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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주인원은 6,000여 명. 국회의원과 보좌관, 국회사무처 직원에 상시 출입기자를 포함한 적지 않은 숫자다. 국회를 방문하는 민원인까지 치면 일일 1만여 명이 북적거리는 삶의 터전이다. 국회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미처 몰랐던 숨겨진 사실도 발견할 수 있고 국회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한 면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국회의 명물은 무엇일까?
없는 게 없다!
다음 중 대한민국 국회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① 한의원 ② 미용실 ③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 ④ 지하 통로
정답은 ③번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다. 국회의원들도 일반인 방문객, 보좌진들과 똑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과거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엘리베이터엔 의원용이란 팻말이 붙어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특권의식과 권위주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결국 2004년 9월 '의원용' 팻말을 떼어냈다. 다만 의원 전용 출입문은 여전히 남아 있어 일반 방문객들은 본청이나 의원회관의 앞이 아닌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야 한다.
바쁜 국회의원들과 국회직원들을 위한 이발소와 미용실도 있다. 국회의사당 본관 1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문재인 의원이 단골로 유명하다. 총리이기도 했던 한명숙 의원을 인터뷰하기 위해 어떤 기자는 국회 미용실에 수시로 드나들기도 했다. 한 의원이 공식 회의 석상이나 행사장이 아닌 이 국회 미용실에 자주 들른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한명숙 의원은 국회에 처음 입성한 이후로 국회 미용실을 이용해왔고, 국회를 떠났던 총리 재직 시절에도 종종 들러 간단한 커트나 드라이를 하고 갔다고 한다.
미용실 내엔 의원 전용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국회 이발소와 미용실은 입찰을 통해 입점했기 때문에 임대료가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만큼 상대적으로 이용 가격도 '착하다'. 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각 상임위와 회의장 점거로 이어지면 밤샘을 한 의원들이 머리를 감고 손질할 수 있는 요긴한 곳이 되기도 한다. 20년 넘게 국회의원들의 머리를 한 미용사들이기 때문에 특별한 노하우도 있다. 이발소 단골인 한 의원은 다른 곳은 머리를 손질하고 난 뒤 스프레이를 뿌려 고정시키면 끝인데 이곳 이발소에선 물수건으로 머리를 매만져준다고 전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국회의원 특유의 2:8 헤어스타일의 비밀은 여기에 숨어 있었다.
이 밖에도 본관에는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직원들이 애용하는 세탁소와 구두수선방, 우체국, 농협, 새마을금고 등이 있다. 치과와 내과, 한의원도 있는데, 국회 의무실 개념이다.
미니 백화점, 국회 후생관
국회에는 서점과 꽃집, 약국, 화장품 가게, 안경점, 빵집 등 각종 편의시설도 있다. 이처럼 국회 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매장들이 모여 있는 건물이 바로 후생관인데, 국회의사당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외부 방문객들도 많이 이용하는 커피점과 분식점이 특히 인기인데, 점심시간 전후로는 순번을 알리는 대기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손님이 북적인다. 분식점에서는 김밥, 라면 같은 기본적인 메뉴부터 순대, 떡볶이도 인기이고, 커피점에서는 커피 메뉴 외에도 아이스크림이 오후면 동이 나는 메뉴다. 꽃집은 계절마다 다양한 꽃과 화분을 갖추고 있는데다 인심이 넉넉한 편이어서 국회직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왼편에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가 있는데, 간단하게 장을 볼 수 있어 주부인 국회 직원들이 퇴근길에 들러 장을 봐 가기도 하는 등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후생관에는 치약과 비누 등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와 건강식품 코너, 사진관, 여행사, 문구점, 퀵서비스까지 있어 웬만한 사무는 후생관에서 다 해결이 가능하게 해놨다. 가격이 궁금하다고? 직원 대상 매장이다 보니, 할인 혜택은 직원들에게만 적용되지만, 기본 가격 자체가 외부보다 비싸지 않다.
