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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에 동아시아의 예술품 중 상당량이 유럽으로 들어갔지만 17세기에 이르러서야 네덜란드·영국·프랑스의 동인도회사에 의해 촉진된 중국과의 무역이 활발해졌다(중국미술). 그리하여 18세기 이후에는 유럽의 곳곳에서 동양의 옻칠을 모방하기 시작했으며, 그중 예수회교도들은 과학자·장인들과 함께 칠기제조법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최초로 발간된 칠공정에 관한 정보는 이탈리아의 예수회교도인 마르틴 마르티누스가 쓴 〈Novus Atlas Sinensis〉(1655)이다. 존 스톨커와 조지 파커에 의해 발간된 〈Treatise of Japannig and Varnishing〉(1688)은 문양그림의 첫 책자로 일본 칠기의 우월성을 보여주었다. 마르탱 형제들(기욤·시몽·에티엔·쥘리앵·로베르)은 볼테르가 칭송했던 광택 나는 마르탱 칠기를 개발했다(마르탱 가, 베르니스 마르탱). 그들은 베르사유 궁전의 방을 치장하고, 로베르의 아들 장 알렉상드르는 포츠담에 있는 프리드리히 2세를 위해 일했다.
프랑스의 칠 제조법은 1760년 프랑스 선교사 피에르 댕카르빌의 〈중국 칠기산업에 관한 논문 Mémoire sur le vernis de la Chine〉과 1772년 장 펠릭스 와탱의 〈화공·도금공·칠기공의 예술〉 부록의 새로운 정보를 통해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와탱은 동양의 수지(樹指)와 견줄 만큼 우수하지는 못하지만 서양의 노간주나무로부터 얻은 수지가 가장 좋은 옻칠의 대용품이라고 했다(산다락 수지). 이것은 여러 가지 고무를 알코올과 테레핀유에 녹이고 역청을 혼합해서 그가 생각한 대로 만든 칠이다.
와탱의 책은 나무의 준비, 천바르기, 바탕칠하기, 표면광내기, 디자인대로 그리고 칠하기, 입체장식만들기 등에 대한 지침을 자세히 알려준다. 이러한 공정에 의해 만들어진 칠기용품은 동양 칠기와 같은 견고함과 광택은 없지만 동양칠기를 대신했다. 18세기에 유럽 칠기는 모방의 단계를 넘어서게 되었으며, 1720년대에 유럽의 공예가들은 인형, 건축모형, 수입칠기의 양식화된 식물형태 등을 똑같이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뒤 서양의 원숭이 같은 이국적인 동물, 직물주름, 당초무늬, 카르투슈(17세기 장식디자인에서 보이는 타원형의 윤곽), 리본 구성 등과 같은 유럽의 문양이 역으로 동양에 전해지면서 동양의 디자인에 일부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형과 함께 동양 칠기의 전통적인 흑칠과 금칠 대신에 진홍색·노랑색·흰색·청색·초록색 때로는 금색의 반점 등을 칠함으로써 배경색의 폭이 넓어졌다.
17, 18세기에 유럽에서 칠기의 쓰임새가 변하기 시작하여 17세기 후반에는 바로크풍으로 조각된 받침 위에 얹혀지는 캐비닛 상자를 장식하거나 가죽으로 덮은 실내벽을 장식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18세기에 칠가구인 책꽂이가 달린 책상, 벽시계, 티 테이블 등은 영국과 독일에서 최첨단의 제품이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옷 서랍장과 코너 캐비닛을 더 선호했다.
동양의 칠장식이 가해진 가구 세트는 영국에서 질스 그렌디와 치펀데일 시대(1754~68) 캐비닛 제작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많은 걸작품들이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님펜베르크·뮌헨·밤베르크등 독일 도시들의 궁전에는 옻칠한 방의 벽들이 남아 있다. '스파의 상자'라고 불리는 작은 칠상자는 벨기에 도시와 리에주의 중심지, 그리고 다글리가의 일원이 활동했던 아헨의 특산품이 되었다.
19세기초에 나무와 금칠된 표면을 강조한 국제적인 고전 스타일의 웅장한 가구가 등장해 가구에 칠을 하는 경향이 거의 없어졌다. 채색된 톨 웨어, 작은 테이블 장식과 자개로 상감된 파피에 마셰 의자 등이 빅토리아 시대에 다시 유행했다. 이러한 가구는 제네스벨트리지런던회사가 주로 제작했으며,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를 고비로 급속히 쇠퇴했다. 1925~30년에 벨기에 출신의 조각가 마르셀 볼페르와 스위스 출신의 조각가 장 뒤낭은 도자·나무·청동으로 제작된 작품에 동양의 전통적인 옻칠 기법을 사용했다.
이러한 칠기는 화학산업의 일부분으로 과거 유럽 칠기의 대가들이 만들었던 것을 능가하는 깊이 있고 단단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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