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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논란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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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념적 좌표가 진보에서 보수로 이동하면서 사회적으로 ‘이념논란’이 가속화됐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지각변동의 해’였다. 자율과 경쟁을 내세우면서 평준화에 기반을 둔 지금까지의 교육정책 기조가 상당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보ㆍ혁 대결’로 교육계는 내내 몸살을 앓았다.

이른바 좌편향 역사 논란이 벌어진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일제고사 거부 논란, 교원노조에 대한 유례없는 강경 대응 등은 모두 이념갈등의 양상을 띠었다.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과 이로 인한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사건이었다.

교과서 이념논란은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2008년 5월 한 외부 강연에서 “현재의 사회 교과서 내용이 편향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발단이 됐다. 고교용 근현대사 교과서가‘좌편향’이란 것은 이미 일부 보수단체 등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문제였으나, 주무 부처 장관이 직접 이를 거론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게 된 것이다.

장관의 발언이 공론화되자 교과부는 즉각 ‘문제가 된’ 교과서에 대한 수정 작업에 착수했고, 교과서 저자들은 “교과서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교과부가 정권이 바뀌고 나니 말을 바꾼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국정이 아닌 검정교과서에 대해 정부가 수정 압력을 가한 것도 교과서 저자들은 물론 교육계와 역사학계의 반발을 샀다. 정부와 교과서 저자들의 대립을 넘어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간 싸움으로까지 번지면서 교과서 논란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정치권에서도 교과서 논란은 여야 간 이념논쟁으로 비화됐다. 제18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교육과학기술위는 교과서 논란으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교과서 논란은 우리 사회가 진부한 이념갈등을 청산하지 않는 한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이는 선진국으로 가는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무거운 숙제를 남긴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정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대립의 이면에도 이념갈등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일제고사와 서울시교육감 선거, 국제중학교 설립 찬반, 단체협약 해지, 전교조 교사 무더기 해임ㆍ파면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배가됐다.

이념 논란 가속화
이념 논란 가속화
전교조 조합원 증감 현황

3월 중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진단평가 이후에는 ‘일제고사’를 둘러싼 교육당국과 교원노조 간 갈등이 심해졌다. 당시 진단평가가 10년 만에 전국에서 동시다발의 일제고사 형식으로 실시되면서 ‘학생 학력신장’과 ‘학교 서열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여기에 7월 첫 직선으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 이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와의 공방에서 선봉에 섰다. ‘반(反) 전교조’ 기치를 내세워 재선에 성공한 공정택 교육감은 전교조를 자극하는 각종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첫 작품은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했다가 무산됐던 국제중학교 설립 계획이었다. 이어 유인종 전 교육감이 지난 2004년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전교조를 더욱 압박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10월 전교조 서울지부에 단체협약 부분해지를 알린 데 이어 11월에는 전면해지 통보를 강행해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의 갈등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2월 초부터는 각 학교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교조 가입 교사’ 현황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의 갈등은 서울시교육청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했던 교사 7명에 대해 파면ㆍ해임이라는 중징계를 의결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와의 ‘종교편향’ 시비도 논란거리였다. 사실 종교편향 갈등은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인터넷 지리정보시스템에 사찰정보 누락,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차량 과잉검문, 개신교 일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 등이 불교계를 자극한 것. 이러한 사례들이 겹치면서 개신교 장로인 이 대통령이 불교계를 홀대하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결국 이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공무원들의 종교편향 금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접점을 찾아 시비는 일단락됐지만 앙금이 깨끗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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