또 후생관 2층에는 예식장도 있다.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자녀, 국회 직원이나 직원 자녀들의 예식을 위한 장소로 대여료는 15만 원이고, 식 진행과 피로연 식사 등은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태권브이는 없지만 와인과 지하 통로는 있다
'나라가 위험해지면 국회의사당 지붕 뚜껑이 열리면서 태권브이가 나온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머다. 국회의사당에 태권브이는 없지만 와인은 숨겨져 있다. 국회 본관 정면에 위치한 해태상 밑에는 한 쌍 좌우로 36병씩 모두 와인 72병이 묻혀 있다. 해태는 상상의 동물로 불이나 분쟁, 화재를 물리치는 신수이자 이상정치의 표상을 의미한다. 국회의사당 준공 당시 국회 사무총장이었던 선우종원 변호사의 회고록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따르면, 이 해태상은 1975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립 당시, 고증 자문위원이었던 소설가 월탄 박종화 선생의 건의로 세워졌다고 한다. 조선시대 경복궁이 큰 화재로 전소된 뒤 복원공사 때 해태상을 세워 이후 화재를 예방한 바 있다는 것. 문제는 예산이었는데, 해태상을 브랜드 이미지로 썼던 해태제과의 도움으로 3,000만 원을 들여 조각했다고 한다. 해태제과는 이 해태상 외에도 와인을 함께 기증했는데, 이 와인은 의사당 준공 100주년이 되는 2075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국회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 장소는 지하 통로다. 국회 경내엔 본회의가 열리는 본청 의사당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도서관과 의정관, 왼쪽에 의원회관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네 건물은 T자형의 지하도로 연결되어 있다. 통로는 지하실 특유의 어둡고 습기가 있는 느낌이 단점이지만 비가 오는 등 날씨가 궂을 때는 인기가 좋다. 통로 벽면에는 의원들이 직접 쓴 서예나 사진, 미술 작품이 걸려 있어 지하가 주는 답답한 느낌을 해소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 참관인들도 지하 통로를 이용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국회 지하 통로는 엄격하게 출입을 관리하고 있다. 각 출입구엔 국회 방호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출입증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이동이 불가능하다. 이용 시간도 오전 6시에서 오후 8시로 제한되어 있다. 또 본관에서 회의가 진행 중일 때는 열려 있지만 산회 두 시간 뒤엔 폐쇄된다.
아담한 숲으로 이뤄진 국회 의원동산(구 양말산)은 국회의사당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10여 가지 조각 작품이 있는 열린 문화공간이다. 특히 한강을 조망할 수 있어 연인들이 찾기 좋은 장소다. 최근엔 한옥이 지어져 고풍스런 느낌까지 더했는데, 이것이 바로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국회 내 한옥 '사랑재'다. 경복궁 경회루와 동일한 건축양식에 따라 90년이 넘은 강원도 소나무로 지어졌다. 국회의 외빈과 국빈 접견을 위해 건축되어 내부엔 회의실과 접견실 등의 공간을 갖추고 있다. 연간 세계 각국의 외빈 일행이 국회를 찾는 횟수는 150건 이상. 사랑재에서는 오찬이나 만찬을 통해 한국의 맛과 멋을 알리고 있다.
사랑재의 첫 손님은 2011년 5월 G20회의를 위해 우리 국회를 찾은 주요국 국회의장들이었다. 각국 대표들은 사랑재에서 야채비빔밥 등 한국 전통 한식으로 차려진 오찬을 즐겼다고 한다. 사랑재란 이름에는 국회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화와 타협,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국회에 귀빈이 방문할 경우 편안한 마음으로 접견하고 정담을 나누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또 사랑재는 사랑을 확인하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사랑재 오른쪽에는 파라솔이 비치되어 있어 야간에 한강을 보며 분위기도 잡을 수 있는데, 회기 중엔 데이트도 힘들다는 국회 직원들이 이곳에서 사내 비밀 연애의 묘미를 만끽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이 많이 결혼하기로 유명한 서울의 모 호텔에도 사랑재와 비슷한 한옥이 있지 않나. 그곳에서 연회와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그 비용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호텔보다 좋은 곳이 있으니, 바로 사랑재다. 한 의원은 사랑재에서 진행된 예식을 보고 앞서 언급한 서울의 모 호텔보다 낫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국회 사우나에선 무슨 일이
의원회관 지하1층에 있는 건강관리실은 의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특별 공간이다. 건강관리실 내부에는 체력단련실과 사우나가 가능한 목욕탕, 미용실이 있다. 한 여성 의원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건강관리실을 찾아 가볍게 운동을 하고 머리를 한 뒤 바로 의원회관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어 종종 이용한다고 했다.
