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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를 말한다, 국회의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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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봄꽃축제가 열리면 윤중로를 따라 국회의사당 뒷길을 거쳐 보았을 것이다. 한 해 이곳을 찾는 인구만 해도 수백만 명. 멀리서 바라보면,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것이 마치 구름이 국회의사당을 안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에게 국회의사당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

영국과 독일의 국회의사당

영국 웨스트민스터 궁의 의회 공간을 보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는 옆 사람과 무릎을 나란히 하며 앉아야 하는 긴 의자들이 죽 늘어서 있다. 반대 입장을 가진 두 정당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 토론을 펼쳐야 하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자리 배치다.

상원, 하원 모두 붉은색의 스워드 라인(sword line, 서로 칼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그어놓은 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는 옛날 영국 의원들은 기사 출신이 많아 의견이 충돌하면 칼부림이 나곤 해서 아무리 긴 칼로도 상대방을 찌를 수 없도록 거리를 유지하게 만든 것이다.

고전적인 자리 배치, 스워드 라인…. 17세기 말 이후 지금까지 영국은 형식을 보수적으로 고수하는 듯 보이지만, 현재의 의회 공간에서 양당이 양보 없는 논쟁을 벌여왔고, 그것이 곧 지금의 영국 정치를 만들었다. 공간의 형식이 정치문화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편 독일을 잘 아는 지인에게 독일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지를 추천해달랬더니, 주저 없이 베를린 국회의사당, 라이히슈타크를 꼽는다. 독일 국회의사당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간은 돔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다. 커다란 유리 돔이 대회의실에 자연 채광을 유도하고 있고, 유리 돔은 그곳을 찾은 국민들과 관광객들이 본회의장 내부를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채광을 위해 설치한 것이지만 의정활동의 투명성을 드러내주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방문자들은 유리 돔 주변의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서 의회가 일하는 모습도 보고 도시의 전경도 함께 즐길 수 있는데, 유리 사이로 아래가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의원들의 머리 위를 오간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국민의 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치다. 독일 국민들은 이 공간을 오가며 자신들이 의회의 주인임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고, 의원들 역시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소명을 확인하게 된다.

푸른색 돔, 그 이상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우리 국회의사당을 떠올려보자. 한강변에 우뚝 솟은 장엄한 국회의사당은 푸른색 돔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여의도의 비싼 땅덩어리에 넓은 잔디광장과 큰 건물은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회의장을 떠올리면 널찍한 의원 좌석은 비어 있기 일쑤이고, 고함과 호통이 난무했던 기억만 난다.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 민주주의의 본산, 민의의 전당의 현 주소다.

국회 전경

ⓒ 시공사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본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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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장 의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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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아는 푸른색 돔이 있는 건물이 국회의 회의장이 있는 본관이다. 지붕에 돔을 얹고 커다란 기둥을 건물 외곽에 촘촘히 박은 그리스 로마의 건축양식을 계승한, 서양의 고전주의 스타일 건축물의 모습과 비슷하다. 국회 본관은 석조건물로서 현대식 건축양식에 한국의 전통미를 가미하여 건축되었다. 밑지름이 64미터인 육중한 회녹색 돔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동판 자체의 붉은색을 띠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판이 녹슬어 점점 지금과 같은 색으로 변하게 되었다. 돔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들을 찬반토론을 거쳐 하나의 결론으로 이끌어낸다는 의회 민주정치의 본질을 상징하고, 처마를 받쳐주는 기둥은 24개로, 24시간 24절기 내내 국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본관 안을 들어가면 로턴다홀이 펼쳐지는데, 중앙의 노란색은 태양을 상징하고 24개의 선은 햇살을 의미함과 동시에 선이 모아지며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단합을 상징한다. 로턴다홀을 지나면, 의원 300명이 앉아 회의하는 공간인 본회의장이 나온다. 우리가 TV뉴스에서 자주 접했던 곳인데, 다른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유엔 총회의장이 반영되어 그럴 것이다. 본회의장의 규모 또한 전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의 회의장보다 크다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는데, 이는 건립 시기부터 통일 이후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지금이야 여의도가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이지만 현 국회의사당이 문을 연 1975년도만 하더라도 허허벌판에 미군이 사용하던 비행장과 땅콩 밭이 전부였다고 한다. 본회의장을 비추는 광천정은 365개의 전구로 이루어져 있다. 1년 내내 국회의 불이 꺼지지 않고 의정활동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국회의사당은 나름 건축의 당대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로부터 권위주의적이고 위압적인 건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국민들의 시각은 어떨까? 국회의사당 건물에 이런 깨알 같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알까? 알았다면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을 것 같다.

국민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친숙한 국회

베를린 국회의사당은 1993년에 지어진, 얼마 안 된 건축물이지만 프랑스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보고, 이탈리아 로마에 가서 콜로세움을 방문하는 것처럼 베를린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특이한 것은 독일 국민들의 인식이다. 독일 국민들은 베를린 국회의사당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처럼 인식하고 있다. 문득 한 기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생각난다. "나는 기자이고 출입증도 있는데 국회를 지키고 있는 경찰들을 보면 들어오지 못할 곳을 가는 것 같아." 이처럼 국회를 범접하기 힘든 다른 세상의 성처럼 느끼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독일은 정치를 바라보는 태도 자체부터 다르다.

상황이 이렇기에 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최초 국회 경내 촬영은 반가웠다. 최근 국회 방문객이 일평균 5,000명에 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과거,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국회 경내 촬영을 퇴짜 맞고 배우 예지원이 국회 월담을 강행했던 것을 떠올리면 장족의 발전이다. 국회 사무총장으로서는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정진석 총장은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촬영이 국회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와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드라마 속에 일부 풍자요소는 있지만,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소개된 촬영 장소가 우리 국민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에게까지 사랑받는 유명 관광지가 된 사례가 많은 것처럼, 이 드라마를 통해 국회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명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했다고 한다.

그의 기대는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시청률은 낮았지만 해외 반응은 뜨거웠는데, 미국 CBS는 이 드라마가 국회의 이야기를 다루고 국회를 배경으로 촬영한다는 점을 주목하며 제작 현장을 찾기도 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 방문 50만 시대를 맞이해 참관 서비스 개선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국민 속으로 보다 더 쉽고 깊숙이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기본은 함께한다는 것. 국민의 작은 요구도 놓치지 않고 적시에 행동으로 옮기려면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국회가 언제나 국민의 손을 꼭 잡고 호흡을 맞추어 동행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은 물론 국회 직원들도 한뜻으로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는 국민이 주인이다. 그것이 주인의 얼굴을 보여주는 국회의사당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가장 불편하고 좁은 의회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 영국, 한때 분단의 상징이었지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정치를 공간으로 보여주고 있는 나라 독일. 우리 정치를 대표하는 공간, 국회의사당은 과연 지금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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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선 집필자 소개

서울에서 자랐고,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한국정책방송에서 노동부, 국세청 등 정부 부처를 출입했다. 2009년부터는 국회방송 기자로 자리를 옮겨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펼쳐보기

출처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 저자양윤선, 이소영 | cp명시공사 도서 소개

365일 국회 안에서 숨 쉬어온 국회 기자들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국회, 정치의 모든 것을 담았다. 알고 보면 정치도 재미있는 것,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는 정치를 좀 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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