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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무한' 개념과 양자의 상호관계는 오래 전부터 철학적으로 고찰되어왔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에서 유한과 무한의 문제는 원질(原質)과 관련되어 논의된다. 탈레스·아낙시메네스·헤라클레이토스는 세계를 질적으로 규정된 유한한 원소(물·공기·불)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았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무규정적이고 질이 없는 무한자(to apeiron)를 가정하고 이로부터 모든 구체적이고 유한한 물질형태가 생긴다고 보았다. 아낙사고라스는 이러한 질적인 파악과 달리 물질의 무한성을 양적으로, 그것도 물질이 무한히 분할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는 모든 유한한 물체가 질적으로 다른 무한히 작은 입자(homoiomereiai)로 이루어지며 이것들은 처음부터 무수히 주어져 있다고 본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를 만물의 원리로 보는데, 수는 유한한 것의 상징이며 양적으로 한계가 있다. 수는 항상 규정된 수(짝수나 홀수)이므로 결코 무한할 수 없다. 그들은 세계가 정수(整數) 성격을 갖고 모든 존재가 유한하다고 보았다.

무한자는 비존재나 공허일 뿐이다. 그들은 유한과 무한을 분리·대립시키며, 이를 윤리적 관점에서 보아 유한자, 수, 규정된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보고 그것이 선·완전성을 표현한다고 본다. 이러한 사고는 플라톤에까지 이어져 이데아가 유한자를 담지한다. 형태가 없는 이데아는 불완전하고 무한한 물질을 형성하고 질서를 부여한다. 그는 무한자를 끊임없이 전진운동을 하면서 무한하게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무한자가 감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대상에서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대상들의 운동, 즉 끊임없이 다른 대상으로 바뀌는 운동을 통해 나타난다고 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무한개념은 '잠재적 무한성'으로 이미 완성되어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안에 있는, 가능한 것으로서 무한자이며, 모든 유한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 무한자이다.

'현실적' 무한은 스콜라 철학의 신학이론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한다. 완성되고 불변하며 완전한 무한자인 현실적 무한은 신의 속성으로 여겨진다. 신에 대해 세계는 시간·공간적으로 유한하며, 따라서 이제는 무한자가 선한 것이다. 근대 이후 이러한 무한개념은 비판받는다.

쿠사누스는 신과 자연이 하나이며 신은 자신의 무한성을 자연에 넘겨준다고 보았다(물론 자연의 무한자가 절대적 무한자는 아님). G. 브루노는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계승해서 물질적 우주에 현실적 무한을 적용한다. 스피노자도 물질적 실체가 공간 연장과 시간 지속에서 무한하다고 본다. 스피노자와는 달리 데카르트는 무한을 잠재적 무한으로 이해해서 '항상 보다 큰 무한자를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 무규정적인 것'으로 본다.

18세기 프랑스 유물론자들도 세계의 시공간적 무한을 동일한 대상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이해하는 반종교적인 견해를 내세운다. 그들은 자연뿐만 아니라 신에게도 현실적 무한을 박탈한다. 그들은 신학이 신에게 부여한 무한한 완전성이나 선과 같은 속성은 그에 해당하는 인간 특성의 끝없는 확대일 뿐이라고 본다.

칸트는 관념론 입장에서 공간과 시간이 선험적 형식이므로 시공간적 무한전진은 주관적 오성의 활동으로서만 가능하며, 무한개념은 객관적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본다.

무한개념은 '경험의 가능한 한 최대한의 계속과 확장의 원칙'으로, 이에 따른다면 어떠한 경험의 한계도 절대 한계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무한개념은 이성의 규제적 원리로 파악된다. 헤겔은 이러한 무한전진을 '악무한'이라고 부르고 유한과 무한의 변증법적 통일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유한자는 무한자를 자신 속에 포함하고 무한자는 유한자 속에서만 자신을 실현한다. 이러한 무한자는 유한자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진무한'은 유한할 뿐만 아니라 자기 완결적이고 구체적이다. 현대의 이런 논의는 우주론·양자론 등에서 계속된다.