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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년차에 형성됐던 이명박 정권의 권력지형은 2년차를 맞이하는 2009년에는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친이 직계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취임 첫해에 쇠고기 촛불정국과 종교편향 논란, 당ㆍ정ㆍ청(黨政靑) 불협화음, 국회 폭력사태, 남북관계 경색, 세계적 경제위기 등 각종 악재를 거치면서 약화된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기 위한 포석인 것.
특히 ‘1.19 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과 테크노크라트 중심의 ‘전위(前衛) 내각’이 등장하면서 권력의 축이 ‘여의도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1.19 개각에서 정치인 입각과 중폭 이상의 통합형 개각이 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을 깼다. 전문성과 함께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각을 단행, ‘정면돌파’를 예고했다.
실제로 1.19 개각에서는 새 경제팀 지휘부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와 진동수 금융위원장 내정자,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등 ‘테크노크라트 3인방’이 기용됐다. 전 정권인 참여정부의 핵심 축이 운동권 출신의 ‘386세대’였다면 이명박 정부 들어 전문지식을 자랑하는 테크노크라트 성격의 ‘475세대’가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 이들은 향후 경제위기 극복과 ‘MB 노믹스’ 구현이라는 특수임무 속에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전망이다.
또 대표적 사정기관인 국가정보원장과 경찰청장에는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과 강희락 해양경찰청장이 TK(대구ㆍ경북) 출신이고, 현인택 신임 통일부 장관은 ‘비핵ㆍ개방 3000 구상’을 주도한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다.
특히 후속 차관급 인선에서는 이 대통령의 ‘젊은 복심’들이 전진 배치되고 청와대 전직 핵심 측근들도 속속 복귀했다. 향후 ‘차관(次官) 정치’가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부상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실세 차관의 전진 배치는 장관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국정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왕비서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에다 유임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은 향후 ‘MB 정책’을 추진하는 데 선봉을 맡게 될 것이 확실하다. 아울러 지난 대선기간 중 이 대통령의 ‘경제참모’였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차관급인 청와대 경제수석에 발탁된 것을 두고 경제 권력의 중심이 내각에서 청와대로 이동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향후 국정주도 세력이 이 대통령의 ‘젊은 복심’과 전문가 집단으로 짜이면서 한나라당 내 권력그룹은 새로운 정치적 역할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개각 과정에서 소외되고 ‘정치인 입각설’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치면서 당내 권력지형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정권의 2인자’였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국내 복귀를 둘러싸고 친이ㆍ친박 진영 간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이계 내부에서도 원심력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내 권력지형은 박근혜 전 대표가 수장인 ‘친박계’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이끄는 ‘신주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위시한 ‘친이재오계’ 등이 서로 견제ㆍ대립하는 ‘3분 지계’의 형국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의원도 ‘권력사유화’ 발언으로 멀어진 대통령과의 관계를 좁히고 있다. 특히 정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을 통해 신임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정치적 행보가 주목된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미국행으로 친박계와 친이재오계 사이에 갈등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이 전 부의장이 당내 현안을 막후에서 조정하는 ‘당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 전 부의장은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원내대표ㆍ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수석부대표 등 신주류 세력을 형성하는 데 깊이 관여했으며, 당내에서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1.19 개각에서 당내 어떤 정파에게도 힘을 실어주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지만 친형인 이 전 부의장의 ‘파워’는 여전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당내 친박계의 대응도 주목된다. 일단 주춤한 상태이긴 하지만 언제든지 ‘당내 당’에 버금가는 세력화가 가능한 만큼 경우에 따라 친이계와 일대 결전도 배제할 수 없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정몽준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과의 청와대 독대 이후 당내 존재감이 부쩍 높아졌다. 그는 ‘포스트 이명박’을 놓고 친이계와 연합전선을 통해 박 전 대표와 경쟁관계를 구축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권력재편의 주요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와 2009년 4월 실시되는 재보선 공천을 둘러싸고 친이ㆍ친박 진영 간 전선이 형성되면서 한나라당 내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향후 새로운 원내 지도부 선출에서도 친이ㆍ친박 진영 간 기싸움이 불가피하고 친이계 내부에서도 이합집산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당내에서 이 전 부의장ㆍ친박계, 이재오계ㆍ친이 소장파 간 ‘합종연횡설’이 나오고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09년 2월 임시국회와 3월 초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4월 재ㆍ보선, 6월 여권 전면개편설 등 ‘정치 변수’들 속에서 향후 여권 내 권력지도가 바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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