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는 국회 목욕탕에서 여야 의원들이 협상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실제로도 가능한 일일까? 가끔 여야 의원들의 입에서 '아침에 사우나에서 만나 얘기하지 않았느냐'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가능한 일인 듯하다. 같은 당인데도 만나기 어렵거나 계파 문제 등으로 껄끄러운 의원들도 긴장을 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 사우나인 것이다. 사우나는 여야를 떠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새누리당 정몽준,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사우나의 특성상 서로 진솔한 모습으로 만나 잘해보자는 뜻에서 의원 모임인 '목욕당(沐浴黨)'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2009년 결성된 이 모임은 18대 총선 직후 해산됐다가 19대 들어 재결성됐다. 이 목욕당도 나름 정당 구색은 갖췄다. 여야 각각 한 명씩 대표는 물론이고 탕내수압조절위원장, 탕내적정온도유지위원장, 탕내분쟁조정위원장 등의 당직을 뒀다. 그저 장난스럽게만 보이지만 실제로 이 목욕당 안에서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여야의 대승적인 결단과 합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코끼리 열차도 있는 국회, 구경은 어떻게?
국회의 일반인 방문자 수가 날로 늘어나면서 국회는 국회 헌정기념관 내 국회방문자센터를 마련했다. 일반인들이 국회 입법 과정을 원스톱으로 체험하도록 만들어놨는데, 헌정전시관, 의정체험관, 국회의장관, 홍보영상관, 어린이체험관 등 다양한 전시실과 함께 편의시설을 마련되어 있다. 국회 건물 바깥의 분수대, 사랑재 등은 별도의 참관 신청 없이 볼 수 있지만, 국회 본관의 본회의장과 국회 헌정기념관 내 방문자센터를 이용하려면 국회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단체로 관람을 하게 된다면 전문 안내요원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또 국회 내에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로 전기자동차를 정기 운행하고 있다. 일명 코끼리 열차로 불리는 14인승 규모의 이 전동차는 국내 관공서 최초로 도입됐는데, 인기가 좋아 관람객이 30~40분씩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수 김범수의 아버지가 이 국회 전기자동차 운전원으로 재직 중이다. 가수 김범수의 아버지인 김수태 씨는 지난 2010년 2월 국회가 새로이 국회방문자센터를 열면서 일자리 나눔사업의 일환으로 근로 취약 계층인 노년층에 대한 취업 문호를 개방할 때 전기자동차 운전원으로 채용됐다. 국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국회보〉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수 김범수와 아버지 김수태 씨가 표지모델로 소개됐는데, 김수태 씨는 전기자동차 운전원에 대해 국회에 오는 방문객들이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국회 경내가 상당히 넓어 노약자들이 이동하기 불편했는데 전기자동차가 운행되어 매우 좋아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회 내에는 예술 작품도 많다. 국회 중앙에 위치한 분수는 '평화와 번영의 상'이다. 1978년에 세워진 청동상으로 국회를 대표하는 조형물 중의 하나다. 국회 건물 내에는 미술품도 상당한데 국회사무처 소장 159점, 도서관 소장 358점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회 안 갖가지 시설과 공간에 대해 별천지라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소개된 모든 곳이 방문객에게 공개된 공간이다. 누구나 와서 보고, 듣고, 사진 찍고, 음식도 먹을 수 있다. 국회 특유의 권위적인 인식 때문인지 국회의사당 앞마당은 왠지 밟지 말아야 할, 들어가면 혼날 것만 같은 DMZ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국회는 언제나 개방되어 있고 잔디광장은 누구나 들어와 돗자리를 펴고 뛰어놀 수 있다. 국회의사당은 '민의의 전당'이다. '싸움만 하는 곳에 왜 가?'라는 생각에 주춤했던 당신, 와보면 국회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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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국회 안에서 숨 쉬어온 국회 기자들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국회, 정치의 모든 것을 담았다. 알고 보면 정치도 재미있는 것,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는 정치를 좀 더..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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