진 국정감사는 일반국정감사 한 번뿐이었고 특별국정감사는 없었다. 당시 국정감사 내용은 불온문서 살포사건, 국회 내 삐라 살포사건, 농림부장관 및 상공부장관의 비행, 대한정치공작대 사건 등 주로 사건 조사 성격이 많았다.

제헌국회와 2대 국회 중반에 이르기까지 국정감사의 구체적인 절차 법규와 선례 등이 정립되지 못했다. 그러다 2대 국회인 1953년 본문 14개조로 구성된 국정감사법이 제정된다. 이렇게 24년간 실시되던 국정감사는 1972년 국회가 해산되고, 7차 개헌에서 국정감사 조항이 삭제되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9차 개헌으로 1988년 13대 국회에서 부활됐다.

알고 보면 기구한 운명의 국정감사. 16년 만에 부활한 국정감사는 정말 국회의 꽃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제도라는 국정감사가 때로는 정치공방이나 폭로, 그리고 과욕이 빚어내는 해프닝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다. 매년 부실국감이니 식물국감이니 논란 또한 반복되고, 국감이 끝나기 무섭게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나마 국정감사가 있어 행정부와 산하 기관이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쓴 건 아닌지 등을 꼼꼼히 묻고 따질 수 있는 것 아닐까.

정기국회, 임시국회 무슨 차이야?

국회에서는 회의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개원국회, 정기국회, 임시국회 그 이름도 다양하다. 비슷한 듯하지만 서로 열리는 시기도 하는 일도 다르다.

먼저 개원국회부터 알아보자. 말 그대로 국회의원 임기가 새로 시작되면서 열리는 국회이다. 원래는 5월 30일, 임기 개시 7일 후 6월 5일 자동으로 소집되는데, 2008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한 달 지연된 7월 10일 개원됐고, 2012년 19대 국회는 상임위원회 구성과 위원장을 결정하는 원구성 문제 등을 놓고 진통하다 7월 2일 개원했다.

임시국회는 16대 국회부터 '상시 개원 체제'를 도입해 2·4·6월의 1일에 30일 회기로 자동 개회된다. 다만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4분의 1이상이 요구할 때는 언제든지 홀수 달에도 열릴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은 거의 매달 임시국회가 소집되었다.

국회 집회공고

ⓒ 시공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음은 정기국회. 매년 한 차례씩 돌아오는 100일짜리 국회 일정이다. 9월 1일(공휴일인 경우 다음 날) 소집되는데, 이 기간에 국정감사도 진행되고 예산, 결산에 대한 예비심사와 종합심사도 이뤄진다. 사실상 한 해 중 가장 결정적으로 국회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정기국회다. 이 정기국회를 대비해 300명 국회의원이 봄부터 전력을 가다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말이다. 국정감사가 의원 개인별 의정능력 대결, 자존심 대결이라고 칭한다면 예산, 결산 심사는 당 대 당, 진보 대 보수의 대결로 압축된다고도 할 수 있다.

잃어버린 가을과 겨울

한편 폭풍 같은 연말을 보내고 나면 국회사무처는 3월에 정기 봄 휴가 공문이 떨어진다. 모두가 훈훈해야 할 연말연시를 전쟁통에서 함께 보낸 국회사무처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위로다. 그리고 국회는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함께 쟁점 법안을 털어낸 홀가분함에 제대로 된 봄을 만끽한다. 1년 중 유일하게 조용한 시기이기도 하다.

정리해보면 국회는 2월 임시국회를 시작으로 기지개를 켠다. 봄에는 '한강 여의도 봄꽃축제' '국회 잔디광장 개방' 등 다양한 이벤트의 영향인지 정쟁이 잠시 묻히고 평화로운 한때를 보낸다. 그리고 다시 임시국회에서 법률안 처리에 매진하고, 여름휴가 기간에는 정기국회 준비를 하고 가을, 겨울을 보낸다. 지역구 의원들은 예산안이 처리된 직후 일제히 자신의 지역구로 내려간다. 이번 예산에서 우리 지역 어느 사업에 얼마만큼이 확보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의정보고서를 통해 부지런히 업적을 홍보하고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한껏 뽐내고 돌아온다.

대강의 국회 일정은 이렇지만 어그러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2013년만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조직법 처리와 신임 장관, 경찰청장, 검찰총장, 대법원장, 대법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3, 4월에 집중됐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첫 대정부질문, 4·24 재보궐 선거까지 겹치면서 2013년 봄은 한마디로 마(魔)의 4월이었다. 그런데 4월이 지나면 5월에는 여야 모두 당내 경선이 있고, 6월에는 전해 예산안 결산이 기다리고 있고, 이후에는 바로 국정감사 준비다. 우스갯말로 국회에는 '가을, 겨울이 없다'. 봄, 여름은 그나마 계절이 돌아왔음을 실감이라도 하고 지나는데 가을, 겨울은 휘몰아치는 국회 일정에 계절이 오고 가는지도 모르고 보낸다는 뜻이다.

언론에 '공전 국회'가 자주 비춰지다 보니, 국민들은 국회가 항상 빈둥거리는 줄로만 안다. 하지만 이처럼 국회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속속들이 알고 나면 '나름 바쁜 국회'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소영 집필자 소개

강원도 동해에서 자랐고, 강릉원주대학교와 서강대학교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한국정책방송을 거쳐 2007년 국회방송에 입사해 새누리당, 민주당 등을 출입하고 주요 상임위원회를 취재했다. 지은 책으..펼쳐보기

출처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 저자양윤선, 이소영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365일 국회 안에서 숨 쉬어온 국회 기자들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국회, 정치의 모든 것을 담았다. 알고 보면 정치도 재미있는 것,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는 정치를 좀 더..펼쳐보기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Daum백과] 국회의 꽃, 국정감사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양윤선, 이소영, 시공사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