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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외교ㆍ안보영역은 ‘원칙과 현실’이 교차한 냉엄한 공간이었다. 전통적 맹방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4강 외교의 강화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이어졌고, 성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시작부터 급랭, 좀처럼 해빙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가 끝나고 새로운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는 기간에 공전을 면치 못한 북핵 문제는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한 해 동안 미국 4회, 일본 6회, 중국 4회, 러시아 2회 등 한반도 주변 4강과 모두 16번의 정상회담을 벌였다. 다자회담 등을 계기로 환담을 나눈 것까지 포함하면 그 횟수는 훨씬 늘어난다.
특히 미국과는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실시로 단기 여행객은 비자 없이도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됐으며, 미국에 머물며 공부하고 돈도 버는 연수취업프로그램(WEST)이 처음 실시됐다.
‘정상급 장관’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009년 2월 방한해 서울 한복판에서 한ㆍ미동맹과 북핵문제 등에 대해 한국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는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한ㆍ미동맹이 한층 더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ㆍ일관계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신세대 개척’이라는 화두를 던져놓고 있다. 한때 독도 영유권과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 등으로 냉각기를 거치기는 했지만, 지금은 아프가니스탄 재건 등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방안을 함께 고민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특히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ㆍ일 통화스와프 협정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촉매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세운 중국과 러시아와는 기존 경제와 문화뿐 아니라 정치ㆍ군사ㆍ안보 등 민감한 분야까지 협의하는 관계로 발돋움했다.
한반도 평화와 질서에 일정한 영향력을 가진 주변 4강과의 관계 강화를 기반으로 ‘성숙한 세계국가’ 구현을 도모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도 이끌어냈다. 우리나라가 올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의 공동의장국을 맡는 등 국제적인 위상이 한층 높아진 것은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반면 남북관계의 경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과거 ‘냉전시대’로 회귀한 형국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주된 이유는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의 이행에 대한 견해차였다. 이후 남북관계는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확산,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정부의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등을 거치며 급격히 냉각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측은 개성관광과 경의선 철도운행의 중단, 개성공단 상주인력 감축 등을 담은 ‘12.1 조치’를 감행하면서 남북 간 교류ㆍ협력은 10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되돌렸다. ‘전면적 대남 대결’ 태세를 천명한 2009년 1월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이후 북한은 잇따라 고강도 위협을 감행함으로써 우리 국민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북한발(發) 안보공포’를 다시금 인식해야 했다.
특히 북한이 2009년 2월 들어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징후가 한ㆍ미 정보당국에 포착되는 등 예의 ‘벼랑 끝 전술’을 감행하려고 하고 있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인 오극렬(78) 노동당 작전부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북한의 군 수뇌부에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는 무력충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현재 경색된 상황을 남북관계의 ‘조정기’로 규정, 원칙 있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칙 고수’의 기조 속에 이명박 정부는 1차적으로 남북관계 위기를 넘긴 뒤 당국간 대화를 재개해 ‘햇볕정책’의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할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 정책의 흐름에 이명박 정부가 탄력있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구사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이 대통령은 2009년 3월 1일 취임 후 두 번째 ‘3.1절 기념사’에서 “남과 북은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해야 한다”며 “조건 없는 대화의 문은 지금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이란 양대 국정현안에 진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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